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수 없는 힘이 저 위에서 내려온다. 그 힘은 보이지 않는 성령이시다.
군종교구 공군중앙본당(주임 박근혁 신부) 성가대 지휘자로 활동하는 백윤형(알베르토·55·사진) 공군 예비역 준장은 자신이 공군사관학교 생도 시절 포함 30여 년간 오로지 교회음악을 부르고 지휘하는 데 바친 인생을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이끌려 온 여정이라고 반추했다.
백윤형 장군은 1982년 공사 34기로 입교해 1986년 소위로 임관한 뒤 공군 전투기 조종사, 영국 유학에서 비행역학 전공으로 박사학위 취득, 미국 플로리다 중부 사령부 파견, 비행대장과 전대장 등 지휘관, 방위사업청 근무 등 다양한 군 경력을 쌓았다. 2015년 1월 1일 공군 준장으로 진급해 2016년 12월 31일 전역했다.
군 경력만 보면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는 장군 진급까지 했으니 성공한 인물이다. 그러나 백 장군은 34년 군생활 동안 ‘성음악’을 군부대 신앙공동체에 알리고 그 감동을 전하는 데 한 알의 밀알이 됐다. 백 장군은 자신이 몸담았던 부대마다 숨은 신자들을 찾아 성가대를 만들고 지휘자로 열정을 불태웠다.
백 장군은 유치원에 다니면서 일찍이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등 음악적 분위기 속에서 자랐지만 공사 2학년 때인 1983년 말 1년 선배 생도로부터 ‘아퀴나스’ 합창단을 소개받으면서 성음악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평생의 반려자인 아내 윤정원(안나·53)씨도 아퀴나스 합창단에서 만났다. 고(故) 박고영 신부(예수회)가 창단해 지난해 50주년을 보낸 아퀴나스 합창단은 정통 라틴어 성음악을 하는 곳으로 백 장군은 아퀴나스와의 첫 만남에서 새로운 운명이 눈앞에 놓여 있음을 발견했다.
대학에서 종교음악(성악)을 전공한 아내가 직업군인인 남편이 국내는 물론 해외로 근무지를 옮길 때마다 단 1년을 빼고는 항상 옆 자리를 지키며 백 장군에게 음악적 영감을 불어넣어 준 것도 그가 성가대원이자 지휘자로서 헌신적으로 봉사하는 데 밑거름이 됐다.
백 장군이 성가대 지휘자로 데뷔한 것은 2001년 광주(光州)에서 비행대장으로 근무할 때 같은 부대 방공포대대 병사 20여 명을 남성 3부 합창단으로 조직해 주님 성탄 대축일 미사곡을 신자들에게 선사했을 때다. 반주는 아내가 맡았다. 신자들은 ‘이런 성가를 들어본 적이 없다’며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1년 뒤 공군본부로 근무지를 옮겨 삼위일체성당에 다닐 때 기존 성가대 지휘자가 갑자기 타 부대로 발령을 받으면서 아무 준비 없이 2002년 8월 15일 성모 승천 대축일에 지휘자로 ‘공식 데뷔’했다. 지휘하는 내내 땀이 비오듯 쏟아졌다. 백 장군은 이 때 비로소 지휘의 어려움을 느꼈다. ‘이런 식으로 해서는 안 되겠다’ 싶어 2003년 대전가톨릭음악원에 등록해 전문 지휘자로 거듭났다.
그 후부터 백 장군은 성령의 감도(感導)를 받아 성음악 지휘자로 오롯한 삶을 살고 있다.
2003년 9월부터 1년간 미국에 파견근무를 가 있는 동안에도 플로리다 한인성당에 성가대를 구성해 활동했고 귀국해 2005~2008년 공군중앙성당 성가대 지휘를 처음으로 맡았다. 2009~2014년에는 서울 신림성모성당과 목동성당 성가대 지휘자로 초청 받은 데 이어 2014년 11월부터 현재까지 다시 공군중앙성당 성가대 지휘자로 봉사하고 있다. 이때 현역 공군 장군으로 복무하면서 성가대 지휘를 하는 찾아보기 힘든 이력을 쌓았다.
백 장군은 “주말에는 아퀴나스 합창단과 공군중앙성당 성가대 지휘자 활동으로 몸은 탈진할 정도로 힘들 때도 있지만 성령께서 나에게 알 수 없는 힘을 부어주시는 것 같다”며 “성음악을 듣고 눈물짓는 신자들을 보면서 주님께 찬미와 영광을 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