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2018 심포지엄 ‘남북 교류협력 전망과 한반도의 미래’

박지순 기자
입력일 2018-06-26 수정일 2018-06-27 발행일 2018-07-01 제 3101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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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기도운동으로 남북 ‘정서적’ 교류협력에 앞장서자”
남북 관계 다방면에서 교류협력 확대될 것으로 진단
북한에 대한 우리 국민 인식 새롭게 할 필요성 강조
"한국교회, 북한 취약계층 찾아 돕는 노력 기울여야"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가 6월 21일 오후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대강당에서 마련한 심포지엄 중 임강택 박사가 발제를 하고 있다. 사진 박원희 기자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위원장 이기헌 주교)는 6월 21일 오후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대강당에서 대구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위원장 이기수 신부) 주관으로 2018년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심포지엄을 열었다.

‘남북 교류협력 전망과 한반도의 미래’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심포지엄은 4월 27일 남북 정상회담, 6월 12일 북미 정상회담이 연달아 열리면서 한반도가 평화의 격랑에 휩싸인 급변기에 열려 교회 안팎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이 점을 반영하듯 조환길 대주교(대구대교구장), 이기헌 주교(의정부교구장), 통일사목에 종사하는 사제단과 수도자, 북한문제 연구자 등 200여 명이 참석해 심포지엄 발표 내용에 귀를 기울였다.

조 대주교는 기조강연을 맡아 “남북 두 정상이 군사분계선을 넘어왔다 다시 넘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뭉클했고 ‘스트롱 맨’이라 불리던 북미 두 정상이 만나는 장면은 꿈처럼 현실로 다가왔다”며 “정전협정 65년이 지난 올해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이 차츰차츰 이뤄진다면 한반도 평화는 세계 평화에 연결되고 우리 꿈은 현실로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

■ 발제 / 통일연구원 임강택(마르티노) 박사

- ‘판문점선언’은 놀람과 감동

발제를 진행한 통일연구원 임강택(마르티노) 박사는 남북미 관계의 새로운 전개 가능성을 검토한 뒤 남북 교류협력 전망과 과제를 제시하고 한반도의 미래를 진단했다.

임 박사는 우선 현재의 한반도 상황에 대해 “북한 연구만 30년 동안 해온 연구자 입장에서, 북한을 이해하는 우리나라 국민들의 격차는 이념이나 세대에 따라 컸던 것이 현실이지만, 올해 들어 국민 대다수가 한반도의 변화나 우리의 대북정책에 공감 내지 동의하고 있는데 처음 보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임 박사는 남북 관계에 새 이정표를 세운 것으로 평가되는 4·27 ‘판문점선언’에 대해서는 ▲지속가능한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기틀 확보 ▲한반도 냉전 종식과 항구적 평화정착의 전기 마련 ▲한반도에 전쟁 없는 새로운 평화시대 개막 ▲남북관계 발전과 비핵화의 선순환 구조 구축을 위한 토대 마련 등으로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 남북 정상회담은 처음에는 우려 속에 시작했지만 놀람과 감동으로 끝을 맺어 양 정상 간 신뢰를 제고하는 한편 남북 정상회담 정례화 가능성을 높여 남북 대화 동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도 내놨다.

