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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알 하나] 나만의 정의와 의미, 목표와 방향성 / 서영준 신부

서영준 신부 (효명중·고등학교 교목실장)
입력일 2018-05-01 수정일 2018-05-01 발행일 2018-05-06 제 3093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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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성모성월이면 모든 본당은 자연스레 ‘성모의 밤’ 행사를 연다.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진 ‘성모의 밤’ 안에서 우리는 성모님에 대한 공경의 의미, 그분의 모범을 본받고자 하는 의미 등을 되새기며 성모님과 함께, 성모님을 통해 예수님께 나아간다는 의미의 뜻깊은 시간을 보낸다.

5월이 다가오는 이 시점에 본당이 아닌 학교(중·고등학교)에서 ‘성모의 밤’을 어떻게 준비하면 좋을지 고민하게 되었다. 학생들에게 성모님에 대해서 뭐라고 설명해 줄 수 있을까? 성모신심의 가장 핵심적 의미는 무엇일까? ‘성모의 밤’이 우리에게 주는 본질적 의미는 뭘까? 어떻게 하면 교회의 아름다운 신앙, 전통을 오늘을 살아가는 학생들에게 더 와 닿을 수 있는 의미로 전달할 수 있을까?

성모신심의 보편적 의미와 가치가 훼손되지 않고 그것을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전달할 수 있는 방법적 의미에 대해서 고민하다가 우선 묵주기도 5단을 바친다는 것 자체가 학생들에게는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5단을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에 바치지 않고 한 단 한 단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며 바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성모신심은 분명 그리스도께 나아가기 위한 도움의 길이라는 의미가 있다. 여기서 ‘도움’이라는 키워드 안에서 청소년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봤다. 5월 안에는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어버이날, 스승의 날 등의 소중한 의미가 있음을 고려하여 묵주기도 1단을 바치기 전에 자신이 주변의 누군가로부터 도움을 받았던 구체적인 경험을 떠올려보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도움이라는 키워드 안에서 묵주기도 1단을 마친 뒤, 2단을 바치기 전에는 도움에 대한 ‘감사’라는 키워드 안에서 내가 감사드리고 싶은 분(대상)을 떠올려보고 몇몇 학생들에게는 미리 편지를 작성해 발표하도록 한 뒤에 묵주기도 2단을 바치면 어떨까 하고 구상했다. 이어서 3단을 바치기 전에는 성모님의 모범을 본받는다는 신심적 의미를 간단히 설명한 후, ‘모범’이라는 키워드 안에서 나 스스로가 바라고 원하는 자신만의 모범적인 모습이 무엇인지, 혹은 나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서 본 모범을 생각하면서 스스로 만들고 싶은 나를 떠올려보며 다짐과 목표를 생각한 후 3단을 바치면 어떨까 하고 생각해 보았다.

4단을 바치기 전에는 아들의 수난을 함께하고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성모님의 ‘고통’이라는 키워드 안에서 학생들 스스로 겪고 있는 고통이 있다면 그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함께 나누는 시간을 가진 후 4단을 바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도움’, ‘감사’, ‘모범’, ‘고통’이라는 키워드 안에서 청소년들이 자신의 현재에 와 닿을 수 있는 의미 안에서 묵주기도 4단까지 바친 뒤, 마지막 5단을 바치기 전에는 정리하는 차원에서 자기 나름의 소망, 다짐, 또는 감사의 의미가 담긴 글, 노래, 초 등을 성모님께 봉헌하며 ‘성모의 밤’을 마무리하면 좋지 않을까 하고 고민해봤다.

이렇게 ‘성모의 밤’ 행사를 구상하다 보니, 으레 해왔기 때문에 하는 행사보다는 자신만의 정의와 의미, 그리고 나름의 목표와 방향성을 늘 새롭게 설정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교회 내의 여러 전례와 신심 행사를 봉헌하는데 으레 있었던 형식에 머물기보다 그 안에서 나만의 정의와 의미를 발견하고 찾으려고 할 때(물론 보편적 신앙 의미를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비로소 신앙이 주는 참된 기쁨과 가치를 발견할 수 있고 또 전해줄 수 있는 우리가 되지 않을까? 나만의 정의, 의미, 그리고 목표와 방향이 있는 우리들의 신앙생활이 되면 좋을 것 같다.

서영준 신부 (효명중·고등학교 교목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