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프오르간 연주와 함께 여유 있는 주일 오후 어떠세요?
5월 20일 오후 2시. 교중미사 후 침묵이 가득했던 대구 주교좌범어대성당(주임 최창덕 신부)에 파이프오르간 소리가 울려 퍼진다. 6000여 개 파이프로 구성된 오르간의 웅장한 선율에 사람들이 하나 둘 대성전을 찾는다.
본당 소속 오르가니스트 박수원씨가 연주곡 사이사이 간단히 곡 소개를 하는 것 외에는 일절의 멘트도 없는 ‘조용한’ 연주회다. 관객들은 소리에 집중하고 성전은 오롯이 음악을 위한 공간으로 변모됐다. 5월 6일 첫 공연을 시작한 ‘2시의 파이프오르간 콘서트’는 “미사시간 외에도 음악에 귀 기울일 수 있는 시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주임 최창덕 신부의 아이디어로 구체화됐다. 최 신부의 제안에 본당 오르가니스트 박수원(프란치스코 하비에르), 김지현(사도 요한), 이현주(아나스타샤)씨가 뜻을 모으면서 1시간의 공연이 마련됐다. 세 명의 전문 오르가니스트가 일반인들에게도 알려진 명곡들을 선곡, 수준 높은 공연을 선보이기에 청중들의 호응도 뜨겁다. 시작한 지 3주 만에 신자들과 지역 주민 등 100여 명이 성전을 찾고 있다. 박수원씨는 “주일 오후 가장 여유 있는 시간에 가볍게 와서 편하게 듣는 음악회”라면서 “일상 속에서 음악을 느끼고, 신앙을 받아들이는 데에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전했다.이나영 기자 lal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