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마당

[독자마당] 안산 세월호 4주기 미사를 봉헌하며

김동기(사도요한·서울 신월동본당)
입력일 2018-05-01 수정일 2018-05-02 발행일 2018-05-06 제 3093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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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안산 분향소를 철거함에 따라서 마지막 미사를 드리기 위해서 추모공원을 찾았다. 저녁 8시 미사…, 끝나고 서울집에 돌아가면 12시는 될 것 같았다. 출퇴근 시간에 막혀 길바닥에서 헤매다 30분 전에야 분향소가 있는 화랑공원에 겨우 도착했다. 구름이 잔뜩 끼어 벌써 사방이 어둡고 공원 진입하는 쪽은 공사가 한창이다. 어디를 보나 꽃나무 한 그루 보이지 않는 것이 신기했다. 공원에 들어가서도 마찬가지이다. 가을에 왔을 때는 꽃이 많은 곳이었는데 건축 자재만 널려있었다.

행사장소가 야외음악당인 줄 알았는데 분향소를 모두 허물고 한쪽 벽을 이용하여 4주기 추모 무대를 꾸미고 있다. 그 옆 컨테이너 박스 3동 중에 1동이 미사 드리는 장소란다. 40명 정도가 들어갈 공간에 마이크도 없고 반주도 없고 신자들은 이미 차 있고 마당에 서 있는 사람이 십여 명 정도 있다.

성가도 없이 미사를 한다니! 미사 할 기분이 나지 않아 집으로 돌아갈까 하다가 참았다. 그동안 이런 상황에서 4년 동안 미사를 봉헌했을 사람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묵주기도가 시작되고 사람들이 모여든다. 대리구장님은 조촐하게 유가족 위주로 마무리하기로 한 것인데 신자들이 많이 왔다고 양해를 구하셨다. 마이크도 반주도 없는 미사로 마당의 200여 분과 함께 마음을 모았다. 미사 중 바람이 살살 불어와 행복을 주었다. 그저 고개만 숙여도 성령이 느껴졌고 마음이 편안해졌다. 젊은 음악가들은 추모곡을 불렀고 나는 시를 한 수 썼다.

-세월호 4주기 미사 중-

안산에 가면 꽃이 있지

공원이 많으니까

꽃을 보러 갔는데

꽃이 없더구만.

안산에 꽃이 없다니!…,

초봄에 꽃이 별로라니!…,

그런데 꽃을 보고 왔지

바람 속에 피는 꽃

바람 속에 모든 것이 있더구만

향기도, 싱그러움도, 행복도

눈만 감으면 보이는 꽃

고개만 숙이면 느낄 수 있는

그런 꽃을 보고 왔지.

안산에 가면 꽃이 있지

마음속에서 피어나는 꽃

한 번 피었다 지고 마는 꽃이고

한 번 피었다 지고 마는 것이 사람이지만

두고두고 눈 감았다

두고두고 고개 숙였다 왔지

온몸으로 꽃을 느끼다 왔지

바람 속에 행복

흐르다 사라지는 행복이 아니라

두고두고 잊히지 않는

두고두고 잊을 수 없는

눈만 감으면 피어나는

고개 숙이면 피어나는

그런 꽃을 보고 왔지.

김동기(사도요한·서울 신월동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