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민족·화해·일치] 평화를 향한 막바지 고비 / 이원영

이원영(프란치스코)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연구원
입력일 2018-06-04 수정일 2018-06-05 발행일 2018-06-10 제 3098호 22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반전을 거듭하던 북미 대화도 막바지 고비에 이르고 있다. 지난주 북한의 통일전선부장 김영철이 미국의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과 회담하고, 트럼프 미 대통령을 면담해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면담 이후 6월 12일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것이라면서,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했으며 6·25전쟁 종전에 대한 논의가 북한과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18년 전에도 이와 비슷한 일이 있었다. 2000년 10월, 북한의 조명록 차수가 미국을 방문해 당시 클린턴 미 대통령을 만났으며, 그 결과 ‘북미 공동코뮤니케’가 발표됐다. 이 공동 코뮤니케에는 미국과 북한 간의 적대 행위를 하지 않을 것과 상호 무력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이 적시됐다. 그리고 이어 당시 올브라이트 미국 국무부 장관이 북한을 방문했다. 곧 북한과 미국 간에 평화협정이 맺어지고,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될 것 같은 분위기였다. 지금과 마찬가지로 2000년 6월 남북 간의 정상회담이 있었으며, 6·15 공동선언이 발표됐다. 그러나 곧 찾아올 것 같았던 한반도의 평화는 미국의 부시 대통령이 선거에서 당선되면서 다시금 군사적 긴장과 대립으로 전환됐다.

‘북미 공동코뮤니케’ 발표 이후 11월,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부시 후보 측은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을 반대해 클린턴의 방북은 성사되지 않았다. 당시 부시 진영의 외교안보팀은 ‘네오콘’(신보수주의) 중심의 강경 매파들이었다. 부시 대통령 취임 이후 북한 등을 ‘불량국가’로 지칭하고, ‘폭정의 전초기지’, ‘악의 축’ 등으로 규정했으며, 미국의 외교 안보 노선으로 ‘미국 일방주의’를 천명했다.

지금 상황은 2000년보다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당시와 달리 지금 북한은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상황이다. 지금의 미 국무부 장관은 CIA 출신의 폼페이오이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볼턴은 네오콘 중에서도 북한에 대해 가장 강경한 입장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때문에 끝까지 마음 졸이며 북미 대화의 성공을 지켜봐야 하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닌 상황이다. 특히 한반도 평화체제로의 전환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중국, 일본, 러시아 등도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기에 새로운 변수가 어디에서 갑작스럽게 나타날지 모른다.

지금이야말로 북미 간의 신뢰가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때다. 그러나 지난 70년 동안 없었던 신뢰가 한 번의 만남에서 갑자기 생길 수는 없을 것이다. 북미 모두 서로의 약속을 보증할 수 있는 믿을 만한 제3자가 필요하며, 바로 이 점에서 우리의 역할이 중요하다. ‘두려워 말라, 내가 너의 곁에 있다. 걱정하지 말라, 내가 너의 하느님이다. 내가 너의 힘이 되어 준다. 내가 도와준다. 정의의 오른팔로 너를 붙들어 준다’(이사 41,10)는 말씀을 묵상하면서 예상치 못한 난관이 나타나더라도 한반도 평화를 향한 길로 흔들림 없이 나아가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다.

이원영(프란치스코)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