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주 52시간’ 시행 2주, 교회 가르침은

권세희 기자
입력일 2018-07-10 수정일 2018-07-10 발행일 2018-07-15 제 3103호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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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렛날은 쉬어라” 노동엔 충분한 휴식을
16시간 근로 단축 부작용 있지만
적절한 노동시간 보장 “긍정적”
일용직 근로자 위한 대책 마련도

‘저녁이 있는 삶’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7월 1일 개정 근로기준법이 시행돼 그동안 주 68시간을 기준으로 하던 근로시간이 16시간 줄어들어 주 근로시간 한도가 휴일·연장 근로를 포함해 ‘최대 52시간’으로 개정됐다.

현재 주 52시간 근무제는 300인 이상의 사업장을 대상으로 시행하고 있으며 근로자 소득 감소, 중소기업 경영 부담 등을 고려해 2020년 1월 1일 50~300명 미만, 2021년 7월 1일에는 5~50명 미만 사업장도 단계적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우리나라는 ‘과로 사회’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올 정도로 긴 노동 시간을 자랑한다. 7월 5일 고용노동부가 내놓은 ‘통계로 보는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모습’에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임금근로자의 연간 근로시간(2015년 기준)이 멕시코에 이어 2위에 올랐다. 과도한 노동을 하고 있다는 지표다.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은 노동시장에 있어 필요한 제도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노동자의 휴식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법이 개정된 것처럼 교회에서도 노동과 휴식이 공존해야 함을 꾸준히 이야기해 왔다.

휴식에 대한 성경적 기원은 “하느님께서는 하시던 일을 이렛날에 다 이루셨다. 그분께서는 하시던 일을 모두 마치시고 이렛날에 쉬셨다. 하느님께서 이렛날에 복을 내리시고 그날을 거룩하게 하셨다. 하느님께서 창조하여 만드시던 일을 모두 마치시고 그날에 쉬셨기 때문이다”(창세 2,2-3)에서 찾을 수 있다. 또 “너희는 엿새 동안 일을 하고, 이렛날에는 쉬어야 한다. 이는 너희 소와 나귀가 쉬고, 너희 여종의 아들과 이방인 숨을 돌리게 하려는 것이다”(탈출 23,12)라고 말한다. 성경은 노동에는 휴식이 필요하며 그리스도인이라면 쉼 속에서 의미 있는 삶을 찾아야 한다고 가르친다. 주일의 성화(聖化)에 관한 교황교서 「주님의 날」 66항에서도 “오늘날에도 노동은 많은 사람에게 상당히 압박감을 준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우리 시대에는 모든 사람이 자유와 휴식과 여가를 즐길 수 있도록 보장할 의무가 있다. 이러한 것들은 종교, 가정, 문화, 대인 관계의 필요성과 함께 인간 존엄이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처럼 교회는 노동에 충분한 휴식을 부여할 사회와 기업의 의무를 짚고 있어 이번 법 개정과 뜻을 같이 한다.

한편 단축된 노동시간을 적용하는 데 크고 작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노동시간 감소에 따라 실질임금에 타격을 받는 일용직 노동자에 대한 대책이나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이 제도를 운용하는 기업들을 규제하는 방안 역시 필요하다.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장 정수용 신부는 “노동자의 적절한 노동시간을 보장하는 법 개정은 긍정적인 변화”라며 “유급 노동이 줄어듦에 따라 자기계발이나 봉사,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시간이 확장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법 개정 취지대로 기업과 노동자 간에 공동 이해를 바탕으로 의미 있는 휴식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권세희 기자 se2@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