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세월호 희생자 故 박성호군 기리는 ‘성호성당’, 수원가톨릭대 교정으로 이전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18-05-08 수정일 2018-05-09 발행일 2018-05-13 제 3094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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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로 멈춰버린 예비신학생의 꿈… 잊지 않겠습니다”
세월호 합동분향소 철거로 원래의 자리에서 옮겨 설치
1학년 기숙사 신덕관 앞 언덕 ‘세월호 추모 동산’으로 조성

5월 1일 최봉수 목수와 작업자들이 수원가톨릭대학교 신덕관 앞에 옮긴 성호성당 위에 종탑을 올리고 있다.

5월 1일 수원가톨릭대학교 신덕관 앞. 크레인에 매달린 건물이 서서히 아래로 내려왔다. 15㎡ 규모의 아담한 목조 경당.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수원교구 예비신학생 박성호(임마누엘)군을 위해 세워졌던 ‘성호성당’이다.

신덕관은 신학교 1학년생 기숙사로, 신학생들의 영성수련이 시작되는 곳이다. 박성호군이 오고 싶어 했던 이곳에 ‘성호성당’이 대신 왔다.

‘성호성당’은 예비신학생이었던 박성호군의 꿈을 대신 이뤄주고자 시민모임 ‘세월호가족지원네트워크’가 안산 세월호 합동분향소 앞에 설치했던 경당이다. 세월호 유가족뿐 아니라 분향소를 찾은 많은 이들이 이곳에서 기도하며 위로를 받았다. 하지만 ‘성호성당’은 지난 4월 16일 세월호 4주기를 맞아 합동분향소가 철거되면서 갈 곳을 잃었다.

이 사정을 들은 수원교구 안산대리구(대리구장 김건태 신부)는 수원가톨릭대(총장 유희석 신부)와 협의해 이전을 결정했다. 수원가톨릭대는 교정에 ‘성호성당’이 있기에 가장 의미 있는 자리를 선정해 공간을 마련했고, ‘성호성당’을 지었던 최봉수 목수가 이전 작업을 맡았다. 이전 비용은 안산대리구가 부담했다.

‘성호성당’ 이전 과정을 묵묵히 지켜보던 박성호군의 어머니 정혜숙(체칠리아·50·수원교구 선부동성가정본당)씨는 “이곳(수원가톨릭대)은 성호와 1년에 한 번씩 성소주일에 오던 곳”이라면서 “성호 대신 ‘성호성당’이 온 것은 슬프지만 성호가 오고 싶어 했던 학교에 ‘성호성당’이 올 수 있게 해주신 것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수원가톨릭대는 ‘성호성당’ 옆에 지난해 4월 25일 팽목항에서 옮겨온 세월호 십자가도 옮겨 세우고, 신덕관 앞 언덕을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세월호 참사 200일인 2014년 11월 1일 축복된 곳인 만큼 별도의 축복식이나 기념식은 진행하지 않는다.

수원가톨릭대 기획관리처장 황치헌 신부는 “이곳은 성호군뿐 아니라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기도하는 ‘세월호 추모 동산’으로 조성할 것”이라면서 “수원가톨릭대는 해마다 이곳에서 기도회와 추모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성호성당’의 이삿날에는 관계자 외에도 신학생들과 이전 소식을 듣고 개인적으로 찾아온 이들도 함께 자리했다.

수원가톨릭대 대학원 2학년 신용관(요한사도) 신학생은 “방학 때마다 분향소 천주교부스에서 일을 도왔는데, 그때마다 성호성당을 방문해 기도했었다”면서 “사제직을 지망하는 저희들이 ‘성호성당’을 통해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나아가 가난하고 고통 받는 사람들을 기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감을 말했다.

2014년 11월 세월호 합동분향소 앞에 설치된 성호성당 축복식 모습. 가톨릭신문 자료 사진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