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밀알 하나] 그들이 모두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 / 서영준 신부

서영준 신부rn(효명중·고등학교 교목실장)
입력일 2018-05-29 수정일 2018-06-01 발행일 2018-06-03 제 3097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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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대에서 주관하는 종교 교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 과정 중에 각 교구 및 수도회의 사제, 수도자. 그리고 각기 다른 종파의 목사님들, 스님, 일반 교사 등으로 전체가 대략 50명 정도의 인원이 함께 공부하는 시간을 가졌다.

첫 만남과 더불어 이뤄진 수업 안에서 서로가 어색하고 낯설었지만 그러한 어색함이 그리 오래 가지는 않았던 것 같다. 더욱이 함께 공부하는 과정 안에서 다른 그 누구보다도 더 친밀하고 끈끈하게 뭉칠 수 있었던 집단이 바로 우리 사제 집단(19명)이었다. 연배도 비슷하고 각자가 나름의 열정과 목표를 품고 살아가는 모습이 서로에게 좋은 귀감을 줬다.

그리고 함께 공부함에 있어서도 자료를 공유하고, 함께 모여 시험공부를 하기도 하며, 힘들고 지칠 때 술 한 잔 기울이며 더욱 끈끈해지는 시간 또한 여러 차례 갖기도 했다. 그래서 이제는 서로가 교구와 수도회를 넘어 형, 동생 하는 사이가 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의 끈끈한 연대적 의미를 확장하여 목사님, 스님, 학교 교수님 및 조교님들까지 확대해 나아가 서로가 함께하는 즐거움의 시간으로 종교 교사 과정을 잘 마칠 수 있었다.

일 년 동안 서로가 함께하고 알아가는 시간 안에서 큰 즐거움을 느낀 가운데 공부를 마치고 나서 적어도 우리 사제들만큼은 우리의 소중한 인연을 잘 이어가자는 모두의 공통적 의견이 모아졌다. 그래서 일 년에 두 번 정도 함께 만남의 시간을 갖기로 했고, 3년이 지난 지금 각자의 일정 안에서 늘 다 함께 모이지는 못하지만 시간이 되는 신부님들 한에서 지속적으로 모임을 해 나아가고 있다.

모임은 대개 매년 5월과 10월경에 진행하는데 이번에도 어김없이 찾아온 5월 모임은 부산교구 신부님 주관으로 이루어졌다. 부산 교구에 함께 공부한 신부님이 두 분 계셨는데, 현재 부산교구에서 운영하는 고등학교 교목 신부로서 각자 열심히 활동하고 계신다. 아무튼 두 신부님의 배려 넘치는 준비 안에서 또 한 번 각기 다른 소속의 사제들이 함께하는 기쁨의 시간을 잘 가질 수 있었다.

부산이라는 장소의 특성상 1박 일정의 모임을 갖기로 하고 토요일 주일을 함께 보내기로 했는데, 미사를 함께 봉헌하면 좋을 것 같아 부산교구 신부님 숙소에 있는 성당에서 함께 미사를 드리게 됐다. 성령 강림 대축일 미사로 그날의 미사를 봉헌했는데, 그렇게 미사를 함께 드리는 가운데 나 혼자 속으로 이런 생각을 했다.

각자가 다른 교구 및 수도회 소속의 사제들이고 삶의 자리가 다 다른데 이런 우리들이 함께하고 서로의 고민과 생각을 나눌 수 있는 것. 이런 모임의 자리야말로 정말 우리 가운데 자연스럽게 작용하게 계신 성령의 이끄심이 아닐까? 성령 강림이란 의미를 너무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예수님께서 바라시고 기도하신 것처럼 서로 다른 우리들이 함께 하고 하나가 되도록 하는 자리, 그 자리의 의미가 지금 우리들이 함께하는 자리일 것 같다. 물론 나만의 생각이겠지만 말이다.

지금과 같은 소중한 우리들의 만남이 앞으로도 지속되길 개인적으로 소망해본다. 각자 다른 교구, 수도회 소속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이 지속적으로 서로 연대하고 함께 해 나아가는 것 자체가 미래 우리 한국교회의 하나됨의 의미일 수도 있지 않을까?

서영준 신부rn(효명중·고등학교 교목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