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세상살이 신앙살이] (443) 불법 유턴

강석진 신부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입력일 2018-07-10 수정일 2018-07-10 발행일 2018-07-15 제 3103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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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서품을 받은 두 신부님이 차를 몰고 어느 수녀원에 첫미사를 봉헌하러 갔답니다. 평소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두 신부님은 수녀원의 거리가 꽤 멀어서 차를 가지고 간 것입니다. 그날 날씨도 좋고, 마음도 들뜨고, 기분마저 좋아서, 두 신부님은 룰루랄라~ 하면서 수녀원을 갔습니다. 수녀원에 거의 도착할 무렵, 근처 사거리에 멈추어 섰습니다. 순간 운전하던 신부님은 ‘음, 직진을 하면 저- 멀리까지 갔다가 돌아와야 하고!’ 그래서 그 신부님은 결심을 한 듯 사거리에서 불법 유턴을 했습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그 신부님 차가 불법 유턴을 하니, 다른 뒤에 줄을 서 있던 차들 네 대도 연달아 유턴을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차들의 위치가 변경돼 신부님 차는 맨 뒤에 있게 됐고, 신부님 차를 따라서 유턴을 하던 차들은 앞서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아뿔싸! 이미 대기해 있던 교통경찰에게 모든 차들이 다 붙잡혔습니다. 신부님 차도!

교통경찰이 차를 도로가에 세우라는 수신호를 보냈고, 두 신부님은 슬그머니 하고 있던 로만 칼라를 목에서 뺐답니다. 당연한 교통 법규를 어겼다는 죄책감에…! 멈추어 서 있던 신부님 차 쪽으로 교통경찰이 다가오더니, 경례를 한 후에 유리창을 내리라는 손짓을 했습니다. 이에 운전하던 신부님도 창문을 내리며 말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유턴을 하면 안 되는 곳에서 이렇게 유턴을 했네요. 정말 죄송합니다.”

그런데 두 명의 신부님의 모습을 가만히 쳐다보던 교통경찰은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혹시, 신부님들이시죠?”

순간 당황한 그 신부님들은 물었습니다.

“헉! 어떻게 아셨어요?”

“저희들은 그냥 보기만 해도 압니다. 하하하. 그리고 신부님, 여기는 불법 유턴을 하면 안 되는 곳입니다. 왜냐하면 이 지역 사거리가 위험하고… (한참을) 뭐라 뭐라… (또 한 번 더) 이러쿵저러쿵…”

그 신부님들의 말로는 교통경찰은 그곳의 불법 유턴 구간이 얼마나 위험한 곳인지를 수차례 반복해서 말을 하더랍니다. 운전하던 신부님은 그 훈계를 다 들었고, 조수석에 앉은 신부님은 자신들 때문에 눈앞에서 딱지를 떼고 있던 4대의 차들을 보면서 괜히 미안해지고! 그래서 운전했던 신부님이 말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이번 한 번만 봐 주시죠. 그리고 딱지는 싼 것으로 해 주시면 좋겠는데….” 그러자 교통경찰은 딱지 하나를 뗀 후, 빙그레 웃으며 말했습니다.

“신부님들, 다음부터는 절대로 불법 유턴을 하면 안 됩니다. 여기 근처에 있는 수녀원에 오신 거죠? 미사 잘 하시고, 조심해서 다녀가십시오.”

교통경찰에게 감사의 인사를 한 후, 놀란 가슴을 쓰다듬는데 마치 뭔가에 홀린 듯했답니다. 얼마 가지 않아, 수녀원에 도착한 두 신부님들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답니다.

“우리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나는 꿈을 꾼 것 같아. 교통경찰은 우리가 신부라는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

“그러게. 글쎄. 로만 칼라도 안 했는데! 그리고 교통경찰은 무슨 딱지를 떼 준거야? 불법 유턴이라고 써 있어?”

“아, 딱지. 그래, 한번 보자. 어, 이게 뭐지, 딱지는 벌점 없는 이만 원짜리 인데, 이게… 뭐야. 노.상.방.뇨.”

사제의 모습, 티를 내지 않으면 모르는 것 같지만 어쩌면 모르는 척 해주는 것뿐입니다. 그래서 사제의 삶은 결국 누가 보든지, 안 보든지 간에 묵묵히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우직하게 살아가는 삶이어야 합니다. 그럴 때, 안 보는 듯하지만, 곁눈질하면서 사제의 삶을 바라보는 세상 사람들에게 큰 힘을 줄 것입니다.

강석진 신부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