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동반부부」 7권 펴낸 배카타리나·손엘디씨 부부

권세희 기자
입력일 2018-05-21 수정일 2018-05-23 발행일 2018-05-27 제 3096호 13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이혼할 뻔한 부부… 행복한 삶 찾은 비결은?
가치관 달라 갈등 커졌지만 말씀대로 삶의 방향 정하면서
부부관계 사랑으로 충만해져 경험 바탕으로 위기부부 상담
“힘들수록 배우자 존중하세요”

“부부관계에서도 서로를 존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배카타리나(오른쪽)·손엘디씨 부부.

통계청에서 내놓은 2017 혼인 이혼 통계 자료에 따르면 혼인 지속기간 20년 이상 된 부부의 이혼이 전체 이혼의 31.2%로 가장 많다. 다음으로는 5년 미만 이혼이 22.4%로 뒤따른다. 중년 부부의 이혼율이 신혼부부의 이혼율을 앞지른 것이다.

20년 이상 세월을 함께 한 부부들이 왜 이혼을 더 많이 할까. 이유는 부부마다 다양하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깊어진 갈등의 골을 메우지 못하기 때문에 그렇다. 주변에도 배우자와의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부부들이 많다.

배카타리나(서울 홍제동본당)·손엘디(비오)씨 부부 역시 가치관 차이로 이혼 바로 앞까지 다다랐던 적이 있었다.

부부생활에 관한 글을 담은 책 「동반부부」를 발간한 두 사람은 전혀 갈등이라고는 없는 사이처럼 보였다. 사이가 좋아 보인다는 질문에, 남편 손씨는 “지금 같은 관계가 되기까지 2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고 답했다.

손씨는 “나는 좋은 남편, 좋은 아버지가 되는 게 꿈이었다”면서 “결혼하면서 살아보니 쉽지 않았다. 추구하는 가치관이 달라서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본인은 세상과 문을 닫고 살아가는 타입이지만 아내인 배씨는 어려운 이들을 만나고 도와주는, 세상 밖에 서 있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세상으로 통하는 문’을 사이에 두고 부부는 치열하게 부딪쳤다.

“아내는 성당에 자주 갔고, 다른 사람들을 집으로 데려오기도 했죠. 저는 아내의 삶의 방식, 그리고 가치관을 이해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손씨는 아내가 성당에서 매일 미사를 드리고 하느님을 온전히 사랑하는 모습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는 정작 도움이 필요한 남편을 뒤로 두고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러 다니는 아내를 보면 화가 났다. 급기야 이혼이라는 말을 꺼내기까지 했다.

당시를 돌아보며 “화가 났던 마음은 곧 궁금증으로 바뀌기 시작했다”고 한다. 아내의 마음을 사로잡은 하느님은 어떤 존재인지 궁금했다. 아내가 도대체 왜 성당에서 그토록 행복한 얼굴로 돌아오는지, 내 신앙과 무엇이 다른지 의문이 들었다. 그때부터 스스로 영성서적도 읽으며 미사에 참례했다. 아내는 남편의 신앙생활을 보면서 지적하거나 알려주고 싶은 것이 있어도 꾹 참았다. 그저 ‘기다리자’고 다짐했다.

조금씩 신앙에 맛들인 손씨는 점차 하느님과 가까워졌다. 부부는 10년을 싸우고, 또 10년 동안 행복한 삶을 찾기 위해 노력하며 관계는 사랑으로 충만해졌다.

부부는 “말씀대로 삶의 방향을 정하면서 행복해지게 됐다”며 “위기에 처한 다른 부부들을 도우며 오히려 우리는 더 단단해지고 행복해졌다”고 말했다.

손씨는 “많은 부부가 갈등을 겪는데 사실은 존중받고 싶은 마음 때문에 불화가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배씨도 “흔히 사람들은 모든 것들을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혼자 살다가 둘이 살게 되면 당연히 싸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럴수록 서로를 바라보면서 배우자를 ‘존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갈등의 풍랑 속에서 갖은 시행착오 끝에 서로를 보게 된 부부는 불화의 굴레에서 힘겨워하는 이들을 위해 상담과 강의를 하고 있다.

각 권 8000원·세트 5만1000원/도서출판 벽난로

그들은 갈등을 겪는 부부들을 위해 강연내용을 담아 「동반부부」라는 7권의 책으로 출간했다. 이들 부부가 어떻게 갈등을 풀어갔는지 생생하게 수록했다. 책은 1권 나의 하느님, 배우자의 하느님, 2권 말로 하는 대화, 몸으로 하는 대화, 3권 둘이서 함께 등 다양한 주제가 담겼다.

부부는 가정생활이 힘겨운 이들에게 책을 읽기를 추천하면서, 이렇게 조언했다. “사랑이라는 단어는 소중하고 귀하게 여기는 것이라는 뜻입니다 . 만약 지금 당장 사랑하기가 어렵다면, 먼저 소중하게 대하도록 노력하세요. 사랑받기보다 먼저 사랑을 하시길 바랍니다. 사랑하기 시작할 때 몰랐던 천국이 시작될 겁니다.”

권세희 기자 se2@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