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하느님 안에서 기쁨 되찾기] 부자가 되고 싶습니다

황미구 원장 (상담심리전문가·헬로스마일 심리상담센터장)rn
입력일 2018-06-04 수정일 2018-06-05 발행일 2018-06-10 제 3098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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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여주려? 만족하려? 왜 부자가 되고픈지 생각해보길

【질문】부자가 되고 싶습니다

요즘 사회 분위기가 다 그렇듯이 저도 부자가 되고 싶습니다. 사실 우리 사회에서 돈이면 안되는 일이 없지 않은가요? 복음적인 가르침에 어긋나는 것을 알지만, 현실적으로 돈이 없으면 성당에서도 대우를 받지 못한다고 느낍니다. 부자가 되고 싶어 하는 것이 도덕적으로나 신앙적으로 나쁜 마음일까요?

【답변】보여주려? 만족하려? 왜 부자가 되고픈지 생각해보길

현재 부자가 되신 분들을 보면, 부모님의 재산을 물려받은 상속형 부자, 밑바닥부터 시작해 부를 축적한 자수성가형 부자, 공부를 열심히 하여 얻은 직업으로 부를 일구어낸 학업형 부자, 운이 좋게 사업이 대박이 나거나, 땅값이 올라 행운을 움켜쥔 벼락부자형 부자, 요즘은 흔하지는 않으나 결혼을 잘해서 얻어진 신데렐라형 부자 등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엔 다양한 유형의 부자들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앞으로 어떤 부자가 될 것 같습니까? 그런데 중요한 것은 앞서 열거한 다양한 부자 유형들을 보면 자신의 노력이든 타자의 노력이든 누구나 돈을 벌기 위해서 엄청 노력을 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우리가 부자가 되고 싶다고 하는 것은, 결국 과거와는 다른 삶을 살아보고 싶다는 바람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누구나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누릴 권리가 있습니다. 그러니 자신의 삶에 도움이 되는 것들을 가지려 하는 것을 결코 나쁘다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부자라는 것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서 누군가는 부자가 되기도 하고 아니기도 합니다. 만약 돈을 많이 가진 사람을 부자라고 생각하신다면, 돈을 많이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돈을 얼마를 벌어야 부자가 되는 것일까요?

KEB 하나은행과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금융재산 10억 원 이상의 부자고객 1028명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담은 ‘2017 부자보고서’(Korean Wealth Report)를 발간했습니다. 그 결과를 보면, 부자들의 월평균 소득액은 2326만 원, 지출액은 970만 원이랍니다. 특히 이들이 생각하는 부자의 기준은 순자산이 ‘100억 원’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했답니다. 즉 우리나라 부자들이 생각하는 부자 기준은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금융자산 10억 원 (미국식 millionaire는 한국 돈으로 환산하면 11억 원 정도)’ 보다 10배 정도 높다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2016년 통계청에서 발표한 현실을 살펴보면, 국내 순자산이 1억 원 미만 보유가구가 34.8%, 1~2억 원이 19.2%, 2~3억 원이 14.0% 순이고, 3억 원 미만 가구가 전체 가구의 68.0%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부자의 기준인 10억 원 이상을 가지고 있는 분들은 4.5% 정도라고 합니다. 결국 부자들은 100억 대의 부자들을 생각하고 있지만, 일반적인 부자라고 생각하는 10억 대의 부자도 생각보다는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심리학자 에릭 프롬이 「자유로부터의 도피」에서 말하길, “현대인들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다는 환상에 살고 있지만, 사실은 원하기로 되어 있는 것을 원하는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이것은 정신분석학자 라캉이 “인간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는 말과 일맥상통해 보입니다. 우리 자신이 무엇을 바라고 있는지도 모른 채 타인들이 또는 사회가 만들어낸 가치를 절대적인 가치로 받아들이고 있지는 않은지를 생각해 보게 합니다.

돈에 주인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닐 것입니다. 열심히 돈을 벌어서 의미 있게 쓰기는 해야 할 것 같은데, 의미 있게 살아가기 위해서 10억이나 100억이 필요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부자에 대한 타인들이 생각하는 기준 말고,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부자란 무엇인지는 생각해 보셨습니까? 남들이 알아주는 부자가 되고 싶은 것인지, 진정 스스로가 부자라고 느끼면서 살아가고 싶은 것인지는 꼭 구분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것은 마치 내가 신앙인으로서 어떻게 살고 싶은 것인지를 의미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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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미구 원장 (상담심리전문가·헬로스마일 심리상담센터장)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