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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신도희년] 평신도사도직단체를 찾아서 (5) 한국가톨릭언론인협의회

주정아 기자
입력일 2018-05-08 수정일 2018-05-09 발행일 2018-05-13 제 3094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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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매체 통한 평신도 사도직 실천에 앞장
제2차 바티칸공의회 권고 따라 ‘한국가톨릭저널리스트클럽’ 출범
사회적 이슈 다루는 ‘가톨릭포럼’ ‘가톨릭 언론인 신앙학교’ 여는 등 신앙인 정체성·영성 강화에 힘써

폭풍이 지나가듯 신문기사, 각종 방송 프로그램, 광고 등의 마감 시간이 휘몰아쳐갔다. 이슈 영상을 걸고 실시간 모니터해야 하는 언론인들은 스마트폰에 줄곧 시선을 두면서도 서울 명동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한국가톨릭언론인협의회’(회장 김창옥, 담당 허영엽 신부, 이하 언론인회)가 마련한 ‘가톨릭 언론인 신앙학교’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평소 교회 상식도 꽤 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매스미디어 현장에서 일하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신앙인’이라는 의식을 저만치 두고 잊어버리곤 한다. 4~5월 10주 과정으로 진행된 이번 가톨릭 언론인 신앙학교에서 참가자들은 전례를 비롯해 동서 문화 교류와 한국교회 역사, ‘진리와 자유의 문’인 커뮤니케이션 등에 관해 보다 깊이 익히는 시간을 가졌다. 또한 언론인회는 오는 7월에는 현 한반도 정세 이후 우리가 대응하고 실현해 나가야 할 과제 등을 주제로 ‘가톨릭포럼’을 열 계획이다. 가톨릭 언론인으로서, 가톨릭 신앙인으로서, 더욱 ‘답게’ 살기 위한 노력의 하나다. 이번 호에서는 평신도들이 자발적으로 세운 대표적인 사도직 단체인 언론인회 속으로 들어가 본다.

■ 평신도 매스컴사도직

매스컴사도직의 필요성은 매스미디어 시대가 열리면서 가시적으로 싹트기 시작했다. 특히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평신도 매스컴사도직이 국제적으로 뿐 아니라 각 지역교회 안에 자리 잡게 뒷받침하는 분수령이었다. ‘한국가톨릭언론인협의회’ 또한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근간으로, 매스미디어를 통한 복음적, 사도적 소명을 다하기 위해 출범했다.

교회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당시, 현대의 ‘놀라운 기술’(Inter Mirifica) 가운데 텔레비전, 라디오 등은 대중과 온 인류사회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회 커뮤니케이션 매체들이라고 그 중요성을 인정했다. 이어 사회 커뮤니케이션 매체들을 올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돕고, 그 매체들을 올바로 활용해 여러 사도직 활동에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독려하기 위해 사회 매체에 관한 교령 「놀라운 기술」을 발표한 바 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회기 중인 1964년에는 교황청 ‘사회커뮤니케이션위원회’도 신설됐다. 이어 교황청은 관련 기관으로 UNDA(국제가톨릭방송인협회, International Catholic Association for Radio and Television), OCIC(국제가톨릭영화·시청각인협회, International Catholic Organization for Cinema and Audiovisual ), UCIP(국제가톨릭신문·출판인협회, International Catholic Union of the Press)를 인준했다.

1967년 한국에서도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권고에 따라 ‘한국가톨릭저널리스트클럽’이 출범했다. 이듬해엔 각 교구 클럽들이 자발적으로 출범했다. 이어 신문사와 방송사마다 교우회 혹은 사도회 등을 결성하고 미사봉헌과 피정, 성지순례 등을 통해 내적 쇄신과 외적 활동에 힘을 실어 나갔다.

