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헌법재판소, 대체복무제 규정 없는 병역법 헌법불합치 결정

권세희 기자
입력일 2018-07-03 수정일 2018-07-04 발행일 2018-07-08 제 3102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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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선 위한 사회교리 원칙에 부합하는 합리적 대안 모색에 교회도 적극 나서야
교회 역시 사회법 존중하지만
넓은 의미의 안보·공익 실현할
다른 형태의 봉사도 인정해야

헌법재판소가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림에 따라 대체복무제 도입에 이바지할 수 있는 교회의 적극적인 대안 모색이 필요하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는 6월 28일 양심적 병역거부와 관련한 헌법소원 및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 규정은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헌재가 이번 결정을 내림에 따라 대체복무제 도입이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교회가 말하는 사회교리와 궤를 같이하고 있어 의미가 적잖다. 아울러 정부와 연대해 합리적 대체복무제 도입에 이바지할 수 있는 교회의 적극적인 대안 모색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결정에서 헌재는 “대체복무제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대법원 판례에 따라 형벌을 부과받음으로, 양심에 반하는 행동을 강요받아 양심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밝혔다. 병역종류조항에서도 ▲현역 ▲예비역 ▲보충역 ▲병역준비역 ▲전시근로역 5가지로 한정해 모든 병역이 군사훈련을 받는 것을 전제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대안으로 논의된 대체복무제는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병역의무를 부과하는 것에 비해 양심의 자유를 덜 제한하는 수단임이 명백하다고 밝혔다.

교회 역시 사회법을 존중하고 있지만 양심적인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 이에게 대체복무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가톨릭 사회교리는 모든 군인이 전 세계의 선과 진리, 정의를 수호하도록 소명을 받았다고 지적하며 무고한 생명을 보호하고자 움직이는 군인들 역시 높이 평가하고 있다. 아울러, 「사목헌장」 79항, 「간추린 사회교리」 503항에서는 “양심의 동기에서 무기 사용을 거부하는 사람들의 경우를 위한 법률을 인간답게 마련하여, 인간 공동체에 대한 다른 형태의 봉사를 인정하는 것이 마땅하다”며 양심에 따라 움직이는 이들에게 사회 공동선에 이바지하는 대안이 필요함을 밝히고 있다.

앞으로 대체복무제가 현실화하면 한국교회 역시 개인의 양심적 판단으로 병역거부를 하는 이들을 비롯해 신학생들의 병역에 대한 적극적인 고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편 우리나라의 특수한 상황에 따라,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병역자원의 감소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입장도 존재한다. 이에 대해 헌재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수는 병역자원의 감소를 논할 정도가 아니고, 현행법상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교도소에 수감할 수 있을 뿐 병역자원으로 활용할 수 없다”며 대체복무제 도입으로 병역자원의 손실이 발생한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전체 국방력에서 병역자원이 차지하는 중요성이 낮아지는 점을 고려하면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더라도 국방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도 짚었다.

우리나라에서 종교적 신념이나 개인의 이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한 인원은 2699명(2013~2017년)이다. 이들에 대해 넓은 의미의 안보와 공익실현에 다가설 수 있는 대체복무제를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황창희 신부(인천가톨릭대학교)는 “양심적 판단에 따라 군대에 입대하는 사람들도 국방의 의무에 따라 선택하는 것이므로 가치가 충분하다”며 “그러나 무기사용이나 타인의 생명에 관계된 것을 지양하는 사람들에게 다양한 방법으로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는 제도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평화를 수호하고 평화를 지켜나가는 방법론은 여러 가지”라고 말했다.

권세희 기자 se2@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