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남북 교류협력’ 주제 심포지엄 연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장 이기헌 주교

박지순 기자
입력일 2018-06-26 수정일 2018-06-26 발행일 2018-07-01 제 3101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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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들이 ‘평화 사도’로서 교류 앞장서자”
남북교류 활성화되면 상호 번영할 수 있어
평화 없이는 통일 무의미함 먼저 이해해야
북한 주민 ‘형제’ 받아들여 복음화 힘쓰길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위원장 이기헌 주교는 “북한 비핵화의 과정처럼 오랜 준비를 거치면 북한 개성에 신학교가 세워질 날도 올 것”이라고 전망한다.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위원장 이기헌 주교(의정부교구장)는 “올해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심포지엄 주제는 지난해 남북 관계가 희망적이지 않은 상태에서 정했지만 올해 들어 한반도는 평화와 번영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으로 놀랍게 바뀌었다”고 말했다.

2018년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심포지엄은 ‘남북 교류협력을 통한 한반도의 미래’를 주제로 6월 21일 오후 대구가톨릭대학교에서 열렸다.

심포지엄을 하루 앞둔 6월 20일 오전 10시 의정부교구청 교구장 집무실에서 만난 이기헌 주교의 표정은 밝았다. 이 주교는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응원단과 예술단 방문, 특사 왕래 등에 이어 열린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으로 형성된 평화 분위기는 남북이 평화 실현뿐만 아니라 한반도 발전을 위해 서로 손잡고 우리 민족끼리 번영을 이룩할 수 있다는 희망을 낳았다”고 밝혔다.

이 주교는 평화 분위기 정착으로 남북이 상호 ‘번영’할 수 있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남한은 한반도 분단으로 지난 70여 년 동안 섬보다 더한 섬으로 살아왔습니다. 남북교류가 활발해 진다면 철도가 남한에서 북한으로 연결되고, 다시 유라시아 철도로까지 이어져, 남한은 한반도라는 지역적 제약을 넘어 시베리아를 거쳐 유럽으로까지 뻗어나가 섬에 갇혀 있던 우리 민족의 시야와 의식의 폭은 광활하게 넓어질 수 있습니다.”

이 주교는 “남북교류 활성화로 인한 한반도 경제발전은 남북 모두에게 ‘윈윈’이 되기 때문에 남한도 경제 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고 북한 역시 오랜 기간 이어져 온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할 새로운 시간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평양이 고향인 실향민이기도 한 이 주교에게 최근의 남북 관계 호전은 커다란 희망과 기대로 다가오고 있다. “최근 한반도에서 일어나는 놀라운 일은 우리 민족을 사랑하시는 하느님께서 보내주신 축복이라는 사실을 제일 먼저 생각하게 됩니다. 우리 국민들도 과거에는 한반도 평화를 너무 멀게 느끼거나 무관심했다면 지금은 한반도 평화의 여정을 가깝고도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이 주교는 한국교회가 향후 남북교류와 종교교류 활성화를 위해 준비해야 할 역할에 대해서도 해답을 제시했다. “신자들이 자신의 마음에 평화의 씨앗을 심어 평화의 사도가 되고 통일보다 평화가 먼저라는 것, 평화 없이는 통일은 무의미하다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또한 북한 주민들을 같은 형제로 받아들여 동질감을 가질 수 있어야 하고 우리가 ‘착한 사마리아인’이 돼 북한 형제들에게 물질적인 협력을 계속해야 합니다.”

이 주교는 남북 화해, 협력 국면에서 북한 선교에 대한 비전도 보여줬다. “사제 없이 긴 세월을 살아 온 북한교회는 많은 점에서 성장이 필요함을 한국교회 신자들이 이해해야 합니다. 평양 장충성당 공동체도 존중하면서 장충성당 재건축을 한국교회 차원에서 추진해야 하겠습니다. 한국교회 사제가 북한에 상주할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하고 안 되면 한 달에 한 번 혹은 대축일에 사제가 북한에 방문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합니다.”

이 주교는 “장기적으로는 북한 출신 신자를 사제로 양성하는 방안도 고민하면서 개성 등에 신학교를 세우는 문제까지도 준비해야 한다”며 “북한 비핵화의 과정처럼 하나하나 풀어가면 개성에 신학교가 세워지는 날도 올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