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현장에서] 우리 안의 장벽을 허무는 일 / 정다빈 기자

정다빈 기자
입력일 2018-05-21 수정일 2018-05-21 발행일 2018-05-27 제 3096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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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신은 분단에서 온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분단에서 벗어나기 위해 통일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분단이라는 현실이 우리 내면의 성장을 방해하고 있고 그 폐해는 너무 깊습니다.”

‘판문점 선언’ 이후 달라진 남북 관계 안에서 청년들은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자리에서 나온 한 청년의 말이다. ‘우리는 한 민족이기 때문’이 아니라 ‘분단이 우리 내면의 성장을 방해하기 때문에’ 통일로 가야한다는 말은 참 신선했다.

그리고 공감했다. 분단 이후 73년이 지났다. 오늘날의 청년 세대에게 북한은 멀고도 낯선 존재다. 청년들은 이미 충분히 타자화 된 북한을 ‘우리 민족’으로 느끼지 않고, 북한과 ‘한 민족이므로 통일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분단의 상처는 매일매일 우리가 보고 느끼는 일상의 일부다. 분단은 뿌리 깊은 진영논리로 체화돼 한국 사회 곳곳에 스며들었다. 그리고 우리 사회의 진정한 성장을 막아왔다. 현장에서 만난 청년들은 고착화된 갈등과 반목의 역사의 원인을 분단에서 찾았다.

분단 체제를 극복하기 위해 청년들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청년들을 모이게 한 이 질문에 대해 청년들 스스로가 내린 답이 ‘마음의 장벽을 허무는 데 앞장서는 것’임은 고무적이다. 분단이 파생한 다양한 폐해들을 겪으며 자란 청년들은 우리 마음 안의 장벽이 평화로 가는 길의 장애물임을 알고 있었다.

분단의 극복이 반드시 통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분단의 극복은 반드시 우리 안의 장벽을 허무는 일에서 시작될 것이다.

정다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