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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인터뷰] 대전교구 시노드 본회의 중앙위원장 김종수 주교

이주연 기자
입력일 2018-06-04 수정일 2018-06-05 발행일 2018-06-10 제 3098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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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발전 위한 ‘사제 쇄신’ ‘신자 재교육’ 필요성 제기”
의안 토의 마무리하고 보고서 작성 기간 돌입
참여자 모두 함께 답 찾아가는 ‘과정’에 중점 둬
한국교회 전반에 긍정 사례 되도록 기도 당부

김종수 주교는 “전 교구민이 함께 참여하하면서 과정에 충실하고 시노드 정신에 부합하고자 하는 노력이 시노드의 좋은 결과물로 만들어져 한국교회 안에서도 긍정적 사례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2017년 12월 8일 본회의 개막 및 올해 2월 10일 제1차 전체회의를 거쳐 ‘순교’, ‘사제’, ‘평신도’ 등 세 가지 의제에 대해 6개 분과별 회의를 진행했던 대전교구 시노드가 최근 의안 토의 기간을 마무리하고 보고서 작성 기간에 돌입했다. 이 보고서는 시노드 최종문헌 작성에 앞서 본회의 대의원들이 제시하는 최종 건의안의 초석이 된다. 넓게는 2015년 12월 8일 시노드 선포 이후 기초단계와 준비단계에서부터 모여진 교구 공동체의 소망과 뜻이 결집되는 중요한 단계다. 시노드 중앙위원회 위원장 김종수 주교(대전교구 총대리)가 6월 1일 오전 10시 대전교구청 대회의실에서 교계 언론과 인터뷰를 갖고 그간의 경과와 현시점의 시노드 의미를 짚었다.

■ 열린 시노드 지향

“의안 토의 과정을 통해 평신도와 사제가 동등한 위치에서 교회 문제를 함께 공유하고 논의한 사실 자체가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 신자들로부터 ‘신부님들과 교회 문제에 관해 얘기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는 소감을 자주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말 꺼내기 어려웠지만, 회의가 진행될수록 같은 교회 구성원 입장에서 의견을 나눌 수 있어 감동적이었다는 겁니다. 시노드가 아니었다면 어려웠을 장면입니다.”

김 주교는 “기초·준비 단계에서부터 모든 것을 열어놓고 시작했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특정 주제에 방점을 둔 것이 아니라, 교회의 모든 문제를 함께 바라보면서 정말 중요하고 시급한 물음을 찾아가는 방식을 택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기초단계에서는 함께 신학적, 교회법적 자료들을 공부하면서 이후 준비단계와 본회의로 진행되는 시노드 과정을 이해했고, 교회 활동의 다양한 주역들과 분야들을 9개 분과로 설정하는 밑그림을 그렸다. 이를 바탕으로 한 준비단계는 9개 분과와 토론을 하면서 ‘전 신자 의식조사’, ‘쉬는 교우 조사’, ‘본당 진단’을 주제로 신자들 의견을 청취하는 시간이었다. ‘본당 한마당’ 시간을 통해 거의 모든 본당에서 신자들의 신앙생활 체험과 어려움도 나눴다.

“준비단계에서 구성된 9개 분과는 사실 교회가 다뤄야 할 전 분야라 할 수 있습니다. 본회의에서 의제를 통해 다시 논의되겠지만 이러한 기초·준비단계를 통해 논점을 모으는 ‘열린 과정’을 처음부터 주요하게 생각했습니다”.

본회의 의제가 ‘순교’, ‘사제’, ‘평신도’로 정해진 것도 이런 열린 시노드를 진행하겠다는 교구 의지와 맞닿아 있다. 김 주교는 “사제·평신도는 사실 교회 전체를 포함하는 광범위한 주제인데, 앞서 논의한 내용이 있으니 이를 바탕으로 사제와 평신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찾고자 했다”며 “이는 시노드 진행 면에서 지금까지 볼 수 있던 방식과는 상당히 다른 점이다”고 설명했다.