- 북미 회담, 한반도 전쟁 가능성 줄여

전 세계로부터 초미의 관심을 받으며 우여곡절을 거쳐 성사된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해서는 “불과 6개월 전만 해도 북한과 미국은 핵전쟁 위협까지 주고받으며 한반도에 전쟁 위험을 높였지만 북미 정상회담의 결과로 한반도는 전쟁공포에서 벗어난 것만큼은 분명하다”고 해석했다. 북미 정상회담 공동선언문이 ▲미국의 북한 안전보장과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교환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한반도의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 합의 ▲판문점선언 재확인 ▲6·25전쟁 포로와 행방불명자 유골 발굴 및 송환 합의 등을 담고 있고, 북한은 최고 정치 지도자가 결정한 대로 국민들이 따라가는 나라이기 때문에 북한에는 북미 정상회담이 유효하게 작용할 것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전쟁 걱정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안도할 수는 있겠지만 이번 한 차례의 북미 정상회담으로 북미 간에 신뢰가 쌓였다고까지는 보기 힘들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임 박사는 남북, 북미 정상회담 결과 분석을 바탕으로 향후 남북, 북미, 한미관계가 어떻게 변화할지 예측했다. 북미 관계는 정상회담에 이은 실무회담을 통해 구체적인 비핵화 프로세스가 결정되고 양국 관계 개선 조치들이 점진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남북 관계는 동시다발적으로 남북 당국회담이 열리면서 다방면에서 교류협력이 전면적으로 개선,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점쳤다. 향후 한미 관계는 한미 군사훈련의 잠정적 중단을 포함해 전략적으로 협력체제를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 ‘지금의 북한’ 알려는 노력 선행돼야

임 박사는 새로운 시대, 새로운 상황에서 남북 교류협력을 추진하기 위한 과제도 제시했다. 특히 ‘교류협력의 생태계 복원’을 강조하면서 자연의 생태계를 복원하듯 남북교류를 되살리려면 남과 북을 갈라놓았던 ‘정서적 장벽’을 걷어내고 물자가 남북을 이동할 수 있는 통로를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남한 주민들이 북한에 대한 인식을 근본적으로 새롭게 할 것을 요구했다. “우리 국민들이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은 10년 전에 머물러 있는 반면 북한은 지난 10년간 경제적으로 변화, 성장하는 등 10년 전과는 다른 나라가 돼 있어 북한을 제대로 알려는 노력이 선행될 때 남북 교류, 협력도 활발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남북 교류협력에 우선적으로 필요한 우리 사회의 공감대를 형성하려면 교회가 중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며 “교회 내에서 남북 관계 발전을 위한 기도운동과 일치운동이 계속돼야 한다”고 요청했다. 이어 “북한경제가 성장하면서 북한 내에서도 경제 사각지대와 취약계층이 생겨나고 있는 만큼 교회가 북한의 약자들을 찾아 돕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 토론과 질의응답

-교류협력, 교회 역할도 현실화될 것

최기원 신부(광주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위원장)는 토론자로 나와 교회 내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기도운동의 역사와 ‘가톨릭 대북인도지원단체협의회’ 구성을 위해 힘쓰는 한국교회의 노력을 소개했다.

이어 “민족의 화해와 일치, 남북 교류를 위해 한국교회가 해왔던 일들은 돌아오는 것이 없음에도 사랑을 실천하려는 노력”이었다면서 “현재 한반도의 상황이 과거에는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많은 일들이 현실로 구체화되고 있어 한국교회의 사명도 이상만으로는 머물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최 신부는 2000년 이후 한국 조계종의 북녘 사찰 복원불사를 예로 들어 “불교계의 북한 사찰 복원사업은 단순한 문화재 복원에 머무르지 않고 문화포교의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라며 “우리 가톨릭교회도 북한에 있었던 수도원과 신학교, 성당들을 전수조사 해 문화재 복원사업과 연계하고 북녘 복음화를 위한 거점으로 활용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또한 북한에서는 유일한 성당인 평양 장충성당 재건축사업도 계획대로 이뤄져야 한다는 뜻을 전하면서 “분단 상황에서 살아가는 신앙인들의 분명한 시대적 사명은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이루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영경 교수(통일교육원)는 앞선 토론에서 “김정은 정권 등장 이후 한반도 전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민족 동일성은 약화되고 남북 주민 사이에 분리의식은 상당히 커져 교회에서는 평화와 나눔의 심성을 심는 교육사업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질의응답 시간에는 북한 선교가 어떤 방식으로 가능할 것인지 묻는 질문이 나왔다.

임강택 박사는 “중국의 종교정책이 참고가 될 듯하다”면서 “북한 주민을 직접 상대로 하는 선교는 쉽지 않겠지만 종교인들이 북한에 들어가 봉사활동이나 경제적 지원사업을 하는 길은 열릴 수 있다”고 답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