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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인의 눈] 가짜 뉴스, 지구촌의 새로운 재앙 / 김지영

김지영(이냐시오) 전 경향신문 편집인
입력일 2018-06-19 수정일 2018-06-20 발행일 2018-06-24 제 3100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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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을 위한 미디어 리터러시 ①
가짜 뉴스(Fake News)는 이제 인류의 난제가 됐다.

지구촌의 새로운 재앙으로 등장한 것인데, 전쟁이나 기아·질병·환경오염처럼 완전한 해결책이 없다.

현재 이 새로운 재앙으로부터 사람들을 구하려는 대책의 기본 방향은 크게 두 가지. 첫째는 가짜 뉴스의 유통과 노출을 최소화하는 것이고, 둘째는 미디어 이용자들이 가짜 뉴스를 식별할 수 있는 능력을 갖도록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 교육을 통해 도와주는 것이다.

첫 번째 방향의 구체적 대책은 정부와 업계에서 각각 추진하고 있다. 먼저 정부 차원의 대책을 보면, 이미 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가짜 뉴스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법과 제도를 마련해오고 있다. 독일의 경우, 올해부터 ‘가짜 뉴스 금지법’이라고도 불리는 ‘네트워크 운용개선법’을 시행 중이다. 이 법은 사용자가 게시한 가짜 뉴스, 그리고 특정집단에 대한 차별 및 혐오발언에 대해 누구라도 불만을 제기하고 이에 대해 위법하다는 판정이 내리면, 정부가 해당 기업에 대해 최대 640억 원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또 트위터나 페이스북, 유튜브와 같은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기업들은 이용자와 방문객들이 불만 신고를 할 수 있도록 서식을 제공토록 하고 있다.

업계 차원에서는 주로 가짜 뉴스를 미리 걸러내는 정책을 쓰고 있다. 가령 페이스 북과 같은 기업은 언론매체의 신뢰도에 등급을 매기고 신뢰도가 높은 매체의 정보를 우선 선택해 제공하는 정책을 실시하기 시작했다.

이렇듯 많은 나라 정부와 관련 업체들이 법과 제도, 정책을 시행하고 있거나 준비하고 있으며 이 시간 현재에도 세계 곳곳에서 가짜 뉴스 막기를 위한 논쟁이 뜨겁게 진행되고 있다. 그럼에도 법이나 제도, 정책들은 가짜 뉴스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는 없을 뿐 아니라, 사실상 최소한의 차단 기능밖에 하지 못한다.

오늘날 뉴스는 예전의 신문이나 방송처럼 제한된 매체들이 취재-보도문장 작성-제작 등의 치밀한 공정을 거쳐 생산되는 것이 아니다. SNS에서 개인 페이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인터넷 매체들이 순식간에, 그리고 쉴 새 없이 엄청난 양의 뉴스를 생산하고 유포하고 있는 것이다. 매체 이용자 누구나 기자와 프로듀서 역할을 할 수 있게 됨으로써 디지털 플랫폼 시대는 저널리즘 지형에도 큰 변화를 몰고 왔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정확성이나 공정성, 객관성이라는 기존 저널리즘의 원칙으로 볼 때 뉴스라기보다는 이른바 ‘찌라시’ 수준의 정보가 넘치고 있으며 걔중에는 가짜 뉴스 역시 셀 수 없이 많다. 또 기업 사이트와 개인 사이트에 이르기까지 진짜 뉴스와 가짜 뉴스를 가리지 않고 선정적 콘텐츠를 올려 이용자들의 눈길을 끌고, 광고를 붙여 돈을 벌려고 한다. ‘클릭’이 곧 돈이 되는 세상이 됐다.

어느 나라나 선거 때는 마타도어(matador:흑색선전)와 다름없는 가짜 뉴스들이 판을 치기도 한다.

이 때문에 학계에서는 우선 SNS 기업의 웹사이트부터 콘텐츠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광고 효과를 최대한 높이는, 즉 수입 올리기에 급급한 비즈니스 모델을 양질의 정보 유통 중심 모델로 바꾸어야 한다는 말이다.

가짜 뉴스 대책의 첫 번째인 법과 제도·정책들도 가짜 뉴스를 막기 어렵다고 했지만, 이보다 더 어려운 것은 독자나 시청자 개인이 가짜 뉴스를 식별해내는 일이다. 일반 독자들이나 시청자들은 물론, 전문가인 언론계 종사자들도 사실 자체가 조작된 가짜 뉴스는 식별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보자. 지난달 서울남부지법이 해당 기자에게 명예훼손혐의로 유죄판결을 내리게 한 가짜기사의 요지다. ‘···여배우 B씨가 한 식당에서 음식을 먹고 배탈이 난 뒤 식당주인을 상대로 돈을 뜯어냈고 의료사고를 빌미로 병원으로부터 거액의 합의금을 받아냈다.’

또 다음은 2016년 미국 대통령선거 당시 페이스북으로 널리 유통된 가짜 뉴스의 제목이다. ‘위키리스크, 클린턴이 이슬람 국가에 무기 판매 확인’

어느 누가 이런 기사를 접하자마자 가짜 뉴스임을 알 수 있겠는가. 사실 자체를 조작한 가짜 뉴스들은 결국 그 내용이 이용자들 사이에 논란이 된 끝에 사실이 드러나거나, 관련 언론기관이나 당국의 심의 및 조사를 받은 뒤에야 진위가 밝혀진다.

이처럼 사실 자체를 조작한 가짜 기사는 식별하기가 어렵지만 현재 ‘가짜 뉴스’의 개념은 좀 더 포괄적이다. 말하자면 사실자체를 조작한 기사 외에도 왜곡·과장한 기사처럼 정확성·객관성·공정성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기사는 가짜 뉴스의 범주에 들어간다.

이 같은 설명을 전제로, 개인이 가짜 뉴스를 식별할 수 있는 요령에 대해 다음 칼럼부터 미디어 리터러시를 게재하고자 한다.

■ 외부 필진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김지영(이냐시오) 전 경향신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