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펀펀 사회교리] (70) 원수인 돈을 사랑하자 ④

백남해 신부(요한 보스코·마산교구 사회복지국장)rn마산교구 소속으로 1992년 사제품을 받
입력일 2018-05-15 수정일 2018-05-15 발행일 2018-05-20 제 3095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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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죄종 중 탐욕의 마귀 ‘마몬’
물질적 풍요 누린 중세부터 ‘마몬’이 크게 부각되기 시작
재물 욕심 경계해야 하지만 정당한 노동의 대가는 중요

“신부님 지난주에 하시다 만 ‘마몬’에 대해서 이야기 해주십시오.”

“예, 베드로씨. ‘마몬’은 ‘칠죄종’과 연결된 일곱 마귀 중 하나입니다. 칠죄종과 마귀를 연결시켜 보면, 식탐의 마귀 바알제불, 탐욕의 마귀 마몬, 색욕의 마귀 아스모대오스, 질투의 마귀 레비아탄, 나태의 마귀 바알 프오르(벨페고르), 분노의 마귀 사탄입니다. 이 중에서 마몬은 탐욕의 악마(마귀)입니다. 마몬이란 말은 시리아 말로 ‘부(富)’, ‘돈’이라는 뜻입니다. 마몬이 세력을 갖게 된 것은 중세시대부터입니다. 중세시대 가톨릭의 부패와 연결하여 생각하면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즉, 그 이전에는 부를 축적하는 일이 없었기 때문에 교회 또한 재물에 대한 욕심이 별로 없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중세 이전에는 마몬이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중세에 이르러 ‘부르주아’층이 출현하고, 교회 또한 돈에 대한 욕심을 부리게 되자 마몬이 중요한 악마로 여겨집니다. 마몬은 늘 땅만 보고 다녔는데 뭔가 떨어진 게 없나 해서랍니다.(여러분은 하늘을 보고 다니시죠?) 황금만능주의를 뜻하는 ‘맘모니즘(Mammonism)’의 어원이기도 합니다. 예수님께서 ‘하느님과 재물(마몬)을 함께 섬길 수 없다’는 말씀을 하신 것은 돈이라는 마귀를 따를 것인가, 사랑이신 하느님을 섬길 것인가 선택하라는 준엄한 질책이십니다.”

“신부님, 하느님을 더 사랑해야 한다는 것은 저도 잘 알고 있지만 돈과 하느님을 같은 선상에 놓고 선택하라는 것은 좀 과한 말씀 아닐까요? 돈에도 급이 있지 않겠습니까? 사기를 치거나 도둑질을 해서 번 더러운 돈도 있을 것이고, 열심히 일해서 정당한 임금으로 받은 값진 돈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그냥 뭉뚱그려서 돈을 마몬(악마)으로 규정해 버리니 당혹스럽습니다. 성실히 일해서 돈을 벌고 부자가 되는 것이 나쁘다고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는데 말입니다.”

“베드로씨 말에 일리가 있습니다. 사실 저 조차도 이 말씀은 거부감이 강하게 드는 말씀입니다. 사람이 정당하게 노동과 노력을 들여서 버는 돈은 가치가 있습니다. 이런 가치를 인정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신과 가족을 위해서 힘들지만 열심히 일을 합니다. 일을 통해 더 많은 돈을 버는 것은 그 사람의 노동 가치가 더 크다는 것을 확인시켜 줍니다. 그래서 돈을 더 많이 버는 사람을 우리는 좋아하고 심지어 존경하기까지 합니다. 그런데 베드로씨 말처럼 돈을 마몬인 악마로 규정해 버리면 열심히 일하는 건전한 노동자들이 좀 거시기 해집니다.”

“앞으로 월급 올려 달라는 말은 못하겠습니다. 그걸 노리신 건 아니시죠, 하하. 농담입니다. 어쨌든, 돈에 대한 성경 말씀 한 구절이 아주 의미심장하게 다가옵니다. 앞으로 신부님 말씀이 기대됩니다.”

백남해 신부(요한 보스코·마산교구 사회복지국장)rn마산교구 소속으로 1992년 사제품을 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