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공군 준·부사관 영성수련회

박지순 기자
입력일 2018-04-17 수정일 2018-04-18 발행일 2018-04-22 제 3091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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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 속에 ‘참된 나’ 찾고 내 안의 하느님 만나다
멍에목성지 순례와 영성 강의

‘공군 준·부사관 영성수련회’에 참석한 군인 신자들이 4월 13일 멍에목성지에서 군종교구장 유수일 주교, 공군 군종사제단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가면을 벗고 참된 나를 찾아라.”

“내면에 계신 하느님을 만나라.”

군종교구 공군 사제단과 준사관, 부사관 신자들은 4월 13~14일 1박2일 일정으로 충북 보은 멍에목성지에서 올해 상반기 ‘공군 준·부사관 영성수련회’를 열고 몸과 마음이 일치하는 신앙인으로 살아 왔는지 자신을 돌아봤다.

공군 군종사제단 나광남 신부(공군본부·중령)가 주관한 이번 공군 준·부사관 영성수련회에는 공군 군종사제단 19명과 전국 각 부대에서 모인 공군 준·부사관 33명이 참석했다. 공군 준·부사관 신자들의 연례 신앙활동으로 자리 잡은 영성수련회가 열린 멍에목성지는 한국인 두 번째 사제이면서 ‘땀의 순교자’로 불리는 가경자 최양업 신부와 박해시기 신자들의 숨결과 발자취가 남아 있는 곳이다. 최양업 신부 서한에는 멍에목에서 숨어 살던 신자들에게 세례를 베풀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첫째 날 오전 11시 무렵 멍에목성지에 모인 참석자들은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하고 인근 식당에서 이야기꽃을 피우며 점심 식사를 마친 뒤 성지에 다시 모였다. 수련회 지도를 맡은 멍에목성지 담임 김상수 신부는 “2016년 8월 멍에목성지가 청주교구 성지로 지정되고 나서 군인들이 성지를 찾은 것도 처음이고 50명이 넘는 인원을 맞이한 것도 처음이어서 정말 귀한 손님들”이라며 반가움을 드러냈다.

멍에목성지 담임 김상수 신부의 영성 강의를 듣고 있는 군인 신자들.

김 신부는 영성수련회 참석자들과 멍에목성지 순례를 나서기에 앞서 “지금까지 살아온 많은 시간들을 돌아보면 힘든 순간들, 갈등과 판단의 갈림길들이 떠오르겠지만 ‘나’로 살아왔는지를 성찰해 보자”고 말했다.

“우리는 침묵할 줄을 모릅니다. 말이 많은 이들은 자신을 드러내면서 남은 낮추고 거짓과 포장의 기술이 뛰어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침묵 속에서 껍데기를 벗은 ‘나’를 직면할 수 있어야 하느님께 가까이 가게 됩니다.”

참석자 모두는 휴대폰을 껐다. 내 안으로 들어가 침묵 가운데 최양업 신부가 걸었을 길을 따라 걸으며 하느님과 신앙 선조들의 순수하고 뜨거운 믿음을 느끼기 위해서였다. 멧돼지와 오소리의 발자국이 군데군데 보이는 자연 그대로의 길을 1시간 가까이 걸어 다시 멍에목성지로 돌아왔다.

김성한(미카엘·군종교구 예성대본당) 원사는 “속세에 찌들어 살다 영성수련회에 오니 나를 돌아보고 영적으로 조금 더 성숙해 지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윤영신(안토니오·군종교구 화성대본당) 준위도 “멍에목성지에 와서 옛날 신자들이 목숨까지 바치며 지켰던 신앙을 생각하니 저도 영적으로 성장하는 느낌이 든다”는 같은 마음을 표현했다.

멍에목성지 순례를 하는 군인 신자들. 멍에목성지는 가경자 최양업 신부의 발자취가 남아 있는 곳이다.

김 신부는 하느님 앞에 선 ‘인간 김상수’로 살려는 노력을 순례 후 영성 강의를 통해 전달했다.

“군인들 중에서 계급을 자기 자신이라고 착각하는 사람들을 자주 봅니다. 요즘 흔히 이야기하는 갑질도 껍데기를 자신이라고 착각해서 나오는 행동입니다. 내 껍데기를 벗겨내고 내면의 나와 직면할 때 내 안의 하느님과 만날 수 있습니다.”

군종교구장 유수일 주교는 먼 길을 달려 와 공군 준·부사관 영성수련회 첫째 날 오후 5시 멍에목성지 경당에서 봉헌한 미사를 주례했다. 유 주교는 미사 인사말에서 “형제애를 실천하면서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 살기 바란다”면서 “인정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정직한 마음에서 행동하는 신앙인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