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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화해·일치] 한반도 평화라는 새 하늘 새 땅 / 이원영

이원영(프란치스코) rn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연구원
입력일 2018-05-01 수정일 2018-05-01 발행일 2018-05-06 제 3093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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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7일, 11년 만에 열린 남북 정상회담은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을 발표하고 막을 내렸다. 이 선언은 2007년 정상회담에서 발표했던 10·4 선언을 재확인하고,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의지를 표명하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이는 많은 전문가와 언론의 예측에 대체적으로 부합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특이했던 것은 ‘평화협정’을 명시해 정상회담의 방향과 목적을 구체적으로 설정한 것이었다.

현재 한반도는 정전 상태이다. 정전이란 일시적으로 전쟁을 중지한 것이지 전쟁이 끝난 것이 아니다. 전쟁의 종식은 ‘평화협정’ 체결을 통해 법적, 제도적으로 이뤄진다. 65년째 정전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6·25전쟁은 ‘종전 선언’에 이어 당사자들이 평화협정을 체결하면서 종식될 수 있다. 그런데 정전협정 체결 당사자들은 UN군 총사령관 클라크, 북한군 최고사령관 김일성, 중국인민지원군 사령관 펑더화이(彭德懷)였다. 한국은 정전협정의 체결 당사자는 아니었기에 평화협정 체결에 있어 한국이 당사자가 될 수 있느냐 하는 논란이 있었다. 심지어 중국 역시 정규군이 아닌 인민지원군 총사령관이 서명한 것이었기에, 평화협정 당사자 자격에 대해 논란이 될 수 있었다. 이는 북한이 ‘북미 평화협정’ 체결을 주장하는 근거가 됐으며, 2007년 제2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발표한 10·4 선언 제4항에서 ‘3자 혹은 4자’가 평화협정이 아닌 ‘종전선언을 추진’한다고 명시한 이유였다.

그러나 판문점 선언에서 평화협정의 당사자로 ‘남북미’ 혹은 ‘남북미중’을 명시했으며, 한반도 평화 체제의 법적, 제도적 출발점으로 평화협정을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이는 북한이 북미 간에 평화협정을 체결해야 한다는 기존의 입장에서 양보한 것이라 하겠다. 향후 북미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의 체제 안정 보장에 대한 합의가 이뤄진다면, 비핵화 진전에 따라 평화협정 체결이라는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한 로드맵이 현실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본격적으로 새로운 동북아 국제정치가 전개될 것이다. 미국 동북아 전략의 핵심은 중국에 대한 ‘견제와 균형’(check and balance)이다. 이 조건 속에서 남북한이 보다 긴밀한 협력 관계로 발전하게 된다면, 미국과 중국이 먼저 남북한에 대한 동맹을 각기 강화하려 접근할 것이다. 따라서 남북한은 긴밀한 협력을 통해 국제정치적 위상을 함께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여전히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도 등장할 것이다. 북한이 포함된 평화협정을 국회에서 비준하게 된다면, 북한을 또 다른 국가로 인정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현행 헌법에서 영토 조항을 수정해야 한다. 이외에도 다양한 기존 법령들 내에서 충돌이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들이 나타나는 것은 바로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새로운 길을 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길이야말로 우리를 한반도 평화라는 ‘새 하늘 새 땅’으로 인도하는 길이 될 것이다.

이원영(프란치스코) rn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