영성

[하느님 안에서 기쁨 되찾기] 친구를 가려서 사귀라고 해도 좋을까요?

황미구 원장 (상담심리전문가 ·헬로스마일 심리상담센터장)
입력일 2018-07-17 수정일 2018-07-17 발행일 2018-07-22 제 3104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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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선택에 있어 부모와 자녀의 가치관 차이 이해하길

【질문】친구를 가려서 사귀라고 해도 좋을까요?

그리스도인이라면 사람들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최근에 아이가 ‘나쁜’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면서 생활과 학업에 문제가 좀 생기는 것 같습니다. 가끔 혼을 내면서 ‘좋은’ 친구를 사귀라고 타이르는데, 아이는 “공부 좀 못한다고 나쁜 아이는 아니다”라는 등 심하게 반발을 하네요. 무조건 자기 이익을 위해서 친구를 사귀어서는 안 되겠지만, 그래도 친구를 좀 가려서 사귀는 것은 필요하지 않을까요?

【답변】친구 선택에 있어 부모와 자녀의 가치관 차이 이해하길

리처드 니스벳의 책 「생각의 지도」에서 ‘범주를 중시하는 서양과 관계를 중시하는 동양’, ‘사물을 먼저 배우는 서양 아이와 관계를 먼저 배우는 동양 아이’에 대해서 기술되어 있던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원숭이와 판다, 바나나’가 그려진 그림을 제시하고 셋 가운데 서로 관련 있는 것을 두 개를 골라 묶어 보라고 한다면 어떻게 묶어 보실 것 같습니까?

실험 결과, 대다수 한국이나 중국, 일본 같은 동양인들은 원숭이와 바나나를 묶었고 많은 수의 서양인들은 원숭이와 판다를 함께 골랐다고 합니다. 동양인들은 ‘원숭이가 바나나를 먹는다’라는 ‘상호 관계’에 관심을 가진 반면, 미국 사람들과 같은 서양인들은 원숭이와 판다가 같은 동물이라는 점과 바나나는 식물이라는 개체의 ‘속성’을 분석적으로 분류했다고 합니다.

여러분이 아마도 영국 런던이나 프랑스 파리를 다녀오셨다면, 거의 대다수가 런던의 빅벤과 파리의 에펠탑이 근사하게 나오는 셀카 사진을 한 장씩은 찍어 오실 것입니다. 이것은 ‘나 여기 왔다 갔다’ 하고 그 장소와 나와의 상호 관계를 보여주고자 하는 동양적인 속성과 관련이 있는 결과라고 합니다.

아마도 친구를 가려서 사귀어야 한다는 것도 관계 지향적인 동양 문화적인 속성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실제로 율곡 선생님도 택우(擇友), 즉 친구를 골라서 사귀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학문을 갈고닦아 인(仁)을 돕는 일은 친구로부터 힘을 얻기 때문이랍니다. 친구를 사귀는 목적은 친구들끼리 바른 도리를 서로 권하여 인덕(仁德·어진 덕)을 쌓는 데 있다고 하였습니다. 이렇듯 한국과 같은 집단주의 문화권에서는 개인의 자아보다는 개인이 속해 있는 집단의 규칙과 목표, 상호 협력과 충성심, 그리고 상호 의존성 등을 강조합니다.

반면에 개인주의는 개인의 자아를 강조하는 문화적 가치관을 강조하며, 특히 내외 통제성, 독립성, 그리고 개인의 성취 등을 강조한다고 합니다. 그러니 개인주의적인 관점에서는 ‘친구가 어떤 사람인가?’ 보다는 ‘내가 어떤 사람인가?’를 더 중요시하는 것 같습니다. 요즘 청소년들은 예전과 달리 외국인과 직접적으로 접촉하는 경험도 많고, 인터넷이 보급되고 외국 영화나 만화에 자주 접하게 되면서 점점 가치관도 개인주의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이쯤 되면, 관계 중심적인 동양적 사고를 하는 부모는 ‘친구를 가려 사귀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에, 개인적인 성취를 더 중요시하는 개인주의적인 가치관에 노출이 된 자녀는 ‘친구는 누구라도 좋다’라고 하는 가치관을 주로 갖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만약 친구를 선택하는 문제가 세대 간의 가치관 대립이라면 서로의 가치관을 강요할 게 아니라, 부모와 자녀가 서로 ‘차이와 다름’을 인정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듯이 다름은 절대 틀린 것이 아닐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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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미구 원장 (상담심리전문가 ·헬로스마일 심리상담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