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세상살이 신앙살이] (442) 구마 사제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입력일 2018-07-03 수정일 2018-07-03 발행일 2018-07-08 제 3102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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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외국에서 공부를 하고 들어온 어느 신부님을 만나 뵌 적이 있습니다. 그 신부님과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았는데, 그중에는 ‘사탄’, ‘마귀’ 등에 대한 내용도 있었습니다. 그때 신부님은 ‘사탄’과 ‘구마’ 등에 관해 나에게 이런 말을 해 주었습니다.

“강 신부님, 제가 외국에서 공부할 때에 실제로 강좌 중에 ‘구마와 영성’인가 하는 과목을 들은 적이 있어요. 그 강의는 실제로 구마를 전담하는 소임을 받아, 지금까지 구마 행위를 하시는 신부님께서 해 주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강의는 무척 재미있고, 흥미 있었던 걸로 기억이 나요. 또 그 신부님은 현장에서 마귀 들린 사람을 만났고 그 사람들에게 구마 행위를 하셨기에, 우리가 흔히 말하는 마귀 들린 사람들의 다양한 현상들을 보셨다고 해요.”

그 신부님의 이야기를 듣는데 등골이 오싹, 뒷골이 뻣뻣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다시 물었습니다.

“그런데 정말이지, 세상에 마귀 들린 사람이 있어요? 진짜로 영화에서나 혹은 인터넷에서 나오는 것처럼 입에서 못을 토하고, 벽을 네 발로 기어오르고, 목이 돌아가고, 정말 마귀 들린 사람이 있는 거예요? 아, 맞다. 예전에 상영했던 한국영화 중에 ‘검은 사제들’이라는 영화, 거기에 마귀 들린 사람이 나오고 그러는데, 그 영화와 같은 일이 실제로 있는 일인가요?”

“나도 지금까지 마귀를 보거나, 만난 적은 없어요. 하지만 그 신부님 말씀으로는 마귀 들린 사람들은 그렇게 이상하고 기이한 행동을 한다고 해요.” “저는 겁이 없어서 그런 거 잘 안 믿는데 (후덜덜덜…) 직접 들으니까 조금은 으스스하네요. 신부님, 그러면 궁금한 게 있는데요, 구마 사제인 그분은 구마에 관련해 특별한 은사나 그런 특은 같은 것을 받으신 분인가요?”

“아, 저도 그게 의문이 들어서, 그 신부님 강의 때에 질문을 한 적이 있어요. 신부님은 어떻게 해서 구마 사제가 되셨냐고. 그러자 그 신부님이 말씀하시기를, 본인은 그저 교구의 평범한 신부였대요. 그런데 교구 주교님께서 자신을 구마 사제로 인사이동을 내셨다는 거예요. 그래서 신부님은 주교님을 찾아가서, 자신에게는 구마에 대한 특별한 은사 같은 것을 받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구마 사제로 인사이동을 내셨는지를 따지듯 물었대요. 그러자 주교님은 말씀하시기를, ‘성경에 보면 예수님께서 치유 행위를 하기 전에, 마귀 들린 사람의 가족들에게 묻잖아요. 당신을 믿느냐고! 그러자 그 가족들이 믿.습.니.다. 하잖아요. 그런 다음 그 가족들이 믿음이 없는 자신들을 도와달라고 말하죠. 신부님도 기도하는 마음으로 자신의 소임에 임하시면 하느님께서 함께 해주실 것입니다’라고 하셨대요. 그렇게 주교님은 신부님께 소임에 충실한 사제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씀하셨고 그 신부님은 강의 끝에 모든 학생들에게 말하기를, 기도가 아니면 다른 어떤 방법으로도 마귀를 나가게 할 수 없다고 하셨어요. 자신도 지금까지 구마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 날마다 기도하는 사제로 살아가려고 노력한대요. 또한 지금까지 30년을 구마 사제로 살면서 가장 좋았던 점을 손꼽으라고 하면 진심, 기도하는 사제로 살아온 것이래요. 그 말을 듣는데, 같이 강의를 들은 다른 여러 나라 학생 신부, 수녀, 수사들 모두가 다 감동의 박수를 쳤어요.”

마귀라! 사실 이 세상에는 무서운 모습의 마귀뿐 아니라, 우리에게 돈과 권력에 빠지도록 유혹하는 탐욕과 욕망의 마귀, 무조건 내 것만을 채우려는 욕망 마귀, 그 어느 것도 나누지 못하는 이기심의 마귀 등 정말 많은 마귀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마귀를 이기는 힘은 역시, 구마 사제의 말처럼 기도의 힘입니다. 기도의 힘은 인간을 진심 위대하게 만들어 줍니다.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