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제15회 한센인의 날 대통령 표창 받은 ‘제주교구 성 다미안회’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n이창준
입력일 2018-05-21 수정일 2018-05-21 발행일 2018-05-27 제 3096호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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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록도 봉사 34년… 어느덧 한센인과 ‘가족’
매년 7월 대규모 봉사단 꾸려 이·미용과 집수리 등 재능기부
평소 안부 연락… 장례 때 조문, 매년 한센인 초청해 제주 관광

5월 17일 제15회 한센인의 날 기념식에서 제주교구 성 다미안회가 대통령 표창을 받은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국립소록도병원 박형철 병원장, 성 다미안회 김승민 부회장, 김윤배 봉사회원, 허옥희 전 봉사회원(왼쪽부터). 제주교구 성 다미안회 제공

제주교구 성 다미안회(회장 김성호, 담당 현경훈 신부, 이하 성 다미안회)가 소록도 한센인들을 위해 봉사해 온 공로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성 다미안회의 대통령 표창 수상은 34년간 한결같이 이어진 봉사의 결실이라는 점에서 봉사의 참 의미를 보여주고 있다.

시상식은 한국한센총연합회(회장 이길용) 주관으로 5월 17일 오전 10시 전남 고흥 국립소록도병원에서 열린 제15회 한센인의 날 기념식 중 마련됐다.

성 다미안회는 한센병 환우를 돌보는 데 일생을 바친 ‘한센인의 아버지’이자 ‘사제의 사제’인 성 다미안 신부(1840~1889)의 사랑과 봉사정신을 본받아 한센병을 앓는 제주지역 환우를 도울 목적으로 1980년 6월 설립(초대 회장 고병하, 지도 허승조 신부)돼 흔들림 없이 초심을 지켜왔다. 설립 초기에는 매월 1~2회 제주지역 한센인들을 찾아가 이·미용 봉사, 집안 수리 등의 활동을 펼치다 1984년부터 매년 7월 셋째 주나 넷째 주에 대규모 봉사단을 꾸려 소록도를 찾아 3~4일씩 머물며 한센인들의 팔다리 노릇을 대신했다. 7월 하순을 택해 소록도 봉사를 하는 이유는 공원 잡초 제거와 미화 작업, 한센인 거주시설 보수 공사 등이 가장 필요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또한 여름휴가 기간을 이용해 봉사에 동참하고자 하는 신자들의 참여 욕구에 부응하려는 뜻도 있다.

성 다미안회 정회원은 현재 57명이지만 소록도 봉사를 떠날 때면 중고생과 대학생, 학교 교사 등 직장인들까지 200여 명의 봉사단이 꾸려진다. 봉사단은 각자의 재능에 따라 이·미용팀, 시계수리팀, 장판팀, 도배팀, 조경팀, 환우가정 환경정리팀 등을 구성해 한센인들을 위해 아낌없는 사랑을 쏟아붓는다. 현재까지 참여한 봉사단 인원은 4200여 명에 이른다. 성 다미안회는 올해도 7월 18~21일 제33차 소록도 봉사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성 다미안회는 태풍과 수해로 배가 아예 출항하지 못한 두 해를 빼고는 매년 7월 소록도 봉사활동을 이어왔다. 봉사기간 3~4일을 알차게 보내기 위해 5월 말경 회장단이 먼저 소록도를 찾아 현지 한센인들의 요구를 청취한 뒤 제주도로 돌아와 봉사단 사전 연수도 실시해 봉사의 참 의미를 실천해 온 것이 34년간 소록도 봉사를 계속해 온 비결이다.

김성호(다니엘·52·제주 화북본당) 회장은 “성 다미안회가 소록도에서 오랜 세월 봉사하다 보니 한센인들과 신뢰가 쌓였다”라며 “그래서 일반인들은 출입이 제한되는 한센인 거주시설에 성 다미안회 봉사자들이 출입해 한센인들과 식사도 하고 대화도 나눈다”고 말했다. 이어 “봉사기간은 물론이고 평상시에도 소록도 한센인들의 안부를 묻기도 하고 한센인이 선종했을 때 성 다미안회 회원들이 소록도로 조문을 가는 등 지속적인 교류를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성 다미안회는 이 외에도 매년 소록도 한센인 환우를 제주도로 초청해 관광을 시켜주고 소록도에 감귤 보내는 사업도 빠뜨리지 않고 있다.

김 회장은 대통령 표창 수상 소감에 대해 “사실 성 다미안회의 소록도 봉사활동을 드러내고 싶은 마음은 없었지만, 30년이 넘는 봉사활동 기록을 정리하면서 선배 회원들이 지금과는 비교도 안 되는 열악한 여건에서 면면히 이어온 봉사의 가치를 알릴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고 밝혔다.

성 다미안회의 대통령 표창 수상과 함께 장기 봉사회원인 김진우(시몬·1984년부터 봉사), 김주원(크리스토폴·1987년부터 봉사), 진승부(베드로·1989년부터 봉사)씨는 소록도병원 원생자치회로부터 감사패를 받았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n이창준 제주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