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하느님 안에서 기쁨 되찾기] 차가워 보이는 신부님이 힘듭니다

이찬 신부 (성 골롬반외방선교회·다솜터심리상담소장)
입력일 2018-05-29 수정일 2018-05-29 발행일 2018-06-03 제 3097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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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태도 변화되도록 더욱 더 따뜻하게 대해보면 어떨까

【질문】 차가워 보이는 신부님이 힘듭니다

본당 주임 신부님이 너무 차갑고 냉랭해 보여서 본당 일을 하기가 힘이 듭니다. 속마음이야 제가 잘 모르지만, 겉보기에는 신자들을 너무 차갑게 대합니다. 원칙대로 신자들을 대한다고 말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조금만 실수를 해도 크게 걱정을 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봉사를 하기도 두렵습니다.

【답변】 차가운 태도 변화되도록 더욱 더 따뜻하게 대해보면 어떨까

본당공동체를 위해 봉사하겠다는 마음이 하느님 보시기에 참 좋을 것 같습니다. 본당은 신자들의 이런 따뜻한 마음으로 하느님의 일을 해 나가는 공동체입니다. 그런데 본당을 책임지는 주임 신부님이 차갑게 보이면 다가가기 참 어려울 것입니다.

사람의 성격은 여러 가지인 것 같습니다. 따뜻해 보이는 사람도 있고, 차갑게 보이는 사람도 있고 각양각색입니다. 사람들에게 첫인상이 많은 것을 결정한다는 말이 있는데 첫인상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습니다. 첫인상이 차가우면 속마음이 따뜻해도 선뜻 다가가지지 않는 것은 당연합니다.

사람들은 각자 자기의 십자가를 지니고 하느님을 따라간다는 말이 있는데, 차갑게 보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이런 것도 하나의 십자가일 것이고 어려움일 것입니다. 우리들 중에서도 어떤 사람들은, 속마음은 따뜻한데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만으로 차가운 사람으로 오해를 받아 자기도 모르게 손해를 보는 일이 많습니다. 얼굴은 자기의 마음으로 드러내는 창이라고 하는데 자기 얼굴의 모습을 잘 가꿔야 할 것입니다.

주임 신부님께서는 본당의 여러 가지 일을 맡고 계신 책임감만으로도 늘 이런저런 일들에 모두 마음이 쓰이실 것입니다. 신부님이 교우들을 대하는 태도가 전반적으로 편안하지 않다면, 그또한 그분께서도 나름대로 정한 신념대로 사목활동을 수행하시면서 배어나오는 개인의 특성일 것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실수를 해도 원칙만을 이야기해서 나를 어렵게 할 것이라고 예상이 된다면, 봉사활동이라고 하더라도 썩 내키지 않을 수 있습니다.

형제님은 교회 공동체에서 봉사 활동을 통하여 성장하려고 노력하는 중에, 신부님과의 대인관계에서 친밀감 없는 만남에 몹시 마음을 쓰고 계시는데, 이런 경우 나 자신을 좀 더 들여다보기 위해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정신건강을 연구하는 정신분석학파에서는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위해서 방어할 수 있는데, 그중에 ‘투사’라는 방어기제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투사란 개인의 성향인 태도나 특성에 대해 다른 사람에게 무의식적으로 그 원인을 돌리는 심리적 현상이라고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그 예로 호감을 지닐 수 없는 사람이 있을 때, 그 사람에 대해서 마음속으로 함께하기에 불편감을 느끼거나 뒷담화로 험담을 하게 됩니다. 이는 자신의 내면에 있는 덜 발달된 부분이나 자신의 단점들을 비호감의 상대방에게 투사하고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나는 그렇게 되고 싶지는 않는데 부정적인 것이 내 안에 존재하고, 그에 대해서 나는 부정하고 싶은 것이기에 남이 그렇다고 말을 하게 된다는 뜻입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형제님이 차가울 것이라는 뜻이 아니라 남의 약점이 내게 문제가 될 때에는 나 자신을 한 번 들여다보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혹시 예수님이 말씀하시듯이, 남의 티끌은 보면서 내 눈의 들보는 못 보는지 잠시 내 안에 머물러 보자는 생각입니다.

내가 조금 더 적극적으로 따뜻하게 해 나가면 아무리 차가운 분이라고 내 영향으로 조금 나아질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이렇게 내 노력으로 상대가 변한다면 하느님이 정말 기뻐하지 않으실까요? 다 함께 사는 세상에서 하느님이 내게 주신 탈렌트로 이런 변화를 가져온다면 그것도 아주 큰 봉사라고 생각합니다.

형제님, 내가 좀 실수를 해서 싫은 소리를 듣는다고 해도 한 번 크게 웃어넘기고 잘 해 나갈 수 있도록, 마음의 근육을 키우는 힘을 주시기를 하느님께 청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 질문 보내실 곳 :

[우편] 04996 서울특별시 광진구 면목로 32

[e-mail] sangdam@catimes.kr

이찬 신부 (성 골롬반외방선교회·다솜터심리상담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