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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권고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무엇을 담았나 (중)

최용택 기자
입력일 2018-04-24 수정일 2018-04-24 발행일 2018-04-29 제 3092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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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덕으로 향하는 길은 함께 나란히 걸어가는 공동체의 여정입니다
 제3장에서는 산상 설교 ‘참행복’에 대해 이야기
“기도 없는 성덕은 없다”며 지속적인 기도 당부
 성체·고해성사로 그리스도와 일치 이룰 것 강조
교황 권고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Gaudete et Exsultate)의 부제는 ‘현대 세계에서 성덕의 소명에 관한’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에 현대 그리스도인의 삶에서 성덕이 왜 중요한지와 무엇이 성덕의 본질인지를 명료하게 담아냈다. 이번 호에서는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제3장 ‘주님의 빛 안에서’와 제4장 ‘현대 세계에서 성덕의 징표’를 중심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참행복 선언으로 비춰 본 교황의 성덕에 대한 이해와 오늘날 그리스도인에게 필요한 징표를 알아본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에서 “성덕 안의 성장은 타인과 나란히 가는 공동체의 여정”(141항)이라고 강조했다.

■ 참행복을 따르는 거룩한 삶

프란치스코 교황은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에서 성덕으로 이르기 위해서 예수 그리스도의 모범을 따를 것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교황은 제3장 ‘주님의 빛 안에서’에서 참행복과 마태오복음서 25장을 중점적으로 소개했다. 교황 권고의 이름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도 참행복의 한 구절(마태 5,12)에서 따왔다.

교황은 “성덕을 구성하는 것에 대한 수많은 이론이 있을 수 있고, 이러한 이론에 대한 다양한 해설과 차이점을 설명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고 진리를 가르치는 예수의 방식을 따르다 보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다”(63항)고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하면 좋은 그리스도인이 될 수 있을까? 답은 분명하다. 교황은 “우리는 그리스도께서 산상 설교에서 하신 말씀을 각자의 삶의 방식으로 실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예수 그리스도는 참행복(마태 5,3-12; 마르 6,20-23)을 가르치시면서 성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주 간단하게 설명하신다”면서 “참행복은 그리스도인에게 신분증과도 같다”(63항)고 말했다. 교황은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삶을 살도록 권고하며, 참행복은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안내서 역할을 한다고 덧붙였다.

예수 그리스도의 산상 설교는 우리 일상생활 안에서 성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묘사하고 있다. 교황은 바로 산상 설교의 참행복을 충실히 실천하면 진정한 행복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교황은 오직 성령께서 우리 안에 가득 찬 나약함과 이기심, 안주하려는 경향, 자만을 없앨 때에만 이러한 참행복을 실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교황은 여기서 ‘행복’을 ‘거룩함’과 같은 의미로 사용하고, 각 행복 선언을 거룩함이라는 말로 마무리했다. ▲마음이 가난한 것이 거룩함이다 ▲온유하고 겸손하게 응대하는 것이 거룩함이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슬퍼하는 것을 아는 것이 거룩함이다 ▲의로움에 주리고 목마른 것이 거룩함이다 ▲자비로운 마음으로 보고 행동하는 것이 거룩함이다 ▲사랑을 변질시키는 온갖 것들로부터 마음을 지키는 것이 거룩함이다 ▲우리 주변에 평화의 씨앗을 뿌리는 것이 거룩함이다 ▲날마다 복음의 길을 받아들이는 것이 우리에게 어려움을 안겨줄지라도 그렇게 하는 것이 거룩함이다.

■ 성덕의 가장 명확한 기준

교황은 참행복이 그리스도인 삶의 이정표라고 강조했다. 이어 교황은 마태오복음 25장을 예로 들어 최후의 심판에 “우리가 받게 될 심판의 가장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며(95항 참조), 자선활동에 나설 것을 당부했다.

마태오복음 25장 35-36절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너희는 내가 굶주렸을 때 먹을 것을 주었고, 내가 목말랐을 때에 마실 것을 주었으며, 내가 나그네였을 때에 따뜻이 맞아들였다. 또 내가 헐벗었을 때에 입을 것을 주었고, 내가 병들었을 때에 돌보아 주었으며, 내가 감옥에 있을 때에 찾아 주었다.”

