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만나봅시다] 예수회 잡지 「치빌타 카톨리카」 편집장 안토니오 스파다로 신부

주정아 기자
입력일 2018-05-15 수정일 2019-03-19 발행일 2018-05-20 제 3095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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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 화해, 벽돌을 하나씩 올리듯 쌓아나가야”
냉전 등 ‘긴장’ 속에 생활하는 한반도 다양성 인정되고 화합 이루는 곳이기도
“사람들에게 열려 있는 교회” 지향해야

안토니오 스파다로 신부는 “한반도 문제는 전 세계적 과제”라고 강조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출된 2013년, 교황과의 첫 단독 인터뷰를 한 매체는 예수회 잡지 「치빌타 카톨리카」(La Civilta Cattolica)였다. 교황은 「치빌타 카톨리카」에 관해 “다리가 되고 국경이 되며 통찰력을 주는 잡지”라고 말한 바 있다. 이 잡지의 편집장 안토니오 스파다로 신부(Antonio Spadaro, 이탈리아 예수회, 52)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가르침과 사목 방침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인물 중 하나다. 교황청립 그레고리오대 교수이자 교황청 문화평의회와 사회홍보평의회 자문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그는 지난 4월 28일 가톨릭대 신학대에서 열린 국제학술심포지엄 참석차 방한한 뒤, 가톨릭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오늘날 보편교회의 나아갈 방향과 한반도의 복음화에 대한 전망을 피력했다.

■ 남북 화해, 민족과 세계의 과제

“한반도 문제는 동양의 한 지역이 아닌, 전 세계적 과제입니다.”

스파다로 신부에 의하면, 한반도는 ‘냉전’이라는 지정학적 시간을 여전히 살고 있는 땅, 무속신앙과 불교, 유교 등 다양한 종교 전통을 지닌 곳이다. 그러면서도 “일치가 차이를 반대하지 않고, 다양성을 파괴하지 않고 오히려 인정하고 화합하고 풍요롭게 하는 땅”이다. 그런 의미에서, 스파다로 신부는 한국은 현재 ‘강렬한 긴장’ 속에 살지만 “많은 극단적인 정치적·이데올로기적 주장들을 일치와 화합으로 이끈다”고 말했다.

특히 스파다로 신부는 남북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축하하면서 “2014년 방한 당시 프란치스코 교황은 단 한 번도 ‘남한’과 ‘북한’으로 나눠 부르지 않았다”며 “한국은 하나이고 다만 가족들이 나눠졌을 뿐”이라고 말했다. 또한 「치빌타 카톨리카」가 한국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와 나눈 대담 내용을 인용, “민족의 화해는 오벨리스크를 세우듯 일시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벽돌을 하나씩 올리듯 쌓아나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프란치스코 교황의 성공

스파다로 신부는 이번 인터뷰에서 올해가 프란치스코 교황 즉위 5주년이 되는 해라는 것을 상기시키고, 지난 5년간 교황이 이룬 성과를 크게 세 가지로 꼽았다.

첫째는 ‘공동합의성’(synodality)이다. 스파다로 신부는 교황이 공동합의성의 구현을 위해 펼친 노력은 ‘탁월한 것’이었다고 말한다. 그는 “교황이 내적 대화를 이끌고 나아가 논쟁도 불사하는 능력은 탁월하다”며 “대화는 교회 내부에 논쟁의 증가를 가져왔지만 사실 이는 진정한 친교를 증가시켰다”고 평가했다.

두 번째는 ‘교황권의 회심’이다. 이를 두고 스파다로 신부는 “교의적인 것은 전혀 바꾸지 않으면서, 교회 내부에서 또 교회 일치의 관계 안에서 교황 자신의 역할을 재해석했다”고 설명했다.

‘복음적 외교’는 세 번째 놀라운 성과로서, 세계는 프란치스코 교황을 유일하고 참된 윤리적 지도자로 받아들였다. 특히 교황은 난민들을 포함해 가난하고 고통받는 이들에 대한 전 세계의 관심을 환기시켰다.

스파다로 신부는 그러나 교황에 대한 반대와 부정의 목소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하지만 그는 “그분은 결코 지치지 않는다”며 “때로는 교회 안에서도 반대가 필요하고, 교황은 반대와 논쟁이 진정한 개혁과 쇄신 과정의 한 부분임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 변두리로 나아가라

프란치스코 교황은 우리에게 ‘변두리’의 현실을 바라보라고 초대한다. 바로 거기서 역사의 변화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스파다로 신부는 특히 “교회를 수호하기 위해 교의를 금고에 넣어 오염되지 않도록 보존할 것이 아니라 언제나 사람들에게 열려 있는 교회, 그리스도를 가둬두는 것이 아니라 밖으로 나가게 하는 교회가 돼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교회는 ‘등대’보다는 ‘촛불’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회는 빛을 비추긴 하지만 그 자리에 멈춰 있는 등대가 아닌, 사람들과 동행하며 빛을 밝히는 ‘촛불’이 돼야 한다”는 말이다.

“예수님에게도 당신의 메시지 덕분에 따르는 대중이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십자가를 피할 수 있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증언하는 복음은 매력적이지만, 세상에선 세속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다원주의의 도전을 민감하게 감지해 어떻게 갈등을 피하면서 종교적 다원주의를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공유해야 합니다.”

아울러 스파다로 신부는 바티칸과 중국의 관계에 관해서도 “중국에서 영적인 갈구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며 “어떻게 하면 중국에서 복음이 더 잘 선포되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정아 기자 stell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