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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음한몸운동본부 설립 30주년 기념 심포지엄

이소영 기자
입력일 2018-07-10 수정일 2018-07-10 발행일 2018-07-15 제 3103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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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 요구에 발맞춘 사랑 실천 방법 끊임없이 찾아내야
공익단체 운동성 상실은 존재 이유 약화시킬 수 있어
‘성체 성사의 정신’ 개인과 조직적 차원 내재화 힘써야
본당 내 조직 통해 한마음한몸운동 되살아나길 기대

“한마음한몸운동본부(이사장 유경촌 주교, 이하 본부)는 정체성을 내재화해야 한다.”

7월 6일 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 꼬스트홀 2층에서 열린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설립 30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는 이 같은 주장이 제기됐다. 한마음한몸운동은 그리스도의 성체 성사 정신을 바탕으로 시작됐다. 이 운동을 전개해나가기 위해 출범한 본부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시대의 징표를 읽어 성체 성사의 정신을 삶 안에서 구체화한다’는 본부의 정체성을 끊임없이 되뇌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전임 본부장 정성환 신부(가운데)가 7월 6일 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 꼬스트홀 2층에서 열린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설립 30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 토론 좌장을 맡아 진행하고 있다.

■ ‘운동’보다 ‘사업’ 위주 되어선 안 돼

이날 ‘카리타스 관점에서 바라본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주제발표를 맡은 충북 청주시노인종합복지관 관장 김성우 신부는 본부의 ‘가치’에 초점을 뒀다. 본부에는 이미 ‘카리타스’(caritas·사랑)라는 뚜렷한 가치가 있지만, 그 가치가 내재화돼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김 신부는 말했다. 하느님 사랑을 실천하는 조직으로서 본부는 ‘업무’ 그 자체보다 그 안에 담긴 ‘가치’를 중시해야 하지만, 현재 눈앞의 업무에 치여 본부가 이를 잊은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는 일침이다.

이에 대한 근거로 김 신부는 지난 5년간 본부의 사업실적과 예산 집행 내역이 ‘운동’보다 ‘사업’에 치중돼 있다고 밝혔다. ‘2013~2017년 분야별 운동본부 지출비율’을 살펴보면 본부의 활동이 생명운동이나 장기기증 사업 등 성체 성사 정신에 입각한 문화 확산 ‘운동’보다 인도적 지원에 속하는 국제개발 협력 사업이나 국내 사회복지 등 단순 이웃 돌보기 ‘사업’ 위주로 전개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패널로 참여한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 교수 박정우 신부는 이에 대해 “본부가 진행해온 생명운동과 장기기증 사업도 대중에게 생명문화 확산을 위한 ‘운동’이라기보다 소수의 단순 참여만을 권하는 ‘사업’이 돼 버린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 운동성 약화는 매너리즘으로 이어져

공익단체 컨설팅 법인 NPO스쿨 이재현 대표는 이와 관련해 운동성을 상실한 집단은 사회를 선도하는 의제 설정 능력이 부족해지고 문제해결 능력이 저하돼 결국 같은 일만 반복하는 매너리즘에 빠진다고 주장했다. 이날 ‘공익단체로 바라본 한마음한몸운동본부’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그는 “최근 공익단체들이 양적인 성장은 이뤘지만, 그 부작용으로 운동성은 약화한 모습을 보인다”면서 “공익을 추구하는 본부도 결코 예외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이 대표는 “이러한 운동성 약화가 결국 본부의 존재 이유를 약화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공익단체는 ‘우리 조직이 왜 존재하고, 그게 어떤 의미를 지니며, 그 의미가 사람들에게 어떤 공감을 불러일으키는지’가 그 조직의 존재 이유를 설명한다. 이러한 근본적 고찰이 배제된 채 사업에 대한 고민만 이뤄지면 결국 이는 조직의 존재 이유를 강화할 수도, 성과를 낼 수도 없다는 지적이다.

