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현장에서] 평화는 서서히 스며든다 / 성슬기 기자

성슬기 기자
입력일 2018-05-08 수정일 2018-05-09 발행일 2018-05-13 제 3094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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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먹언? 샤워 핸?”

지난달 인터뷰에서 만난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최지연 선수는 “언니들(북한 선수들)의 말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밥 먹었냐고 샤워 했냐고 묻는 말이었다. 이연정 선수도 라커룸에서 함께 음악을 들었던 추억을 가장 깊이 남은 기억으로 꼽았다.

전 세계가 주목한 ‘평화의 현장’에 있던 그들에게 평화는 거창하지 않았다. 서로 안부를 주고받고, 마주 앉아 같이 밥을 먹고, 서로 다른 용어를 배우며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 그리고 함께 땀 흘리며 경기하는 것이 평화였다.

실제로 밥을 같이 먹으면서 서먹서먹한 감정이 없어졌다고 말하는 선수들의 모습에서 “평화는 매일매일 이뤄야 하는 과제”라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이 새삼 떠오른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남북단일팀에 대해 “남북한 대표단이 한반도기 아래서 단일팀을 결성한 것은 세계 평화의 희망을 안겨주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 “남북단일팀은 대화와 상호 존중을 통해 갈등을 평화롭게 해결할 수 있다는 희망을 세상에 보여주는 것”이라고도 했다.

남북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열린 이후 한반도 평화를 넘어 세계 평화를 향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진정한 평화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대회 한 달 전 갑자기 한 팀이 된 이들도 “남북도 갑자기 통일이 되면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스포츠 분야를 시작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점차적으로 교류를 늘려나가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갈등 없는 진정한 평화가 한반도에 서서히 스며들 수 있도록 한국교회가 앞장서야 할 때다. 평화를 매일매일 이뤄나가기 위해서는 ‘평화의 현장’은 계속돼야 한다.

성슬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