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공군중앙본당 성가대 지휘자 백윤형 예비역 준장

박지순 기자
입력일 2018-07-03 수정일 2018-07-03 발행일 2018-07-08 제 3102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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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담았던 부대마다 성음악의 감동 전하려 애썼죠”
생도 시절 합창단 활동하며 성음악 세계에 빠져들어
30년 넘게 군생활하며 성가대 활동 위해 오롯이 봉사
“탈진할 정도로 힘들 때도 성령께서 힘을 주시는 듯”
알 수 없는 힘이 저 위에서 내려온다. 그 힘은 보이지 않는 성령이시다.

군종교구 공군중앙본당(주임 박근혁 신부) 성가대 지휘자로 활동하는 백윤형(알베르토·55·사진) 공군 예비역 준장은 자신이 공군사관학교 생도 시절 포함 30여 년간 오로지 교회음악을 부르고 지휘하는 데 바친 인생을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이끌려 온 여정이라고 반추했다.

백윤형 장군은 1982년 공사 34기로 입교해 1986년 소위로 임관한 뒤 공군 전투기 조종사, 영국 유학에서 비행역학 전공으로 박사학위 취득, 미국 플로리다 중부 사령부 파견, 비행대장과 전대장 등 지휘관, 방위사업청 근무 등 다양한 군 경력을 쌓았다. 2015년 1월 1일 공군 준장으로 진급해 2016년 12월 31일 전역했다.

군 경력만 보면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는 장군 진급까지 했으니 성공한 인물이다. 그러나 백 장군은 34년 군생활 동안 ‘성음악’을 군부대 신앙공동체에 알리고 그 감동을 전하는 데 한 알의 밀알이 됐다. 백 장군은 자신이 몸담았던 부대마다 숨은 신자들을 찾아 성가대를 만들고 지휘자로 열정을 불태웠다.

백 장군은 유치원에 다니면서 일찍이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등 음악적 분위기 속에서 자랐지만 공사 2학년 때인 1983년 말 1년 선배 생도로부터 ‘아퀴나스’ 합창단을 소개받으면서 성음악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평생의 반려자인 아내 윤정원(안나·53)씨도 아퀴나스 합창단에서 만났다. 고(故) 박고영 신부(예수회)가 창단해 지난해 50주년을 보낸 아퀴나스 합창단은 정통 라틴어 성음악을 하는 곳으로 백 장군은 아퀴나스와의 첫 만남에서 새로운 운명이 눈앞에 놓여 있음을 발견했다.

대학에서 종교음악(성악)을 전공한 아내가 직업군인인 남편이 국내는 물론 해외로 근무지를 옮길 때마다 단 1년을 빼고는 항상 옆 자리를 지키며 백 장군에게 음악적 영감을 불어넣어 준 것도 그가 성가대원이자 지휘자로서 헌신적으로 봉사하는 데 밑거름이 됐다.

백 장군이 성가대 지휘자로 데뷔한 것은 2001년 광주(光州)에서 비행대장으로 근무할 때 같은 부대 방공포대대 병사 20여 명을 남성 3부 합창단으로 조직해 주님 성탄 대축일 미사곡을 신자들에게 선사했을 때다. 반주는 아내가 맡았다. 신자들은 ‘이런 성가를 들어본 적이 없다’며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1년 뒤 공군본부로 근무지를 옮겨 삼위일체성당에 다닐 때 기존 성가대 지휘자가 갑자기 타 부대로 발령을 받으면서 아무 준비 없이 2002년 8월 15일 성모 승천 대축일에 지휘자로 ‘공식 데뷔’했다. 지휘하는 내내 땀이 비오듯 쏟아졌다. 백 장군은 이 때 비로소 지휘의 어려움을 느꼈다. ‘이런 식으로 해서는 안 되겠다’ 싶어 2003년 대전가톨릭음악원에 등록해 전문 지휘자로 거듭났다.

그 후부터 백 장군은 성령의 감도(感導)를 받아 성음악 지휘자로 오롯한 삶을 살고 있다.

2003년 9월부터 1년간 미국에 파견근무를 가 있는 동안에도 플로리다 한인성당에 성가대를 구성해 활동했고 귀국해 2005~2008년 공군중앙성당 성가대 지휘를 처음으로 맡았다. 2009~2014년에는 서울 신림성모성당과 목동성당 성가대 지휘자로 초청 받은 데 이어 2014년 11월부터 현재까지 다시 공군중앙성당 성가대 지휘자로 봉사하고 있다. 이때 현역 공군 장군으로 복무하면서 성가대 지휘를 하는 찾아보기 힘든 이력을 쌓았다.

백 장군은 “주말에는 아퀴나스 합창단과 공군중앙성당 성가대 지휘자 활동으로 몸은 탈진할 정도로 힘들 때도 있지만 성령께서 나에게 알 수 없는 힘을 부어주시는 것 같다”며 “성음악을 듣고 눈물짓는 신자들을 보면서 주님께 찬미와 영광을 드린다”고 말했다.

지난 5월 공군중앙성당 성모의밤 행사에서 성가대를 지휘하는 백윤형 공군 예비역 준장(맨 오른쪽). 군종교구 공군중앙본당 제공

■ 공군중앙성당 성가대는

군종교구 공군중앙본당(주임 박근혁 신부) 성가대는 별도의 명칭 없이 ‘공군중앙성당 성가대’라는 이름을 쓰고 있다.

공군본부가 1989년까지 서울 대방동에 위치해 있다 충남 계룡대로 이전했지만 군종교구는 공군중앙성당이라는 명칭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고 성가대 명칭도 이어지고 있다. 직업군인 신자들의 잦은 보직 이동으로 인원 변동도 자주 있다 보니 성가대의 정확한 연혁은 기록으로 남아 있지 않다.

민간본당 성가대의 인적 구성이 일반적으로 여성 70% 내외, 남성 30% 내외 비율인 반면 ‘공군중앙성당 성가대’는 항상 남성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10여 명의 단원 중에서도 대부분 현역 군인인 남성 신자가 여성보다 많다. 여성 단원은 주로 직업 군인의 아내들이다.

남성이 다수를 차지하는 인적구성으로 인해 성가대의 합창은 우렁차고 중후한 느낌이 강하다. 주일미사 참례자는 70여 명 수준으로 많지는 않지만 ‘공군중앙성당 성가대’의 압도적인 성량에 고무된 신자들의 성가 소리로 매 주일 미사마다 성당이 쩌렁쩌렁 울린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