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신앙에세이]나는 큰 아이 입양 엄마입니다(3)

황보현(빈첸시아·41·가톨릭생명사랑가족모임)
입력일 2018-07-17 수정일 2018-07-18 발행일 2018-07-22 제 3104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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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인가 한국입양홍보회 부천지부의 지역대표를 맡고 있는 제 명함을 학원 원장님과 학교 친구들이 죄다 가지고 있는걸 보고 심장이 철렁했던 지난날이 떠오릅니다.

공개입양을 선택한터라 아이에게 입양 사실을 나이에 맞게 잘 설명해 줬고, 입양은 가족이 되는 또 다른 방법일 뿐 이란 걸 아는 아이였습니다. 그랬기에 아들에게 ‘입양’은 평범한 단어였습니다. 늘 엄마를 자랑스러워했고, 그 마음이 앞서 엄마 명함을 온 동네에 뿌려댄 어느 날이었습니다. 친구들이 “너희 엄마 가짜 엄마지?”, “너 주워온 아들이지?” 등의 말로 놀려, “아니야, 우리 엄마 진짜 엄마야”, “난 우리 엄마가 입양해서 평생 같이 사는 가족이 된 거야”란 해명을 오롯이 혼자 감당하느라 아파한 시절도 있었답니다. 지금은 그런 날의 훈련(?)이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어떠한 편파적인 시선과 독설에도 잘 대처하는 아주 건강하고 멋진 입양 가족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이가 3학년이 되었을 무렵, 친구들은 동생이 다 있는데 자기도 동생이 있으면 좋겠단 푸념을 늘어놓았습니다. 그때 제 대답은 너무도 확고한 “NO~!!! 엄마는 너 하나도 벅차!”였습니다. 하루 종일이 부족해 밤새 놀아도 지치지 않는 아이, 늘 모든 것이 궁금한 이런 아이를 하나 더 키운다는 건, 제 그릇으론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거든요.

그렇게 몇 개월이 지났을까요? 어느 아름답던 늦가을. 회사에서 근무하던 중에 갑자기 울컥하며 눈물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이 감정이 어떤 감정인지 몰라 한참 울다가, 저녁미사를 봉헌하기 위해 성당을 향했습니다. 그날은 성당에 말씀사탕이 놓여있었는데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 너희가 내 이름으로 하고자 하는 건 내가 다 이루어 주겠다”란 저 높으신 분의 메시지였습니다. 그리고 이내 전 그 메시지가 바로 ‘입양’이란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주님, 저 입양 못해요. 저 자신 없어요. 저 윤일이 하나도 벅찹니다”라고 기도하는 제게 미사시간 내내 그 따뜻한 음성으로 위로해 주셨습니다.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 내가 다 키워줄 테니 아무 걱정 마라”라고 들리는 것처럼…. 미사를 마치고 돌아 나오는 발걸음은 하늘을 날 듯 기뻤습니다. 그때의 기쁨과 전율은 8년 만에 손꼽아 기다렸던 임신 사실을 안 종가집 며느리의 마음이었다고나 할까요? 그렇게 전 저 높으신 분의 말씀 한방에 미사 전후가 다른 사람으로 변해버렸습니다.

바로 남편에게 기쁨에 차 울면서 전화를 걸었습니다. “여보, 우리 윤일이 동생 입양해야 할 거 같아요!”라고…. 눈물 반 콧물 반 기쁨과 감동이 뒤섞여 말한 나의 말을 남편은 너무도 똑똑히 잘 알아 듣고 있었습니다.

남편은 제게 오랜 시간 기다렸다 듣고 싶었던 대답을 들었단 듯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여보, 우리 내일 당장 해성보육원에 갑시다”라고 하더군요. 그렇게 우린 큰아이를 입양한 지 8년 만에 또 다시 해성보육원으로 향했습니다. 그땐 둘이었는데 이젠 셋이 되어 “지금 만나러 갑니다.

<다음 주에 계속됩니다>

황보현(빈첸시아·41·가톨릭생명사랑가족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