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현장에서] 오늘, 여기서 / 이주연 기자

이주연 기자
입력일 2018-06-04 수정일 2018-06-05 발행일 2018-06-10 제 3098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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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경하올 하느님의 종들 윤지충 바오로와 123위 동료 순교자들을 ‘복자’라 부르고 5월 29일에 축일을 거행하도록 허락한다.”

2014년 8월 16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의 시복 선언문이 울려 퍼졌다.

순교의 칼날 앞에서 ‘나는 천주인이요’를 외쳤던 신앙 선조들의 피와 땀, 눈물이 스며든 곳. ‘박해의 진원지’ 광화문에서 ‘복자’(福者)가 탄생하는 장면을 지켜본 수십만 명의 후손들은 시복 선언에 감격과 환호의 박수를 보냈다.

그로부터 4년이 흘러 지난 5월 29일 한국교회는 복자들의 네 번째 기념일을 지냈다. 그날의 감동·기쁨의 함성이 여전히 귓가에 들려오는 듯한데, 그분들을 본받고 실천하겠다는 다짐은 얼마나 우리 삶 안에서 드러나고 있는 것일까.

프란치스코 교황은 124위 시복미사 강론에서 “순교자들은 우리 자신이 과연 무엇을 위해 죽을 각오가 돼 있는지, 그런 것이 과연 있는지를 생각하도록 우리에게 도전해 온다”고 했다.

그들은 신분 차별과 불평등, 가난이 일상화됐던 당시에 계급을 초월했고 이웃을 위해 나누며 몸으로 그리스도의 사랑과 형제애를 실천했다.

124위 복자 중 주문모(야고보) 신부가 유일한 성직자이고, 그 외 다른 복자들은 모두 평신도다. 하느님 나라를 ‘오늘, 여기서’ 체험한 평신도들의 모범적 신앙은 한국교회의 뿌리가 됐다. 평신도 희년을 지내는 우리에게 순교자들의 모습은 이 시대의 ‘오늘, 여기서’라는 신앙의 화두를 던진다.

이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