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57세부터 스테인드글라스 공부 시작한 임상만 신부

성슬기 기자
입력일 2018-06-11 수정일 2018-06-12 발행일 2018-06-17 제 3099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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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술도 성당의 일부… 전문적 관리에 힘 보태고 싶어”
본당 사제로서 성당 신축하며 
성미술 매뉴얼 제작 필요성 느껴
대학원에서 수학하며 작품 활동

임상만 신부는 “졸업 후 성당과 성미술에 대한 매뉴얼을 만들어 동료와 선후배 사제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한다.

처음 스테인드글라스를 접할 때는 살짝 겁이 났다. 미술 분야 쪽으로는 어떤 경험도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술의 세계는 생각보다 굉장히 다양했다. 회화적 기법은 부족했지만, 스테인드글라스를 제작하기 위한 창작의 영역은 얼마든지 넓었다. 그래도 “캔버스 앞에만 서면 떨린다”는 그는 작품을 드로잉 할 수 있는 자신만의 방법을 찾았다. 최근 전시회도 열었다. 그 주인공은 바로 교구 사제다.

임상만 신부(서울 상도동본당 주임)는 내년 2월 인천가톨릭대 대학원 그리스도교미술학과 스테인드글라스 전공 졸업을 앞두고 있다. 6월 4~9일에는 리부스갤러리에서 ‘빛의 길, 십자가의 길’을 주제로 석사학위 청구전을 열기도 했다. 청구전에서는 6가지 스테인드글라스 기법으로 14처를 표현한 작품 17점을 선보였다. 교구 사제로서 인천가톨릭대 스테인드글라스 전공 석사 학위 청구전을 연 이는 임 신부가 처음이다. 57세 나이에 입학해 2년여간 성미술을 공부하고 작품을 만드는데 매진한 성과다.

임 신부가 스테인드글라스를 공부하게 된 건 단순히 작품 활동을 위해서가 아니다. 동료와 선후배 사제들이 성(聖)미술에 대해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구체적인 도움도 주기 위해 공부를 시작했다. 특히 2014년 서울 세곡동성당 신축을 진행하면서 성미술에 대한 매뉴얼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다. 성당을 리모델링하는 경우 소장하고 있던 성물이나 스테인드글라스 등을 여기저기 나눠주는 사례를 보면서 보존해야 할 가치가 있는 교회 문화유산을 선별하고 전문적으로 관리해야 할 필요성도 느꼈다.

임 신부는 “성당과 성미술에 대한 설치·관리·보존 기준과 매뉴얼을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성당을 지을 때 성미술에 대해 아는 것이 없어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고 토로하며 “늦었지만 교회에서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좋은 성당’을 많이 세우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임 신부가 말하는 ‘좋은 성당’이란 분위기나 성미술 등이 하느님의 현존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성당이다.

그는 “성미술도 성당의 일부”라면서 “좋은 성당을 만들기 위해서는 성미술을 부속품으로 취급할 것이 아니라 성당 설계 단계에서부터 함께 기획하고 창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신부는 내년 3월 서울 명동 갤러리 1898에서 첫 개인전도 열 예정이다. 그는 “최근 스테인드글라스 기법이 굉장히 다양해졌다”면서 “신자들과 사제들에게 다양한 스테인드글라스 기법을 알려주고 싶다”고 전했다.

성슬기 기자 chiar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