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펀펀 사회교리] (71) 원수인 돈을 사랑하자 ⑤

백남해 신부(요한 보스코·마산교구 사회복지국장)rn마산교구 소속으로 1992년 사제품을 받
입력일 2018-05-21 수정일 2018-05-21 발행일 2018-05-27 제 3096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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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용할 만큼의 양식
정당하게 얻은 재물이라도
가난한 이와 나누지 못하면
하느님 사랑 저버리는 것

“정당하게 열심히 일해서 번 돈 조차도 악마, 마몬이 될 수 있다는 말씀이 잘 와닿지가 않습니다. 좀 더 설명을 해 주시겠습니까?”

베드로의 고민에 백 신부가 조심스럽게 말한다.

“제 경험을 한 가지 말씀 드릴게요. 8, 9년 전쯤 4대강 반대 시국미사가 있었습니다. 그때 부산교구 신부님께서 강론을 하셨는데 주님의 기도 중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라는 부분을 설명하면서 이런 말씀을 했습니다. “우리 신앙인들, 특히 사제들이 입으로는 일용할 만큼의 양식, 하루 먹을 것만 주시면 된다고 기도하면서, 실제로는 주머니에, 통장에, 곳간에, 얼마나 많은 것을 쌓아 두고 있는가?! 이렇게 우리 스스로가 주님께 드리는 기도와 다른 삶을 살면서, 재물의 유혹에 자신을 내 맡기고 마몬의 자식이 돼 가는데, 어떻게 4대강을 파 뒤집어 엎어 가면서 재물을 탐하는 악마 같은 그들을 꾸짖을 수 있는가! 어쩌면 우리는 그들의 친구와 같을 수 있다. 우리 스스로 가난해지고, 마몬보다 하느님을 택하게 된다면 세상 권력자들도 변화되지 않겠는가! 지금부터라도 하루 먹을 양식을 주심에 감사하면서, 더 이상 내일 먹을 것을 쌓아두지 말고 살아가자”라고 했습니다.

사실 저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제 자신이 늘 더 많은 돈을 가졌으면 하는 마음이 컸기 때문입니다. 뭐 그렇다고 그 이후 제 삶이 크게 변하지는 않았습니다. 늘 살던 타성에 젖어서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끔 생각합니다. 제가 너무 넘치게 많은 것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가? 내가 정당하게 받은 월급이나 수고비라 하더라도, 가난한 이웃과 나누지 못한다면 그것이 하느님 사랑에 대한 배신은 아닐까 생각을 합니다. 어떻습니까? 돈이라는 것, 재물이라는 것이 내가 수고해 벌었더라도 일용할 양식보다 더 많아서 가난한 이웃에게 가야할 몫을 쌓아 둔다면 문제가 있지 않겠습니까?”

“신부님, 참 감동적인 이야기입니다. 물질에 찌들어 사는 현대 신앙인들이 꼭 새겨야할 말씀 같습니다. 마태오복음 6장 26절에 나오는 “공중의 새들을 보아라. 그것들은 씨를 뿌리거나 거두거나 곳간에 모아들이지 않아도 하늘에 계신 너희의 아버지께서 먹여주신다. 너희는 새보다 훨씬 귀하지 않느냐?”는 주님 말씀에 대한 믿음이 없는 것이겠습니다. 하지만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베드로씨가 저보다 말씀에 대한 믿음이 더 깊은 것 같습니다. 참 좋습니다. 좀 더 이야기를 해볼까요. 결국 아무리 귀한 것도 하느님과 그것 중에 택해야 한다면, 자식까지도 하느님께 봉헌했던 아브라함(창세기 22장)처럼, 우리도 하느님을 위해서 모든 것을 포기하기를 바라십니다(사실 현실적으로 너무 과한 요구이라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우리는 먹고 살기 위해서라는 변명 아래 돈 때문에 기도하는 시간, 가족과 이웃을 사랑하는 시간을 포기하는 것이 너무 일상화됐습니다. 결국 하느님과 마몬 중에 마몬을 택하는 것입니다.”

백남해 신부(요한 보스코·마산교구 사회복지국장)rn마산교구 소속으로 1992년 사제품을 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