■ 양적 성장보다 ‘정체성 내재화’ 필요

때문에 이 대표는 앞으로 본부가 사업의 양적 성장을 추구하기보다는 조직의 정체성을 명료화하고 이를 본부가 개인·조직적 차원에서 내재화하는 데 힘을 써야 한다고 당부했다. 본부의 미션·비전부터 자신이 담당한 사업의 목표까지 자신의 언어로 설명해낼 수 있는 상태에 이르러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이를 위해서는 조직의 사명과 개인의 소명에 공감대가 존재하고, 조직의 정체성과 개인의 정체성 역시 공감대를 이뤄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국제사회복지사인 피스윈즈코리아 준비위원회 김동훈 대표 역시 이러한 “이 대표의 발언에 공감한다”며 “본부가 변화하는 시대에 하나의 단체나 세력으로 머물지 않고 계속 사회적인 역할을 하려면 스스로 새 운동의 주체가 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그는 본부 조직 스스로 네 가지 질문을 던져봐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우리는 실패를 인정할 수 있고 그 실패를 반복하지 않을 준비나 시스템을 갖췄는가 ▲우리는 우리에게 부여된 자원으로 최대한의 능력을 발휘하고 있는가 ▲공익활동을 하는 우리는 남의 행복을 챙기면서 스스로의 행복은 지나치고 있지 않은가 ▲후원금으로 본부가 진정으로 바꾼 것은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가 등의 질문이다.

■ 시대의 징표 읽고 새로운 운동 키워내야

박정우 신부는 “설립 30년을 맞은 본부가 자신의 정체성을 지속해나가기 위해서는 과거의 사업을 그저 수동적으로 이어갈 게 아니라, 시대의 징표를 읽고 이를 신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운동으로 키워낼 수 있는 ‘아젠다’를 끊임없이 찾아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그동안 본부가 시대적 요구에 응답해 주도적으로 발족하거나 후원해 현재는 독립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서울대교구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민족화해위원회·환경사목위원회 등을 이에 대한 모범 사례로 들기도 했다.

이날 ‘성체 성사의 정신에 비추어 본 본부의 정체성’을 주제로 기조 강연을 한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 역시 “세상에 무관심하거나 세상을 알지 못하고서는 성찬의 신비를 올바르게 선포할 수 없다”며 “사랑실천운동의 추진본부인 한마음한몸운동본부가 한마음한몸운동이라는 사랑실천운동을 지속적으로 끌고 나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특히 이를 위해 염 추기경은 교구 내 본당들에 다시 한마음한몸운동을 위한 조직이 되살아나고, 이를 통해 운동도 다시 활성화되길 바란다고 이야기했다. 애초부터 모든 신자가 참여하는 교회 고유의 생활쇄신실천운동인 한마음한몸운동을 실행하기 위해 각 본당에 관련 조직이 있었지만, 현재는 서울 서초동본당 한 군데에만 한마음한몸부서가 남아있다고 했다.

이사장 유경촌 주교는 이날 심포지엄 말미에서 “30년에 걸쳐 본부의 성과도 있었지만 과제도 남았다”며 “이 문제들을 한꺼번에 다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이 자리를 계기로 더 많은 의견들을 모아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모습으로 한마음한몸운동을 해나갈 수 있도록 보다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심포지엄 중 본부 종사자 대표로 소감을 발표한 본부 커뮤니케이션팀 김대민 차장은 “1996년부터 지금까지 본부에서 일하고 있다”며 “여기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항상 생각해왔지만 한마음한몸운동의 정체성을 내재화하고 있는지는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차장은 30주년을 맞아 앞으로 안주하지 않고 보다 발전해나가는 모습을 사람들에게 보여드려야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이번 심포지엄의 참석자로 함께한 그리스도의교육수녀회 조현주 수녀는 “청년 시절 한마음한몸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는데 그렇게 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 운동의 의미를 잘 이해하고 운동의 가치가 내재화돼 스스로 동기부여가 됐기 때문”이라며 “한마음한몸운동의 정신이 더 많은 사람에게 내재화돼 앞으로도 이 운동이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소영 기자 lsy@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