교황은 “이 구절은 그냥 단순한 자선활동으로의 초대가 아니다”라면서 “그리스도의 신비에 한 줄기 빛을 비추는 그리스도론의 한 페이지인 것”(96항)이라고 말했다. 마태오복음 25장은 우리가 다른 사람들, 특히 가난한 이의 구체적 요구에 얼마만큼 응답했는지를 확인하는 도전적 질문들을 하고 있다. 교황은 이에 대한 응답이 없이는 성덕에 이를 수 없으며, 믿고 기도하며 실천하는 것은 결코 분리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또 성덕이 세상과 특히 사람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방식을 어떻게 바꾸는지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교황은 98항에서 추운 밤 노숙자를 만나는 것을 예로 들었다. 교황은 우리가 그 사람을 일종의 골칫덩이가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형제자매로 볼 때, 비로소 그리스도의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교황은 세상을 이런 방식으로 바라볼 때 겪는 “지속적이고 불편한 불안감”은 우리가 성덕으로 성장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표지라고 덧붙였다.

■ 오늘날 성덕의 징표

교황이 제안하는 성덕에 대한 많은 부분은 신앙생활에 잘 알려져 있다. 기도하고, 자주 성체성사와 고해성사를 하며, 날마다 양심 성찰을 하고, 정기적으로 복음을 읽으며 그리스도의 삶과 우리의 삶을 더욱 친밀히 일치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교황은 이러한 ‘영적’ 활동과 관련해 자비에 근거한 행동을 매우 긴밀히 연결 짓고 있다. 실제로, 교황은 이 둘은 분리될 수 없으며, 우리 기도의 진정성은 우리가 더욱 겸손하고 자비롭게 되는 삶의 방식에서 드러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에 교황은 제4장 ‘현대 세계에서 성덕의 징표’에서 주님께서 우리에게 요청하시는 생활방식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몇 가지 징표 혹은 영적 태도를 제시했다. 바로 인내와 온유함, 기쁨과 유머 감각, 대범함과 열정, 공동체성 그리고 지속적 기도다. 교황은 “내가 강조하고자 하는 징표들은 성화의 완벽한 모범은 아니지만 이 징표들은 하느님과 이웃에 대한 사랑의 표현”(111항)이라고 말했다.

인내와 온유함은 우리를 사랑하시고 지탱해주시는 주님에 대한 굳건한 기초를 의미한다. 내적 힘의 원천인 인내와 온유함은 우리가 삶의 굴곡에서 끈기있게 버틸 수 있게 할 뿐만 아니라, 타인에게서 오는 적대감과 배신, 결함 등을 참도록 돕는다. 이어 교황은 122항에서 성인성녀들은 소심함과 시무룩함, 신랄함, 우울감, 따분한 표정에서 벗어나 항상 기뻐했으며 유머 감각이 풍부했다면서 그리스도인의 삶은 성령 안의 기쁨이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특히 교황은 세상을 복음화하고 그리스도교의 가치를 알리는 데 대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것이 교황이 지적한 대범함과 열정이다. 교황은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두려워하지 마라’, ‘내가 세상 끝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라고 말씀하셨다”면서 “이 말씀은 성령께서 사도들을 각성시켰던 것과 같은 용기로 우리가 밖으로 나아가 봉사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129항)고 말했다.

교황은 또한 우리가 각자 따로 살게 되면 정욕과 악마의 유혹, 세상의 이기심과 싸우는데 힘이 부치게 된다면서 공동체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교황은 “성덕 안의 성장은 타인과 나란히 가는 공동체의 여정”(141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교황은 그동안 교회는 영웅적으로 복음을 살거나 주님께 모든 구성원의 삶을 봉헌한 공동체 전체를 시성하기도 했다면서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를 비롯한 한국의 103위 동료 순교성인을 예로 들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교황은 “기도가 없는 성덕은 없다”면서 지속적인 기도를 당부했다. 또한 교황은 “성인들은 영적인 기도를 통해 하느님과 일치를 이뤘다”며 “성덕은 초월적인 힘에 대한 개방적 수용과 기도와 흠숭으로 표현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