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샬롬회’ 제1회 심포지엄

정다빈 기자
입력일 2018-07-10 수정일 2018-07-11 발행일 2018-07-15 제 3103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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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 대신 ‘평화’ 지향하는 새로운 안보로 나아가야”
미래세대 연구자 모임 ‘샬롬회’ ‘동북아의 새로운 평화’ 주제로 지난해부터 이어온 연구 결과
전통적 안보 개념 한계 지적 안중근 서사에 대한 분석 등 청년들이 말하는 ‘평화’ 제시
평화 향한 젊은 인식과 상상 함께 나누며 진정한 평화 성찰

젊은 평신도 연구자들이 모여 평화를 향한 젊은 인식과 상상을 바탕으로 동북아시아의 새로운 평화를 모색했다.

의정부교구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소장 강주석 신부)는 7월 4일 오후 2시 경기도 파주 참회와속죄의성당에서 ‘동북아에서 새로운 평화를 꿈꾸다’를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번 심포지엄은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의 미래세대 연구자 모임, ‘샬롬회’(회장 주원준 박사)가 개최한 첫 번째 심포지엄이다.

청년 연구자들은 자신들의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교회가 추구하는 ‘평화’와 ‘화해’의 가르침을 접목해 기성세대들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거나 인식하지 못한 부분에 의문을 던지며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 만들기에 마중물이 될 것을 자처했다.

7월 4일 의정부교구 참회와속죄의성당에서 열린 샬롬회 제1회 심포지엄 중 한정민씨가 ‘안보개념의 상대성과 평화 지향적 안보에 대한 고찰’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 이승훈 기자

■ 청년들이 연구하는 평화

샬롬회의 젊은 연구자들은 지난해부터 매달 각자 ‘가톨릭’, ‘동북아’, ‘평화’와 관련된 책을 읽고 서평을 써 서로 의견을 나눠왔다. 이번 심포지엄은 그동안 샬롬회가 계속해 온 활동의 첫 결실이다. 젊은 연구자들답게 이날 심포지엄에서 전통적 안보개념을 대체할 새 안보관을 제시하는가 하면 안중근(토마스) 사상과 ‘구조적 평화 만들기’ 가능성을 연결시키는 등 도전적인 연구자세를 과시했다.

강주석 신부는 인사말을 통해 “샬롬회의 이번 심포지엄이 그리스도의 평화가 무엇일지 모색하며, 평화에 관한 책을 읽고 평화에 대해 공부해 온 청년들의 고민을 함께 나누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의정부교구장 이기헌 주교 또한 “우리 교회는 이 지상에서 그리스도의 평화를 전해야 하는 소명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하며 “이번 심포지엄은 평화의 여정에 함께하려는 교회의 젊은이들이 진정한 평화를 성찰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격려했다.

■ 제1발제 안보 개념의 확장, 평화를 지향하는 안보

제1발제와 논찬은 ‘안보’의 개념을 중심으로 전통적 안보에서 평화를 지향하는 안보로, 안보 개념의 확장에 대한 고민을 나누는 시간으로 진행됐다.

국제관계학을 전공하는 미국 피츠버그대학교 박사과정생 한정민(라우렌시오)씨는 ‘안보 개념의 상대성과 평화 지향적 안보에 대한 고찰’을 주제로 제1발제를 맡았다.