또한 가톨릭 언론인들은 1970년 UNDA, 즉 국제가톨릭방송인협회를 시작으로 한국 OCIC와 UCIP 등 세계기구의 한국 조직을 속속 갖추면서 분야별로 보다 전문성을 갖춘 사도직을 펼치게 됐다. 이어 2002년에는 UNDA와 OCIC가 통합, 위성과 케이블방송, 인터넷, 애니메이션 등 뉴미디어를 대폭 수용한 새로운 가톨릭미디어기구인 ‘시그니스(SIGNIS)로 출범함에 따라, 한국커뮤니케이션협회(시그니스 코리아)의 역사가 시작됐다. 또한 2010년 교황청이 국제평신도사도직단체 인준을 취소하면서 한국 UCIP는 CJPA(Catholic Journalists and Publishers Association)으로 명칭을 바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 ▼ 2017년 6월 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 파밀리아채플에서 봉헌된 한국가톨릭언론인협의회 창립 50주년 기념미사(위)와 같은 해 6월 한국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열린 ‘2017년 대한민국의 정의와 화해를 위한 종교의 역할’ 주제 제17회 가톨릭 포럼(아래).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 가톨릭 언론인으로서의 활동

저널리스트클럽이 출범하면서 가톨릭 언론인들은 우선 ‘종교와 매스컴’을 주제로 한 칼럼을 전국 주요 일간지에 기고하고, 라디오 방송에도 출연해 매스컴 역할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각 지역에서는 가톨릭 언론인들을 중심으로 한 강연회가 연이어졌다.

가톨릭 언론인들은 모자보건법 반대와 공명선거 실시, 인권 유린 반대 등에 큰 목소리를 냈고, 민주주의 실현을 촉구한 시국 성명을 적극 지지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당시로서는 매우 용기 있는 행동이었다. 교회는 유신 시대 반독재와 민주화투쟁의 선봉에 섰고, 정부는 신자 언론인들이 교회의 현실 참여와 투쟁에 동참하는 것을 경계해 집요한 압력을 가했기 때문이다. 이에 관해 최홍운(베드로) 전 언론인회 회장은 “‘제도 언론’의 족쇄에 묶여 현실 참여에 관한 한 소극적인 면도 있었지만 ‘남들은 성명서 내고 데모 하고 감옥에도 끌려가는데 눈과 귀를 속이는 제도 언론의 하수인들이 아니냐’는 질타에 가톨릭 언론인들의 고뇌와 갈등 또한 매우 깊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가톨릭 언론인들은 1971년 제5회 세계 홍보주일을 맞아서는 ‘인류의 일치를 증진시키는 홍보 수단’을 주제로 심포지엄도 열었다. 혼란스러운 국내 정치 사정상 최종적으로 열지는 못했지만 ‘자유 아시아 언론인 대회’를 준비하기도 했다. 특히 1981년 조선교구 설정 150주년, 1984년 한국교회 창설 200주년이 되는 해 가톨릭 언론인들은 신문과 방송, 출판, 영화 등 각 분야에서 큰 역할을 했다.

■ 가톨릭 언론인으로서의 소명

가톨릭 언론인으로서의 소명을 실천하는 여정에서 갖가지 굴곡을 겪으면서, 언론인들은 무엇보다 신앙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는데 뜻을 모았다.

이에 따라 2000년 대희년부터는 ‘가톨릭 언론인 신앙학교’를 비롯해 사회적으로 큰 이슈와 관련한 주제를 선정해 가톨릭적 시각에서 해법을 제시하는 ‘가톨릭포럼’을 정기적으로 열고 있다. 특히 가톨릭포럼은 교회 안에서 뿐 아니라 대사회적으로 영향을 미치면서 관심을 모아왔다. 언론인회는 2000년 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에서 ‘남북 화해 시대 무엇을 할 것인가’를 주제로 첫 포럼을 연 이후, ‘학교 교육 어떻게 할 것인가’, ‘공직자의 윤리 이대로 좋은가’, ‘멀티미디어와 인간-뉴미디어 혁명, 소통의 실태와 윤리·제도적 대안은’, ‘한국 리더십의 위기를 말한다 : 진단과 제언’, ‘공영 언론 독립,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무너지는 공동체 : 나눔을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 등 우리사회에 주요 이슈와 시급한 과제 및 그 해법을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해왔다. 언론인 신앙학교 또한 지금까지 700여 명의 수료생을 배출, 이들이 가톨릭 언론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다지고 영성을 강화하는데 힘을 실어왔다.

아울러 언론인회는 「미디어 종사자를 위한 천주교 용어·자료집」을 출간하고, 한국가톨릭독서아카데미 설립과 운영 등에도 발걸음을 함께하고 있다.

주정아 기자 stell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