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대구대교구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선교현장 탐방 (하) 맞잡은 손, 희망을 싹 틔우다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박원희 기자
입력일 2018-06-26 수정일 2018-06-27 발행일 2018-07-01 제 3101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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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박한 땅에도 서서히 영글어가는 주님 사랑
한국 선교사들 활동하면서 교육·의료·자립 사업 등 진행
방기대교구 미래 이끌어 갈 신학생들도 대구서 공부 중

5월 28일 람비공소를 찾은 방문단을 향해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손을 흔들고 있는 공소 어린이들. 선교사들의 노력으로 방기대교구는 조금씩 미래에 대한 희망을 키워가고 있다.

대구대교구는 2011년 교구 설정 100주년 기념사업의 하나로 제2차 교구 시노드를 실시했다.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이하 중아공) 선교사제 파견도 시노드 후속조치로 시행했다. 그동안 받은 것을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돌려주기기 위해서다. 이미 중국과 볼리비아, 프랑스 등 세계 각지로 사제를 파견하고 있는 대구대교구는 중아공 선교사제 파견을 통해, ‘사회복지’에 관한 개념조차 없는 현지에 들꽃마을을 세우고 소외된 이들에게 가족이 되어줄 수 있도록 했다.

중아공 들꽃마을 원장 김형호 신부(보얄리 삼위일체본당 주임)는 “복지는 도움을 주고자 하는 이의 생각보다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의 현실에 집중해야 한다”면서 “국민 모두가 가난하다 말할 수 있지만, 그 중에서도 진정으로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가족이 되어주고 그들과 함께 살아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들꽃마을 설립자 최영배 신부(들꽃마을 후원회 전담)는 “중아공 현지를 둘러보면서 하느님께서 함께하심을 느낄 수 있었다”면서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셨던 예수님을 본받아 선교사제들도 그들과 함께 살며, 하느님 사랑을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대구대교구가 아프리카 대륙까지 선교사제를 파견할 수 있었던 것은 1980년대 말부터 중아공 현지에서 활동해온 샬트르 성바오로 수녀회 대구관구 수녀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처음으로 중아공에 파견된 이영희(카타리나) 수녀는 올해로 30년째 중아공에서 활동하고 있다. 몇 년 전 소임을 마치고 관구 본원으로 돌아갔었지만, 이 수녀는 아이들을 위해 ‘모래치료’ 프로그램을 배워 다시 중아공으로 돌아왔다. 이 수녀는 전쟁 트라우마로 힘겨워 하는 아이들을 만나며, 조금씩 변화되는 아이들 모습을 확인하고 있다.

조정화(율리에타) 수녀도 중아공에서 지낸지 20년이 넘었다. 선교사로 파견된 직후부터 주민들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는 조 수녀는 장애인들을 위한 복지시설을 세워 재활을 돕기도 하고, 파티마 분원 보건소에서 오랜기간 소임을 맡아 일했다. 현재는 샬트르 성바오로 수녀회 중아공 준관구에서 분원장 소임을 맡고 있다. 2012년 파견된 최삼숙(클라라) 수녀는 방기에서 차로 2시간 넘게 떨어진 보다(Boda)에서 활동하고 있다. 중아공 카리타스에 소속돼 활동하는 최 수녀는 지역의 여성들에게 실생활에 필요한 바느질부터 위생교육까지 다양한 기술 및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하며 자립을 돕고 있다.

방기대교구는 신학생 2명을 2012년 8월 한국에 파견했다. 이때 파견된 에리찌에, 크리스티앙 부제는 지난해 부제품을 받고 현재는 대구대교구 내 본당에서 사목실습을 하고 있다. 내년 1월 사제품을 앞두고 있는 두 부제는 4년간 대구대교구에서 사목활동을 펼치고 현지로 돌아갈 예정이다. 지난해 한국으로 온 소베르, 악셀 신학생은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에서 공부를 시작했다.

대구대교구는 신학생 외에도 현지에서 장학생을 선발해 한국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요키(YOKI)와 베이카(VEIGA) 학생은 컴퓨터정보통신공학을, 루미에르 마마두(Lumiѐre MAMADOU) 학생은 심리학을 전공하고 있다. 3명 모두 대학원에서 석사과정 중에 있다. 뒤늦게 온 레지스(Regis) 학생은 건축공학부 2학년에 재학 중이다.

대구대교구 총대리 장신호 주교를 비롯한 방문단이 5월 29일 중앙아프리카공화국 현지에서 활동 중인 선교사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뒷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형호 신부, 이병훈 신부(들꽃마을 상임이사), 장신호 주교, 최영배 신부(들꽃마을 후원회 전담), 들꽃마을 봉사자 편두현씨, 김정철 신부, 손기철 신부(통합의료진흥원 전인병원 원장), 이영희 수녀, 최삼숙 수녀, 조정화 수녀.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선교후원계좌※

대구은행 504-10-129708-7 예금주 (재)대구구천주교회유지재단

문의 053-250-3011 대구대교구 관리국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들꽃마을 지정후원※

국민은행 629701-04-163998 예금주 사회복지법인들꽃마을

문의 054-955-4133-4 들꽃마을 법인사무국

■ 인터뷰 - 방기대교구장 듀도네 추기경

“이방인 아닌 동반자 되어 함께 하느님 나라 꿈꾸길”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들꽃마을은 중아공 현지에서 가정공동체를 지향하는 첫 번째 사회복지시설입니다. 앞으로 도움이 필요한 가난한 이들에게 따뜻한 안식처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더불어 그곳에서 생활하는 들꽃마을 가족들이 더 이상은 업신여김을 받지 않고, 하느님 사랑 안에서 기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지난 5월 31일 저녁, 대구대교구 중아공 방문단을 주교관으로 초대한 방기대교구장 듀도네 은자빠라잉가(Dieudonné NZAPALAÏNGA) 추기경은 중아공 들꽃마을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또 선교사제들이 본당 사목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과 함께 하느님 나라를 꿈꾸며 살아가길 바란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듀도네 추기경은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복음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는 대구대교구 선교사제들의 모습을 보면서 큰 감동을 받았다”며 “중아공 신자들은 이곳 현지인 사제들과는 또다른 방식으로 사목하는 대구대교구 선교사제들을 너무나 사랑하고 반기고 있다”고 말하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계속된 내전에도 불구하고 사제관을 지키며 선교활동을 준비한 대구대교구 선교사제들의 모습은 중아공 신자들에게 큰 힘으로 작용했다. 이러한 선교사제들의 열망은 인식부터 변화시켰다. 이방인이 아니라 함께 나아갈 동반자라는 인식을 심어주게 된 것이다. 전쟁을 피해 안전한 곳으로 가려던 현지 신자들도 사제관에 불이 켜져 있는 모습을 보고는 위안을 얻어 진정한 평화가 오길 함께 기도했다고 한다.

“이곳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 한국 선교사제를 파견해 주신 하느님과 대구대교구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아주 열정적으로 사목하는 그들의 모습은 이곳 사제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방기대교구 신학생들도 올바르게 성장해 한국에서 선교사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주길 기대합니다.”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박원희 기자 petersco@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