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수원교구 ‘주일학교 청소년 노동인식 실태조사 보고서’ 발표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18-06-11 수정일 2018-06-12 발행일 2018-06-17 제 3099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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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당 청소년 위한 ‘노동인권 교육’ 시급하다
정평위·사회복음화국·청소년국 77개 본당 2145명에 설문조사
노동을 ‘힘듦’ ‘노력’으로 인식, “본당서 노동권 못 배워” 89.9%
사회교리 교육 필요성 제기

교회는 사람이 노동을 통해 “하느님 모습대로, 하느님을 닮게 창조된 인간의 심오한 정체성을 확인한다”(「간추린 사회교리」 275항 참고)고 노동의 존엄성을 강조한다.

그러나 주일학교를 다니는 청소년들은 노동을 ‘힘듦’(31.2%), ‘노력’(17.8%)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노동에 대해 ‘보람’, ‘인간’ 등을 떠올리는 비율은 각각 3.7%, 3%로 낮아 청소년들에 대한 노동인권 교육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 같은 결과는 수원교구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김형중 신부, 이하 수원 정평위)가 6월 11일 공개한 ‘2018년 수원교구 중고등부 주일학교 청소년 노동인식 및 아르바이트 실태조사 보고서’를 통해 발표됐다.

이 보고서는 수원 정평위가 교구 사회복음화국(국장 최병조 신부), 청소년국(국장 김형태 신부)과 공동으로 지난 4월 15일~5월 15일 수원교구 내 77개 본당 2145명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의 분석결과다. 수원교구 주일학교 학생 수는 중등부 5215명, 고등부 2402명(한국천주교회 통계 2017)으로, 이번 설문에는 전체 학생 중 28.1%에 달하는 청소년들이 참여했다. 수원교구 내 청소년 대상 조사에서 이번처럼 광범위한 표본을 대상으로 조사가 이뤄진 사례가 드물어 교구 청소년사목 측면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평가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주일학교 청소년들은 ‘노동자의 권리에 대한 인식’도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도 노동관계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음’과 ‘근로계약서를 작성해야 함’에 대해 응답 청소년의 43.4%, 44.6%는 각각 ‘모른다’고 응답하는 등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노동권에 대해서도 절반 가까운 비율의 청소년들은 모르고 있었다.

또 응답자의 89.9%는 성당에서 노동권을 배운 적이 없다고 응답, 교회 내 노동교육 현황이 얼마나 열악한 지 드러냈다.

조사결과 보고서를 작성한 전국불안정노동 철폐연대 상임활동가 한상규씨는 설문에서 청소년들이 ‘천주교 신자들이 일하는 사람들을 위해 좋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질문에 긍정하는 응답이 65.3%인 점과 관련해 “천주교 청소년들이 노동인권에 대한 감수성이 상대적으로 높고 천주교(신자들)의 역할에 대해 상당한 기대를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신자 청소년들의 신앙과 노동인식’을 연구한 정준교(스테파노·다음세대 살림연구소) 소장은 아르바이트를 하는 신자 청소년들 중 43.87%가 부당노동행위를 경험했지만, 주일학교에서 사회교리를 배운 청소년의 비율은 8.0%에 그치는 문제점도 지적했다. 이에 관해 정 소장은 “(주일학교 교리)교사 연수과정에 사회교리가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방편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수원 정평위 위원장 김형중 신부는 “각 본당에서 노동인권 교육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청소년의 비율이 68.1%라는 사실은 교회 청소년들도 자신들의 여러 구체적인 삶의 문제에 대해 그리스도인으로서 삶과 실천은 어떠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도움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삶의 실질적 문제와 가치를 다루는 노동 교육에도 교회가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