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하느님 안에서 기쁨 되찾기] 10년째 아이가 없는데 인공수정은 안 되는 건가요

이찬 신부 (성 골롬반외방선교회·다솜터심리상담소장)
입력일 2018-06-26 수정일 2018-06-27 발행일 2018-07-01 제 3101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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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부부 사랑과 인간 존엄성 강조하며 인공수정 반대

【질문】 10년째 아이가 없는데 인공수정은 안 되는 건가요

교회의 가르침에 따르면 인공수정은 윤리적으로 허용이 안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주위에 보면, 가톨릭 신자들 중에서도 그리 큰 고민 없이 인공수정을 시도하는 모습을 많이 봅니다. 저 역시도 결혼한지 10년이 지났는데도 뚜렷한 이유 없이 아이를 가질 수가 없어서 인공수정에 대해 알아보고 있습니다. 인공수정은 전혀 허용이 안될까요?

【답변】 교회, 부부 사랑과 인간 존엄성 강조하며 인공수정 반대

교회의 지도자들은 인간의 불임을 줄이기 위한 연구는 장려해야 한다고 말을 하고 있습니다. 다만 그 연구에는 “하느님의 뜻과 계획에 따라, 인간을 위한 것이라야 하고, 인간의 양도할 수 없는 권리와 참되고 온전한 선익을 위한 연구라야 한다”는 조건이 전제된다고 하고 있습니다.

즉, 부부가 아닌 제삼자의 개입(정자나 난자의 제공, 자궁 대여)으로 부부의 분리를 유발하는 기술은 매우 파렴치한 일이며, 이종(異種)의 인공수정과 착상 같은 기술은 혼인으로 맺어지고 부모라고 알고 있는 남녀에게서 태어날 아기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선언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교회에서는 인공수정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습니다.

가톨릭교회의 가르침이 매우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교회의 가르침은 인간다움, 하느님이 주신 인간의 존엄성을 강조하고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부부와 자녀와의 관계를 서술하고 그리고 각각의 의무와 권리를 선언하고 있습니다.

물론 자녀가 없는 입장에서는 얼마나 엄한 선언일까 생각하면 마음이 아픕니다. 하느님이 자녀를 주실텐데 왜 내게만, 우리에게만 주지 않으시는지 하느님께 하소연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인공수정에 대한 교회의 문헌을 좀 더 보면, 이런 기술들은 오로지 부부 사이에서만 쓰인다면(동종[同種]의 인공수정과 착상) 아마도 덜 비난할 만한 것이 될지는 몰라도, 마찬가지로 도덕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생명에 대한 이런 기술의 지배야말로 부모나 자녀에게 공통적이어야 할 존엄성과 평등의 원칙을 거스르는 일이기 때문인 것입니다.(참고 가톨릭 교회 교리서 2377항)

혼인을 통해서 자녀를 얻게 되는 것은 하느님의 축복이며 매우 감사한 일입니다. 그런데 문헌에서는 자녀가 소유물일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자녀는 부모에게 고유한 부부 사랑의 행위가 맺는 결실이 되는 권리와 또한 임신되는 순간부터 한 인간으로서 존중받을 권리를 가지고 있기에 인공수정에 대한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씀드리자면 교회의 공식 입장이 불임부부에게 어렵게 느껴질 것입니다. 그렇다 보니까 각 개인이 자유롭게 해석하고, 자유롭게 행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이렇게 각자의 입장이 다르고 행하는 방식도 다를 경우, 자기 자신만 원칙을 고집하고 따라가기가 매우 힘들 것입니다. 그것이 자기 인생의 중대사에 관하는 내용일 경우에는 더 그러할 것입니다. 자신의 융통성, 여유로움을 질책하면서 스스로에게 비판을 가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사안이 아닌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교회의 가르침 안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리라 생각을 합니다. 그것이 더욱 우리 삶의 폭을 넓혀주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여러 의학자들이 자연임신 요법들을 개발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어느 곳이든지 규칙, 원칙 등이 존재하고, 우리를 구속하는 듯이 느낄 것입니다만, 그런 규율 안에서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법을 찾아보는 것도 현명한 삶의 지혜는 아닐까 생각을 해 봅니다. 부디 좋은 결과로 하느님의 선물을 받으시길 기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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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 신부 (성 골롬반외방선교회·다솜터심리상담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