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령기도를

제주 ‘성 이시돌목장’ 세운 임피제 신부 선종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n이창준
입력일 2018-04-24 수정일 2018-04-24 발행일 2018-04-29 제 3092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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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양떼 지킨 참 목자 떠나다
1954년부터 제주에 정착, 64년간 지역개발 위해 노력 

임피제(Patrick James McGlinchey·성 골롬반 외방선교회) 신부가 4월 23일 오후 6시27분 경 제주 성이시돌복지의원에서 선종했다. 향년 91세. 임 신부는 최근 심근경색으로 제주 한라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아 왔다.

고인의 빈소는 제주 한림성당에 차려졌다. 장례미사는 4월 27일 오전 10시 제주 성 이시돌 삼위일체대성당에서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와 교구 사제단 공동집전으로 봉헌됐다. 고인에 대한 추모미사는 4월 30일 오후 4시30분 서울 돈암동 성 골롬반 외방선교회 본부에서 봉헌할 예정이다.

1928년 6월 6일 남 아일랜드 레터켄에서 출생한 임피제 신부는 1951년 12월 21일 아일랜드 성 골롬반 신학교 성당에서 사제품을 받았다. 25세의 젊은 사제이던 임 신부는 1953년 4월 11일 부산을 통해 아직 6·25전쟁의 포화가 멈추지 않았던 대한민국에 입국해 1953~1954년 광주대교구 순천본당 보좌로 한국교회에서 사목을 시작했다.

이후 1954년 4월 제주 한림본당 주임신부로 부임하며 제주도와 첫 인연을 맺은 뒤 선종하기까지 64년간 제주도를 제2의 고향으로 삼아 제주교구민은 물론 제주도민 모두와 희로애락을 함께해 왔다.

임 신부는 6·25전쟁의 여파로 피폐해지고 가난에 허덕이던 제주도민들을 위해 제주 지역개발, 경제적 자립, 교육과 사회복지 분야에서 땀과 눈물을 흘림으로써 교회의 담장을 넘어 제주의 모든 이들에게 양 냄새 나는 목자의 모범을 보여줬다.

가난 구제를 위해 돼지 1마리로 시작한 성이시돌 목장, 전국 최고의 명품으로 각광 받았던 한림 수직, 한림 신협, 한림 성이시돌 병원, 성이시돌 양로원과 요양원, 유치원과 어린이집, 성이시돌 젊음의 집(청소년 수련원), 성이시돌 복지의원(호스피스) 등 임 신부가 제주에 남긴 족적은 일일이 나열하기에도 벅차다.

임 신부는 2004년 은퇴 후에도 성이시돌 농촌산업개발협회 고문을 맡아 제주도와 제주교구를 위해 변함없이 열정적으로 활동했다.

그동안 받은 상훈만 해도 1966년 5·16 민족상 산업부문 장려상, 1972년 대한민국 석탑산업훈장, 1975년 막사이사이 국제이해부문상, 1982년 내무부장관상(지역발전, 노인복지), 1990년 적십자 봉사상 금상, 1996년 제1회 KBS 지역대상 금상, 2004년 국민훈장 모란장, 아일랜드 대통령상(봉사 부문) 등 헤아릴 수 없이 많다. 1973년에는 제2호 명예 제주도민으로 선정돼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다운 면모를 심어줬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n이창준 제주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