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이주의 성인] 윤지충(尹持忠)·바오로 / (1759~1791, 5월 29일)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18-05-21 수정일 2018-05-21 발행일 2018-05-27 제 3096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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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교식 제사 거부했다는 이유로 순교

복자 윤지충(바오로)은 전라도 진산의 양반 집안에서 태어나 천주교 신앙을 받아들이고 한국 최초의 순교자가 됐다. 총명했던 그는 20대 초반 진사 시험에 합격했다. 하지만 유학자의 길을 걸으면서도 「천주실의」와 「칠극」을 연구하고, 외사촌 정약용을 통해 천주교 신앙을 배워 이를 참 진리의 길로 여기게 된다. 3년 동안 교리를 공부한 그는 1787년 이승훈으로부터 세례를 받았다.

1790년 조선 교회에 제사 금지령이 내려지자 그는 복자 권상연(야고보)과 함께 집안에 있던 신주(죽은 사람의 위패)를 불살랐다. 이듬해에는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자 유교식 제사 대신 천주교 예절에 따라 장례를 치렀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조정에서는 두 사람을 체포하도록 했다. 그들은 급히 몸을 피했으나 자기들 대신 윤지충의 숙부가 감금된 것을 알고 1791년 10월 진산 관아에 자수했다.

복자는 온갖 고초 속에서도 오히려 천주교의 교리를 조목조목 설명하면서 신앙을 버리기를 거부했다. 결국 복자와 권상연은 사형 판결을 받게 됐고, 1791년 12월 8일 전주 남문 밖에서 망나니의 칼날을 받았다. 당시 먼저 순교한 윤지충이 32세, 권상연이 40세였다.

2014년 한국을 사목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8월 16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를 시복했다. 이들 124위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의 기념일은 5월 29일이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