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밀알 하나] 나의 역할이 무엇일까? / 서영준 신부

서영준 신부 (효명중·고등학교 교목실장)
입력일 2018-06-11 수정일 2018-06-12 발행일 2018-06-17 제 3099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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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한 주를 돌아보며 내가 학생들에게 다가간 모습을 떠올려보니 유독 잔소리를 많이 했던 내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한 학급의 담임을 맡다보니 잔소리가 늘어나는 것 같다. 이런 저런 중요한 공지사항들을 조회 및 종례 시간에 전달하는데 못 들었다는 등 꼭 듣지 않는 학생이 있어 잔소리를 하고, 수업 시간에 딴 짓을 하거나 누가 산만해서 수업에 방해가 되고, 보건실을 다녀온다는 핑계로 오랜 시간 들어오지 않고 놀다가 들어와 발각돼 교무실에 끌려오는 우리 반 학생이 누가 있다는 얘기를 선생님들께 들을 때 어김없이 잔소리를 하게 된다. 또 방과 후 수업을 말없이 여러 차례 도망가는 우리 반 학생이 있다는 얘기를 들을 때면 내 마음 속에서는 울화가 치밀고 그대로 당사자인 학생에게 화를 내며 또 잔소리하게 된다.

내가 지금 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 뭘까? 학생들의 잘못들을 보게 된다. 그리고 당연히 그러한 잘못을 꾸짖는다. 그것이 마냥 일상이 돼 버렸다. 그래서 묻게 된다. 내가 정말 봐야 하는 것이 뭘까? 나는 진정으로 무엇을 바라보아야 하는 것일까?

교목 신부로서 내가 정말 볼 수 있어야 하는 것은 분명 하느님께서 모든 이가 열매 맺을 수 있도록 심어주신 씨앗이라 할 수 있는 ‘가능성’일 것이다. 학생들에 대한 내 생각이 부정적인 의미 안에서 단편적으로만 보고 있다면 그것은 그 학생이 정말 가능성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 학생이 가진 가능성을 보지 못하는 나의 한계를 문제 삼아야 한다. 그 가능성을 알아봐 줄 수 있는 내가 되기 위해 나의 안목, 나의 능력을 계속해서 개발하고 키워나갈 수 있어야 하겠다. 또 그것이 내가 지녀야 하는 신념이자 확신이어야 하겠다.

내가 주로 잠겨있어야 하는 생각, 늘 기억해야 하는 것은 학생들의 잘못이 아니라 바로 그러한 신념이자 확신이기에, 그러한 내가 될 수 있도록 다시금 지금 내가 해야 하는 역할을 생각해 본다. 현재 한 학급의 담임으로서, 또 전반적인 종교 행사와 학생들 인성 프로그램을 책임지는 건학인성부장이라는 직책을 맡고 있는데 어떻게 하면 위와 같은 신념과 확신이 보다 실현될 수 있도록 할 것인가 하는 고민을 해 본다. 그런 와중에 스스로에게 요즘 던지고 있는 질문은 ‘내년에도 내가 한 학급의 담임을 맡는 것이 좋은 것일까, 그것이 정말 내가 해야만 하는 역할일까’라는 생각도 해 본다.

그에 대한 답은 없지만 분명한 것은 나의 가장 밑바닥에 있어야 하는 근본 뿌리, 생각이 무엇이어야 하는가를 늘 잊지 말아야 겠다. 바로 모든 이가 가지고 있는 가능성을 발견하는 것. 그러한 가능성을 발견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고, 또 그것이 내가 가진 가능성을 또한 발견하는 길일 것이다. 그렇게 나를 발견해 나아가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발굴하고 개발하여 다른 누군가를 위하는 마음 안에서 무언가를 행할 때, 그것이 곧 너 자신처럼 이웃을 사랑하는 예수님의 말씀에 따라 사는 것이 아닐까 한다. 그것이 분명 최선을 다해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인 동시에 이웃을 사랑하는 길임을 다시금 생각하며 내가 바라보고 또 해야 하는 역할이 무엇인가를 다시금 다잡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서영준 신부 (효명중·고등학교 교목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