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밀알 하나]영적 진보를 위해서는? / 노희철 신부

노희철 신부(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
입력일 2018-07-17 수정일 2018-07-18 발행일 2018-07-22 제 3104호 3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영성지도신부라는 타이틀로 신학교 생활을 시작한 지도 벌써 4년째다. 처음 신학교에 들어왔을 때는 막막하고 암담했다. 그동안 보좌신부, 주임신부, 국장신부 또는 해외선교신부라는 직책으로 큰 부담 없이 사제생활을 해왔는데, 영성지도신부는 수용하기 쉬운 명칭이 결코 아니었다. 현대는 영성의 시대이기에, 영성의 소중함을 모두가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소중한 영성이라는 의미와 가치를 자신이 아닌 다른 이들과 함께 나누고 동반해야 한다는 사실은 무게감이 크게 느껴진다. 신학생들의 영적 성장을 위해 소명을 수행함은 더욱더 부담스러웠다. 나 자신이 영적인 생활을 충만하게 실천하지 못함을 잘 알고 있기에 영성지도신부라는 직책은 더욱 중압감으로 다가왔다.

그렇다고 해서 영성지도의 길을 회피할 수는 없었기에, 할 수 있는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먼저 영성강좌를 들으러 매주 월요일 서울로 다니기 시작했다. ‘신학생 때 좀 더 영적서적도 읽고, 묵상생활도 충실히 했으면 이 고생을 하지 않는 건데….’라며 공부를 시작하였다. 하지만 이론적으로 영적인 삶의 가치와 의미를 배운다고 하더라도, 실제적으로 주님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 수련과 기도생활이 없이는 사상누각에 불과하기에, 매일 시간을 정해놓고 규칙적으로 기도를 하였다. 물론 사제이기에 기도생활을 지금까지 해 왔지만, 지금처럼 절박하게 그리고 소중하게 기도생활을 해오지는 않았다. 그동안 미사, 성무일도, 애덕 실천 등을 해왔지만, 그 행위들은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차원의 행위라기보다는 사제로서 마땅히 해야 할 기본적인 정도였다.

하지만 신학생들과 면담을 하면서 기본적인 기도생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음을 인정하게 됐다. 왜냐하면 신학생들의 기도 내용을 듣고, 그들에게 역사하시는 하느님을 발견하고, 그들과 함께 하느님의 현존을 공유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통찰력과 은총이 필요하다. 그런데 내가 기도하지 않으면 하느님의 섭리하심을 인식하지 못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신학생들을 엉뚱한 방향으로 인도할 위험성이 있다. 그러므로 신학생들을 잘 동반하고 함께 나누기 위해서는 더욱더 깊은 기도의 필요성이 요청된다.

그래서 신학생들과 함께 호흡하며 하느님의 섭리를 발견하기 위한 간절한 영적 수행을 시작했다. 물론 여전히 영적 생활의 진보를 위해 가야 할 길이 멀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하지만, 나의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용감하게 신학생들의 영적 동반에 참여할 수 있는 이유는 영적 생활의 주도자는 하느님이시고, 성령이심을 알기 때문이다. 우리의 능력에 맞는 최선의 노력과 더불어 하느님의 역사하심에 온전히 의탁할 때 진정한 영적 진보가 달성됨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주님은 아무런 말씀이 없으시지…. 이렇게 기다리고 있는데!!"

노희철 신부(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