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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화해·일치] 무역 전쟁과 한반도 평화 / 이원영

이원영(프란치스코)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연구원
입력일 2018-07-17 수정일 2018-07-17 발행일 2018-07-22 제 3104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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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전 세계는 전쟁의 소용돌이에 빠져들었다. 미국이 시작한 이 전쟁은 이른바 ‘무역 전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불공정한 무역 관계로 인해 엄청난 규모의 무역 적자를 보고 있다고 하면서 미국의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주창했다. 미국은 다양한 국가들과 다양한 산업 영역에서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것으로 무역 전쟁의 방아쇠를 당겼으며, 가장 중요한 대상 국가가 바로 중국이다. 중국에 중간재 수출 규모가 큰 우리의 피해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이러한 경제적 피해와 더불어 염려스러운 부분이 현재 진행되고 있는 비핵화를 둘러싼 북미 협상이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은 1차적으로 우리와 북한, 미국과 중국 간의 문제다. 그렇지만 이는 패권국 미국과, 패권에 대한 잠재적 도전국이라고 간주되는 중국 간의 패권 경쟁 전략에 영향을 받는 문제이기도 하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무역 전쟁이 중국의 부상에 대한 미국의 ‘견제와 균형’(check and balance)이라는 관점에서 진행되고 있음을 감안할 때, 미국과 중국의 틈바구니에서 우리뿐만 아니라 북한도 자못 곤혹스러운 부분이 있을 것이다.

패권을 둘러싼 강대국들의 경쟁에 있어 경쟁 상대국의 힘을 견제하면서 자국 중심의 세력을 강화하는 행태는 일반적인 것으로, 상대국의 인접국들과 ‘동맹’을 맺기도 하며, 상대국의 동맹국들과 관계를 개선하거나 압박을 통해 상대국의 동맹 관계를 약화시키려 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런 관점에서 북미 관계의 개선을 바라본다면 중국은 북미 관계 개선을 통해 미국이 북중 관계를 약화시키려 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과거 남북 관계 개선에 나설 때마다 우리 정부는 항상 굳건한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남북 관계 개선에 나선다는 점을 대내외적으로 천명했다. 현재 북미 관계 개선에 나서고 있는 북한도 최근 이례적으로 세 차례나 열렸던 북중 정상회담에서 굳건한 북중 관계를 바탕으로 북미 관계를 개선하고 경제적 발전을 도모하겠다는 점을 강조할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미중 간의 대결이 진행되는 지금이야말로 솔로몬의 지혜가 절실히 필요한 때다. 미중 대결에서 일방적으로 한쪽 편에 서야 하는 위험한 도박을 피하기 위해, 최소한 위험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해, 남북 모두에게 중요한 것은 진정성 있는 남북 관계의 개선이다. 소위 G-2 국가인 미중 사이에 끼어 있는 한반도의 숙명적인 지정학적 위치에도 불구하고, 남북한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평화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남북 협력을 통한 되돌릴 수 없는 한반도 평화 정착’을 미중 모두 수용하도록 만들기 위한 솔로몬의 지혜를 남북이 함께 찾아 나서야 할 때다.

이원영(프란치스코)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