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카페 소소랑’ 운영하며 나눔 실천하는 서울 일원동본당

성슬기 기자
입력일 2018-06-11 수정일 2018-06-12 발행일 2018-06-17 제 3099호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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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잔의 기부로 행복까지 나눠요”
신자들 구매한 ‘나눔 티켓’
소외계층에 음료로 제공
일회용품 자제 운동 펼쳐

서울 일원동본당 카페 소소랑에서 한 신자(오른쪽)가 지역 어르신, 장애인 등에게 음료 한 잔을 선물할 수 있는 ‘나눔 티켓’을 구매하고 있다.

“유자차 한 잔 주세요.”

6월 9일 토요일 오전 서울 일원동성당 1층 카페 소소랑(笑疎廊). 한 어르신이 익숙한 듯 유자차를 주문하고 돌아선다. 책 한 권을 들고 카페에 들어선 한 장애인도 커피를 주문한다. 그런데 모두들 음료값을 내지 않는다.

토요일 오전 미사가 끝나자 삼삼오오 카페에 모여든 신자들도 차를 주문한다. 그런데 이들은 ‘봉헌함’에 돈을 넣었다. 가만 보니 이들은 음료값만 넣고 돌아서는 게 아니라 ‘나눔 티켓’ 값도 넣었다. 이 티켓의 정체가 궁금하다.

일원동본당(주임 이성원 신부)이 운영하는 카페 소소랑에서는 어르신과 장애인, 청소년 등 노약자나 지역사회 소외계층 이웃들은 누구든 무료로 음료를 마실 수 있다. 바로 ‘나눔 티켓’ 덕분이다.

신자들이 각자 음료를 마시면서 별도로 1000원을 지불하면 카페에는 티켓 한 장이 적립된다. 한 장당 음료 한 잔을 무료로 제공하는 티켓이다. 카페를 이용하지 않아도 누구든 나눔 티켓만 구매해 적립해둘 수 있다. 일종의 기부활동인 셈이다. 지난 1월 시작해 현재까지 총 1630여 장의 나눔 티켓이 모였다. 카페 한 쪽에는 ‘오늘의 기부 현황’과 ‘이달의 기부 현황’을 확인할 수 있는 게시판도 있다.

나눔 티켓.

이렇게 기부 받은 티켓을 이용해 카페에서는 어르신과 장애인, 청소년 등에게 별도의 확인 절차 없이 음료를 제공한다. 나눔 티켓은 지난 5개월여 간 어르신과 장애인 등 지역사회 소외계층들을 위해 290여 장이 사용됐다. ‘웃음을 나누는 곳’이라는 뜻을 가진 카페 소소랑에서는 웃음뿐 아니라 따뜻한 마음 나눔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일원동본당 카페 소소랑의 나눔 티켓 판매는 일상생활 중에 보다 그리스도인답게 생활하는 습관을 들이는 노력의 하나로 시작했다.

본당 주임 이성원 신부는 “그리스도인이라면 소외된 이웃에 대한 나눔과 배려가 몸에 베어 있어야한다”면서 “그리스도의 정신으로 운영하는 카페”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본당 공동체는 우선 먹거리부터 나누는데 힘을 싣기로 했다. 이 신부는 “‘나눔 티켓’은 우리가 무언가를 먹을 때 함께 나눠야 한다는 인식을 확산시키기 위한 작은 실천운동”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본당은 카페를 중심으로 생태적인 삶을 실천하는 ‘생명 먹거리 운동’도 실천하고 있다. 카페에서는 일회용 컵과 빨대 등 일회용품 사용을 최대한 자제한다. 개인 컵과 텀블러 사용을 독려하기 위해 컵이나 텀블러를 가져오면 쿠키를 주는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다. 음료도 각각 유기농 사과주스, 유기농 유자차 등 친환경 유기농 재료를 사용해 만든다.

이러한 운영은 본당 신자들이 자발적으로 담당한다. 현재는 바리스타 교육을 받은 본당 신자 10명이 카페 운영을 맡고 있다.

카페 봉사팀장 박미영(클라라)씨는 “카페 운영을 통해 일상생활 속에서도 이웃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면서 “봉사자 모두가 ‘팔기 위해서 봉사하는 것이 아니라 이웃과 나누기 위해 봉사하는 것’을 늘 되새기며 활동한다”고 말했다.

성슬기 기자 chiar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