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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복음화, 미래교회의 희망] FABC 의장 오스왈드 그라시아스 추기경 인터뷰

인도 최용택 기자
입력일 2018-07-17 수정일 2018-07-18 발행일 2018-07-22 제 3104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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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수 늘리는 것이 복음화? 아시아에서 교회 우선 과제는 그리스도 가르침을 전하는 것”
다종교 속 각자 종교에 신심 깊은 아시아인 개종 쉽지 않아
FABC, ‘가난한 이들’-‘다종교’-‘다문화’ 삼중대화 위해 노력
아시아교회 연대 활동에 한국교회 더 적극적 모범 보여주길

아시아 복음화는 제삼천년기 보편교회의 주요과제다. 본지는 올해부터 아시아 복음화를 위해 2027년 창간 100주년 기획으로 ‘아시아 복음화, 미래교회의 희망’이라는 대장정을 시작했다. 아시아 복음화의 구심점은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Federation of Asian Bishops’ Conferences, 이하 FABC)다. 본지는 FABC 의장 오스왈드 그라시아스 추기경을 만나 아시아 복음화의 전망과 아시아 복음화를 위한 삼중대화의 역할, 한국교회의 역할 등에 대해 들어봤다.

1944년 인도 봄베이에서 태어나 1970년 사제품을 받았다. 1982년 교황청립 우르바노 대학교에서 교회법 박사 학위를 받았다. 봄베이대교구 사무처장, 사법대리를 역임하며 봄베이와 푸나, 방갈로르 지역의 신학교에서 교회법을 가르쳤다. 1997년 봄베이대교구 보좌주교로 임명됐고, 2000년 아그라대교구장을 거쳐 2006년 봄베이대교구장으로 임명됐다. 2007년 10월 베네딕토 16세 전임 교황에 의해 추기경으로 서임됐다. 2013년 열린 콘클라베에서 유력한 교황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으며, 현재 인도주교회의 의장, FABC 의장, 9인 추기경위원회(C9)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오스왈드 그라시아스 추기경은
“아시아에는 많은 종교가 공존하고 있습니다. 또한 아시아인은 종교적 신심이 대단히 깊지요. 이런 사람들을 가톨릭 신자로 개종시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또 복음화는 꼭 이들에게 세례를 줘 신자로 만드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아시아 대륙에 하느님 나라라는 나무를 심은 일, 이것이 바로 아시아 복음화입니다.”

필리핀과 동티모르를 제외하고 가톨릭교회는 아시아에서 소수종교에 지나지 않는다. 복음화율도 2% 남짓이다. 하지만 그라시아스 추기경은 복음화는 신자수를 늘리는 것만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복음화는 나 스스로에게도 자주 하는 질문”이라면서 “복음화는 하느님 나라를 이 세상에서 실현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라시아스 추기경은 “교회 본연의 소명은 정의와 진실을 추구하고 사람들을 사랑하며 서로 봉사하는 것, 사회에서 부패를 척결하는 것과 복음화활동”이라면서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이 세상에 옮기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삼중대화, 아시아 복음화의 열쇠

FABC는 그동안 아시아교회의 모습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또 FABC는 이를 위해 삼중대화, 즉 가난한 이들, 다양한 종교, 다양한 문화와의 대화를 주창했다. 그라시아스 추기경은 삼중대화가 아시아 복음화를 위한 아주 중요한 도구가 돼 왔다고 강조했다.

그라시아스 추기경은 “인도의 경우 다양한 문화와 부족의 사람들이 함께 살고 있어 ‘과연 이들이 모두 같은 인도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삼중대화는 인도 사회의 복음화를 위한 열쇠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아시아교회가 종교 간 대화 분야에서만큼은 보편교회에 큰 공헌을 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그라시아스 추기경은 “아시아는 전 세계에 종교 간 대화에서 모범이 될 수 있다”면서 “우리는 다양한 종교적 전통 안에서 몸소 생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시아교회는 삼중대화에 이어 ‘제4의 대화’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바로 ‘자연과의 대화’다. 그라시아스 추기경은 “우리는 자연에서 많은 것을 받고 있으며, 우리 자신과 미래의 후손을 위해 자연을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시아는 기후변화로 가장 많은 타격을 입는 지역이다. FABC는 오는 2020년 아시아의 주교들을 초청해 피조물 보호를 위한 회의를 열 계획이다. 그라시아스 추기경은 “아시아의 모든 주교들이 참여할 수는 없겠지만 각국에서 5~6명의 주교들이 참석하는 큰 회의가 될 전망”이라면서 “이 회의는 다시금 우리 아시아교회가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논의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자비를 펼치는 아시아교회

그라시아스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교회 개혁과 쇄신을 자문하고 있는 9인 추기경위원회(C9)에 참여하고 있다. 그라시아스 추기경은 아시아교회가 프란치스코 교황의 교회 개혁 작업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라시아스 추기경은 “교황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정신을 실현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교회와 구성원 모두가 함께 걷는 열린 교회를 지향하고 있다”면서 “특히, 여성과 가정, 청년에 큰 관심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교황이 강조하고 있는 자비에 큰 방점을 뒀다. 그라시아스 추기경은 “교황은 교회가 예수 그리스도의 얼굴을 하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는데,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자비”라면서 “교황은 교회가 타인을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자비를 갖고 이들을 환대하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아시아교회도 동정심과 자비에 좀 더 초점을 둘 필요가 있습니다. 아시아에는 가난한 이들이 많기 때문이죠. 교회는 다양한 방법으로 가난한 사람들을 돕기 위해 최대한 노력해야 합니다. 특히 교회의 사회교리를 실천하는 것이 중요해요. 아시아교회는 올바른 경제윤리를 확산시켜 부의 재분배를 통해 양극화를 완화시키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 아시아교회의 연대와 한국교회의 역할

아시아교회의 특징은 다양성이다. 그라시아스 추기경은 서로 다양한 문화를 가진 아시아교회의 일치와 연대를 강조했다. 그는 “아시아교회의 연대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서로 자주 만나며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기도할 필요가 있다”면서 “연대를 위해서는 아시아의 인적 및 물적 자원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우리는 서로 연대할 여지가 많고 의무감을 가지고 서로 연대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면서 “아시아교회는 협업, 인적·물적 교류 등을 통해 전 세계에게 대륙 간 연대에 관한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라시아스 추기경은 아시아교회의 이러한 연대활동에 한국교회가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해주길 바랐다. 그라시아스 추기경은 “한국교회는 교회가 갖고 있는 부를 제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자신의 역할을 고민해야 한다”면서 “한국교회가 그동안 해 오던 아시아교회에 대한 지원을 계속 해 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아시아의 인구는 계속 늘고 있고 경제도 계속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보편교회는 아시아교회에 미래를 두고 있어요. 프란치스코 교황도 큰 희망을 품고 아시아교회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훗날 아시아교회가 보편교회를 주도하게 될 날이 올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지요. 작지만 강한 한국교회가 아시아교회에 큰 모범을 보이길 바랍니다.”

인도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