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하느님 안에서 기쁨 되찾기] 수도자 되고 싶은데, 현실 도피로 생각하는 것 아닌지 혼란스러워

이찬 신부 (성 골롬반외방선교회·다솜터심리상담소장)
입력일 2018-05-01 수정일 2018-05-01 발행일 2018-05-06 제 3093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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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원 찾아 성소 지도 받아보길… 판단은 결국 ‘하느님의 몫’

【질문】 수도자 되고 싶은데, 현실 도피로 생각하는 것 아닌지 혼란스러워

20대 후반의 여성입니다. 어려서부터 수도자는 동경의 대상이었습니다. 사귀던 남자와는 헤어졌지만, 가정 형편 어려워 경제적인 독립이 힘든 상황입니다. 수도자가 되고 싶은 마음은 분명히 있었는데, 이러한 현실에서 도피하려는 마음으로 성소를 선택하는게 아닌지 혼란스럽습니다.

【답변】수도원 찾아 성소 지도 받아보길… 판단은 결국 ‘하느님의 몫’

하느님은 우리를 늘 먼저 부르시고 초대하십니다. 우리는 여러 삶의 형태로 불림을 받기도 합니다. 그것이 현세에서 우리의 눈에는 사제, 수도자, 평신도의 모습으로 나타나며, 그 형태는 모두 소중한 것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유교적인 영향으로 사제나 수도자가 더 나은 성소라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부르심 자체에는 차이가 없다고 생각을 합니다.

사제는 교구나 수도원의 성소를 지니고, 여성들은 수도자의 길로 부르심을 받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수도자의 길은 각 수도회가 받은 하느님의 은총에 따라 현 사회에서는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이것을 각 수도회의 카리스마라고 부릅니다. 이런 은총으로 수도원마다 카리스마에 따라서 활동을 중심으로 하는 형태로 혹은 관상을 중점적으로 하는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물론 활동을 주로 하는 수도회도 관상에 많은 비중을 둡니다. 특별히 관상 기도에 매진하는 수도회는 활동보다 관상에 더 마음을 씁니다. 자신이 활동에 적합한지 관상에 더 적합한지도 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성소를 발견하기 위해서는 본인이 스스로 결정하기보다 마음을 열고 수도원을 방문하여 성소 담당 수녀님께 지도를 받는 것이 가장 좋은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길도 다 하느님이 미리 우리를 위해서 준비해 놓으신 것이기 때문입니다.

수도자가 되고자 할 때 누구나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정말 바른 의지로 수도자의 길을 가려고 하는 것인가를 수없이 스스로에게 되묻고는 합니다. 그러나 판단은 자신의 몫이 아니고 역시 하느님의 몫입니다. 모든 것을 다 하느님께 내어드리고 지도하시는 수녀님을 통해서 하느님이 우리에게 말씀하신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느님은 인간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더 크게 쓰실 수 있는 분임을 잊지 마셨으면 좋겠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 스스로를 되돌아보면 스스로가 보잘것없어서 견딜 수가 없을 것입니다. 현대 사회는 특히 다른 사람의 평가에 민감해지고 있고, 또 다른 사람에 대한 평가의 말이나 행동을 너무 쉽게 해서 상대에게 상처를 입히기도 합니다. 그런 평가에 의해서 자신을 보게 되기 쉽고 자신의 눈으로 자신을 살펴보기는 어렵게 되어버립니다.

상담하다 보면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없어서 한없이 작아지고, 자기 존중감이 바닥을 친 상태로 살아가는 분들을 만나게 됩니다. 이런 분들을 만나면 안타깝기 짝이 없습니다. 자신이 그렇게 된 데는 자신의 몫도 있겠지만, 살아오는 과정에서 환경적인 영향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부모의 영향, 경제적인 상황, 주변 사람들과의 대인 관계 등등, 스스로가 통제할 수 없는 환경인 경우가 너무 많지만 대부분은 자신의 탓으로 돌려버립니다.

자라오면서 수도자가 동경의 대상이었다면 한 번쯤은 수도원의 문을 두드려 보아야 할 것입니다. 문 밖에서 기다리시는 하느님을 만나기 위해서라도 내가 스스로 문을 두드려야 합니다. 또한 경제적인 어려움에서, 남자 친구와 이별로, 현실에서 도피하고자 해서 성소를 생각하고 있는 것인지는 시간을 갖고 차분히 잘 살펴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지도자와 잘 상의를 하시길 바랍니다. 하느님은 자매님을 하느님의 뜻에 맞갖은 길로 잘 인도해 주실 것이라는 것을 믿습니다.

※ 질문 보내실 곳 :

[우편] 04996 서울특별시 광진구 면목로 32

[E-mail] sangdam@catimes.kr

이찬 신부 (성 골롬반외방선교회·다솜터심리상담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