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마당

[독자마당] "열차 타고 성지순례 다녀왔어요”

원윤자(율리안나·수원교구 오산 갈곶동본당)
입력일 2018-06-11 수정일 2018-06-25 발행일 2018-06-17 제 3099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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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신자 열차 성지순례, 아! 생각만 하여도 가슴이 설렜다. 우리 공동체 모두가 열차를 타고 성지순례를 갈 수 있을까? 과연 그날이 올까? 그 많은 형제, 자매들이 안전하게 다녀올 수 있을까? 이런 의구심들이 열차처럼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그러나 ‘하느님께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마르 10,27)’는 말씀처럼 그날은 실현되었다. 성모님의 달에 진행된 전 신자 열차 성지순례는 2017년 말부터 계획하고 준비해왔다. 대략의 인원파악과 예약 그리고 여행자보험가입과 현지답사, 무엇보다도 봉사자들의 아낌없는 희생과 기도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리라.

열차 아홉 칸을 통째로 빌려 오산역에서 제천 배론성지를 향해 출발했다. 유모차를 탄 아이에서부터 어르신까지 행복 가득한 웃음소리도 함께 레일 위로 칙칙폭폭 달려갔다. 차창 밖으로는 푸르른 신록이 펼쳐져 있었고 군데군데 무리를 지어 핀 꽃들이 우리들에게 반가운 손짓을 하고 있었다.

1시간 가량 달려갈 즈음 주임 신부님은 지루해질세라 통로를 오가며 성경퀴즈를 내셨고, 점수를 많이 받은 구역에 상품권을 전달해 주기도 하셨다. 2시간 반을 달려 제천역에 도착했다. 그리고 제천시에서 제공하는 버스를 갈아타고 성지로 향했다.

짧은 거리 이동 중에도 안내해설사가 동승하여 배론성지에 관한 안내와 더불어 기타 여행지 정보도 알려줬다. 바로 전날까지 비가 많이 왔는데 날씨가 좋아진 것이라며 순례 및 야외활동에 더할 나위 없는 선물을 하늘에서 주셨다고 하였다.

이토록 아름다운 날에 함께 하는 성지순례, 가장 아름다운 기억으로 가슴 한쪽에 기억되리라. 성지 순례 후 오후에는 제천 전통시장과 한방체험을 하는 시간도 가졌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열차 안에서는 ‘일일판매원’으로 변신한 주임신부님과 총회장님이 추억의 계란과 사이다, 기타 간식거리를 판매하셨다. 판매수익금으로 청소년들에게 ‘사랑의 고기’를 한 번 먹이기 위해서란다. 이렇게 아름다운 ‘사랑의 열차’는 레일 위를 달려갔다가 무사히 다시 되돌아왔다.

‘가장 아름다운 성모성월에 전 신자 성지순례를 기억하며’라는 문구가 새겨진 신부님의 선물도 받았다. 신부님의 마음이 새겨진 ‘사랑의 스카프’를 두르고 가는 형제, 자매들의 얼굴은 알록달록 어여쁜 꽃송이로 물들고 있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아멘!

원윤자(율리안나·수원교구 오산 갈곶동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