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평화, 되돌릴 수 없는 역사적 흐름이다

입력일 2018-05-01 수정일 2018-05-01 발행일 2018-05-06 제 3093호 23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한민족이 미증유의 평화를 향한 대장정 앞에 섰다. 4·27 남북 정상회담으로 열린 평화의 길은 그 폭이나 길이에 있어 상상을 훌쩍 뛰어넘는다. 그만큼 정상회담을 지켜본 이들의 감동도 깊고 컸으리라 짐작된다.

남과 북 두 정상이 내놓은 ‘판문점 선언’은 교회가 줄기차게 역설해온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평화협정 체결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8·15 이산가족 상봉 ▲평화수역 설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설치 등은 따르는 결실이라고 할 수 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상상도 못하던 이 같은 흐름을 앞에 두고 교회는 그 어느 때보다 큰 기대감을 표하고 있다. 남북 정상회담을 지켜본 프란치스코 교황은 4월 29일 로마 성 베드로광장에서 열린 부활삼종기도 뒤, 평화를 향한 장정에 나선 두 정상의 용기에 박수를 보냈다.

교황은 “평화와 더욱 돈독한 형제애라는 미래의 희망이 좌절되지 않기를, 양국의 협력이 한국 국민과 전 세계를 위해 선의라는 열매를 계속해서 맺을 수 있기를 주님께 기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남북 정상회담은 한민족은 물론 한반도를 둘러싼 여러 나라, 수많은 이들의 삶과 역사의 흐름을 바꾸는 변화를 불러올 것이 분명하다. 주님께서 이 시대에 주시는 징표를 바라보고 따르는 그리스도인이라면 이 변화를 복음의 관점에서 해석하고 자신의 소명으로 받아 안아야 할 것이다.

평화로 열린 길이 마냥 장밋빛만은 아닐 것이다. 반세기를 훨씬 넘어선 분단 현실과 이로 인한 수많은 갈등과 상처를 정상 간 한 번의 만남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역사에 대한 무지다.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평화가 되돌릴 수 없는 역사적 흐름임을 깨닫고 온 힘을 다해 맞아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