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아직 천국을 준비할 시간이 남아있다」 펴낸 최성균 신부

권세희 기자
입력일 2018-07-03 수정일 2018-07-04 발행일 2018-07-08 제 3102호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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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의 삶, 천국을 향한 여정임을 일깨워
20년간 노인사목 현장서 겪은 일화들 일기 형식으로 풀어내
삶과 죽음의 의미 신앙적 고찰
“그 사막에서 그는 너무도 외로워 때로는 뒷걸음질로 걸었다. 자기 앞에 찍힌 발자국을 보려고.”

오르텅스 블루가 쓴 ‘사막’이라는 글이다. 프랑스 파리 지하철공사가 공모한 시 경연에서 1등을 차지한 이 작품은, 한눈에 읽어도 ‘외로움’이라는 감정이 무엇인지 사무치게 한다. 외로움은 인간을 한없이 작아지게 만든다. 마음속 깊이 파묻힌 이 감정을 어떻게 하면 이겨낼 수 있을까.

서울 종로구 종묘 일대는 노인들의 밀도가 높다. 그곳에는 ‘119 할아버지’라 불리는 이도 있었다. 김재석(바오로)씨다. 119 할아버지라는 별명은 술로 하루를 보내고 쓰러져 119가 자주 오갔기 때문에 붙여졌다. 왕래하는 가족도 없이 매일 술만 마시던 그의 삶은 ‘신앙’을 접하고 나서 완전히 달라졌다. 최성균 신부(서울대교구 노인복지위원회 성모노인쉼터)를 만나고 그는 신앙에 눈뜨게 됐다. 이후 술을 먹는 빈도가 줄어들었음은 물론이고 매일 새벽 3시부터 기도하며 하루 8시간, 묵주기도 600단을 바친다. 그의 ‘외로움’을 채워준 것은 다름 아닌 ‘하느님’이었다.

「아직 천국을 준비할 시간이 남아 있다」(최성균 지음/252쪽/1만2000원/가톨릭출판사) 발간을 맞아 6월 28일 서울 종로구 성모노인쉼터에서 만난 최 신부는 김씨의 변화에 대해 “외로움이라는 것이 하느님을 만나면서 치유됐고 새로운 삶을 살게 되신 것 같다”며 “스스로를 귀하게 여기며, 마음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결국 하느님만이 하실 수 있다”고 말했다.

최 신부가 집필한 「아직 천국을 준비할 시간이 남아 있다」는 약 20년간 노인 사목에 투신하며 만났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긴 책이다. 일기 형식의 글은 삶과 죽음, 그리고 신앙에 대한 깊은 사유와 성찰이 드러난다.

“제가 어르신들에게 경제적, 신체적, 사회적, 정서적 어려움을 도와드린다고 해서 그 문제들을 얼마나 해결해 드릴 수 있을까요? 저에게는 그것을 완전히 만족시켜 드릴 힘이 없습니다. 하지만 신앙적으로 천국에 가시는 길 만큼은 자신 있게 알려드릴 수 있습니다.”

그는 이러한 뜻이 ‘노인사목’을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최 신부는 노년의 삶이 그저 짊어지고 살아가는 남은 삶이 아니라, 천국을 준비하는 귀중한 시간임을 알리기 위해 ‘선종 피정’도 진행한다. 죽음과 친숙해지고 편안한 마음으로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주는 것이다.

「아직 천국을 준비할 시간이 남아 있다」는 다양한 노인들의 일화를 풀어놓으면서도, 삶의 의미를 고찰함으로써 세대를 아우르며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독자들은 이 책을 읽으며 내면의 외로움이나 자괴감, 슬픔을 바라보고 신앙을 통해 이겨내야 함을 깨닫는다.

책은 단순히 노인들을 만난 이야기가 아니라, 남은 생을 의미 있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이끈 한 사제의 고백록과 같다. 특히 ‘죽음’에 대한 깊은 고민과 모든 사람에게 도래하게 될 순간에 대한 진한 사유가 담겼다. 그는 ‘죽음은 세상의 끝이 아니라, 허무한 이 세상에서 육신을 벗고 하느님 나라로 떠나는 희망의 시작점이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라는 말을 꺼낸다.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 꾸려나가야 할지 고민의 갈림길에 서 있는 이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권세희 기자 se2@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