이전의 여타 교구에서 도입했던 전문위원 제도를 볼 수 없는 점도 비슷한 맥락이다. “전문위원의 도움을 받으면 진행상 도움은 되겠지만 우리 내부에서 스스로 무엇이 중요한지 찾는 과정 자체가 더 핵심”이라는 김 주교는 “좀 서투를 수 있어도 조금 더 시간과 여유가 주어지면 무엇이 중요한지 우리가 찾아서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 과정이 시노드’라고 봤다”고 밝혔다.

‘순교’ 의제와 관련해 김 주교는 “별도의 의안이라기보다는 사제에 대해, 평신도에 대해 논할 때 순교 정신을 그 안에 정말 깊이 녹여내라는 의미를 지닌다”고 했다.

“순교는 한국교회의 실질적인 영적 자산이고, 내포 교회를 중심으로 뿌리내린 순교자들의 신앙 공동체인 대전교구에는 그만큼 소중한 유산입니다. 이런 이유에서「복음의 기쁨」과 함께 의안 토의의 밑바탕이 돼야 할 정신으로 제시한 것입니다.”

■ 의견 모으는 중간 과정에 초점

‘본당위원회’ 구성도 대전교구 시노드 본회의에서 볼 수 있는 독특함이다. 준비단계에서도 시노드 본당위원회를 본당마다 설치해 위원회가 교구와 본당 간 매개 역할을 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김 주교는 “신자들의 영적 성장과 위로 또 신자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가장 가깝게 느끼고 체험하는 첫 번째 장소가 본당이라는 면에서 본당을 통해 교구 백성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중요하다”고 의의를 말했다.

김 주교는 이런 ‘중간 과정’의 역할을 강조했다. “‘함께 간다’는 시노드 어원처럼 시노드는 교구민 모두가 그 여정을 함께 가는 것이 의미 있을 것입니다. 최종문헌으로 공표되는 결론도 값진 것이지만 중간 과정이 소홀해지면 시노드가 아니라고 봅니다.”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느끼고 간직했던 문제들을 공유하면서 내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문제로 자각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작업은 처음부터 가장 우선에 두었던 부분이었다고.

그간의 시노드 작업 안에서 김 주교가 눈여겨본 것은 교구 구성원들이 교회 전체적인 문제를 지적하면서도 자신들이 안고 있는 문제를 지적하고 ‘내 탓’으로 인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사제단은 설문조사에서 교구가 주력해야 할 분야 첫 순위로 ‘사제 쇄신’을 지목했고, 신자들은 신자답게 신앙생활을 잘 할 수 있도록 신자 재교육에 본당이 주력해 달라고 응답했다.

“이렇게 시노드를 통해 ‘내가 먼저 변해야 한다’는 부분에 사제·평신도가 함께 고민하고 있다는 면이 고맙기도 하고 감명 깊었다”는 김 주교는 “교구민의 한 사람으로서 내 생활도 쇄신돼야 하는 만큼 그 같은 의견에 공감하면서 또 함께 힘을 받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설문 조사와 시노드에서 제시된 사제들의 영적 쇄신과 사목 생활의 쇄신, 또 신자들을 위한 넓은 의미의 재교육 문제는 시노드 이후에도 교구가 주시해야 할 구체적인 논제가 될 것 같다”고 예상했다. 시노드에서 얻게 된 교구민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지속해서 연구하는 기구가 준비 중이며 교구 신청사가 지어지면 교구청 구조 내에 설치할 계획도 시사했다.

“전 교구민이 함께 참여하는 방식, 특히 사제단 전원이 본회의 위원으로 참여하면서 과정에 충실하며 시노드 정신에 부합하고자 하는 노력이 시노드의 좋은 결과물로 만들어져 한국교회 안에 긍정적인 사례가 되기를 바란다”는 김 주교. 2019년 시노드 폐막까지의 여정에서 무엇보다 ‘기도’를 당부했다.

“기도와 함께하지 않는 교회 활동은 무의미합니다. 평신도이든 사제이든 말씀과 기도, 성사 생활의 은총을 통해 복음적 힘을 받아야 합니다. 우리 스스로가 은총의 체험자가 돼야 합니다. 그런 사람이 돼 함께 나아갑시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