한씨는 먼저 “국가주의와 군사주의가 팽배한 사회에서는 안보 개념의 절대성을 의심하기 쉽지 않지만 이러한 전통적 안보관은 오히려 외부와의 갈등과 내부적 불안을 초래한다”며 전통적 안보 개념의 한계를 지적했다. 더불어 ‘안보’라는 용어를 사용한 기사 분석을 근거로 “한국 사회에서 인식하는 안보의 개념은 여전히 국가주의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정치외교 혹은 군사 영역에 한정되는 전통적 속성이 지배적”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전통적 안보 개념의 편향성은 국가 간 안보딜레마로 귀결되고 이는 역설적으로 국가 구성원의 안보를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전통적 안보 개념을 확장한 새로운 안보 개념, ‘평화 지향적 안보’ 개념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한씨는 “평화 지향적 안보란 안보의 행위주체와 그 영역을 각각 ‘국가’와 ‘국방’에 한정하는 것이 아닌, 인간사회 전반에 있어서의 상호신뢰 구축과 관계의 정상화로 그 의미를 확장한 개념이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안보 개념의 전통성 부정이 현실적 대안인지 의문을 가질 수 있겠지만 평화를 지향하는 개인들의 의지와 열망이 시대적 변화를 추동하는 가장 중요한 원천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대교구 평화나눔연구소 토마스회 손서정(베아트릭스) 회장은 제1발제 논찬에서 “안보의 개념은 평화를 이루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전통적 안보의 개념은 보호해야 할 주체와 위협하는 객체를 나눠 피해자와 가해자를 규명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포괄적인 안보 개념을 도입해 협조와 연대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리스도인이 가져야 할 안보를 위한 자세는 타자화하고 대상화해 우리와 상대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범위를 넓혀 더 많이 포용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 제2발제 ‘안중근 서사에 나타난 평화’

이어진 제2발제와 논찬은 ‘근현대 동북아 안중근 서사에 나타나는 평화들과 평화 만들기’를 주제로 진행됐다.

가톨릭대학교 윤인선(아우구스티노) 조교수는 근현대 동북아 서사에서 나타난 안중근(토마스)에 대한 인식을 분석하고 안중근 서사를 통한 ‘구조적 평화 만들기’ 가능성을 모색했다.

윤 교수는 안중근의 의거가 가진 초국가적(trans-national) 성격을 바탕으로 ‘그동안 근현대 동북아 서사들은 평화의 인물로서 안중근을 어떠한 맥락에서 인식해 왔는지’ 분석했다. 이를 위해 북한과 중국, 일본의 작가들이 안중근 의거에 대해 쓴 세 권의 소설에 주목했다.

먼저 북한 림종상이 쓴 「안중근 이등박문을 쏘다」에서 안중근은 일제에 의해 형성된 비극적 민족의 역사를 마주하고 극복해 나가는 영웅이자 평화의 인물로 인식된다. 반면 중국 냉혈생이 쓴 「영웅의 눈물」은 중국인들을 계몽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안중근의 삶을 서술하고 있다. 윤 교수는 “이는 중국인 독자들에게 한국의 역사를 반면교사로 삼고 안중근 서사를 통해 새로운 사상에 대한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일본 작가 사키 류조의 「이등박문과 안중근」에서 안중근은 자국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이토 히로부미에 대항해 나가며 대한국의 고유권을 지키는 과정에서 평화를 추구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윤 교수는 “이처럼 북한, 중국, 일본의 근현대 서사 속에서 안중근은 평화의 인물로 인식되는 양상에는 서로 차이가 있지만 동북아 평화를 위해 노력한 인물로 그려진다는 점에서 동일하다”고 해석했다.

윤 교수는 “프리드(A.H.Fried)가 제안한 ‘구조적 평화 만들기’의 맥락에서 안중근의 삶을 바탕으로 기존 인식과 다른 동북아 평화 서사를 상상해보자”고 제안했다. 그는 “정당 전쟁론이 아닌 구조적 평화 만들기의 가능성을 공유하는 과정을 통해 동북아 평화에 관한 새로운 서사를 상상해 볼 수 있다”며 “이를 통해 ‘평화를 만들어가는 인물’로서 안중근 서사를 상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2발제 논찬을 맡은 고려대학교 김윤선(소화 데레사) 교수는 “안중근은 조선인이자 동시에 국가의 경계를 넘는 인간이었음에도 세 소설의 인용문으로는 그러한 점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며 “이는 안중근 서사의 한계, 혹은 안중근을 인식한 이들의 한계가 아닐까 싶다”고 지적했다. 또한 “안중근의 저격 사건에 대한 교회의 입장을 분명하게 담론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안중근의 평화 만들기 궤적이 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는 것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교회의 해석이 더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러한 해석의 시도는 안중근이 추구한 평화의 근원이었다고 예측되는 그리스도교 신앙이 지금 여기에서 어떻게 이어져야 할지에 대한 지표가 돼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다빈 기자 melani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