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하느님 안에서 기쁨 되찾기] 매사에 죄책감이 느껴집니다

이찬 신부 (성 골롬반외방선교회·다솜터심리상담소장)rn
입력일 2018-06-11 수정일 2018-06-12 발행일 2018-06-17 제 3099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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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매사에 죄책감이 느껴집니다

항상 죄책감이 느껴져서 괴롭습니다. 무슨 일에서든 저 스스로를 자꾸 탓하게 됩니다. 친구나 직장 동료와의 관계에서도 뭐든지 내 자신이 잘못해서 관계도 잘 안 풀리는 것 같고 일도 잘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그런 생각 안 해도 된다고 말하지만, 그런 말을 들을 때조차도 내가 잘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해야 이런 마음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답변】 차가운 태도 변화되도록 더욱 더 따뜻하게 대해보면 어떨까

“나는 어떤 일도 잘 해낼 수가 없어. 그런 나를 아무도 좋아할 수 없을 거야. 내가 하는 일마다 다 잘못되었거든. 나는 정말 부족해. 다 내 책임이야. 아 또 잘못을 하다니 정말 괴로워.” 이런 심정으로 두려움과 패배감에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죄책감을 많이 느끼는 사람들은 책임감을 강조하는 가정환경에서 자라난 경우가 많습니다. 경박한 놀이를 하거나 충동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수치스럽고 무책임한 것이라고 교육받아 왔을 것입니다. 어떤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들의 반항을 억제하기 위해 죄책감을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부모들은 아이들이 책임이나 의무를 다하지 못했을 경우에 죄책감을 느끼도록 유도합니다. 이렇게 되면 아이들은 자기 자신에게 지나치게 높은 기준을 제시하며 스스로 위축이 되고 어려움에 빠지고 우울해집니다.

물론 부모의 영향만으로 죄책감이 형성되지는 않습니다. 개인의 성격적 특질이나 기질 등에 따라 죄책감을 느끼는 정도에 차이가 있을 수 있으며, 상황적 요인으로 인하여 죄책감이 낮아지거나 높아지는 변화를 경험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따라서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당연히 건강한 죄책감은 필요합니다. 건강한 죄책감이란 도덕적 수치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양심을 형성하고 행동의 한계를 세우기 위한 건강한 죄책감이 필요합니다. 이런 죄책감이 없다면 우리는 마음대로 하다가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히고 말 것입니다. 그렇다고 죄책감에 지나치게 휘둘리면 어려움에 봉착하게 됩니다.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에게도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많은 연구에 의하면, 죄책감은 신학, 인류학, 심리학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인간의 근원적인 감정으로서 오랜 시간 동안 다뤄져 왔다고 합니다. 특히 종교적 영역에서는 하느님의 뜻을 거스르고 죄를 저지른 인간이 느끼는 두려움과 수치심, 양심의 가책 등에 연구가 이어져 왔습니다. 성경의 많은 부분에서 스스로 죄인이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을 용서하시는 예수님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예수님께서 당신의 죄를 용서할 것이라고 이야기를 해도 사람들은 잘 믿지 못하곤 합니다. 이는 스스로 용서할 수 없기 때문에 생겨나는 일입니다. 자신이 책임을 다 하지 못해서 생겨난 일이고 끝까지 책임을 지지 않은 자신을 잘못한 것으로 자책하게 되고, 그래서 스스로를 박해하고 괴롭게 합니다.

사람에게 양심은 자기를 판단하는 기준이 됩니다. 그리고 양심뿐만 아니라 엄격한 자기 평가, 자기비판 등이 스스로를 처벌하는 기능을 지니게 됩니다. 그래서 자기 평가를 너무 엄격하게 하지 말고, 경우에 따라서 다른 방식으로 이렇게도 할 수 있고 저렇게 할 수도 있다고 편안하게 자신을 알아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상황에 관계없이 모든 것의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는 것은 너무 가혹합니다. 자신의 입장도 이해해서 자신을 돌보는 일도 매우 중요합니다. 잘 못했다고 자기 자신을 몰아세우지 말고, 예수님께 자신을 용서해 달라고 청하면서 스스로도 용서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도 매우 중요할 것입니다.

만일 어떤 행동을 하여 죄책감을 느낀다면, 우선 그 행동이 일어나게 된 문제를 똑바로 대면하고,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수용하며, 문제의 핵심이 무엇인지 또한 그것을 위해서 어떻게 기도해야 할지를 청해보시면 좋겠습니다.

※ 질문 보내실 곳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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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 신부 (성 골롬반외방선교회·다솜터심리상담소장)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