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하느님 안에서 기쁨 되찾기] 세속적 가치와 교회의 가르침에 괴리가 느껴집니다

이찬 신부 (성 골롬반외방선교회·다솜터심리상담소장)
입력일 2018-04-17 수정일 2018-04-17 발행일 2018-04-22 제 3091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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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잘 났나 못 났나 비교 말고 자신의 모습대로 살아야”

【질문】 세속적 가치와 교회의 가르침에 괴리가 느껴집니다

교회에서 가르치는 것들이 세상에서 경험하는 것들과 너무나 달라서 고민입니다. 교회에서는 세상 일보다 하느님의 일을 더 귀하게 여기라고 가르치지만, 실제로 살아가다 보면 그런 자세로는 자주 손해를 보는 것은 아닌가 생각됩니다. 아이들에게도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양보하고 자기의 이익을 추구하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싶은데, 그러다가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그런 생각에 성당에 나가서 기도를 해도 일상 삶과 동떨어진 이야기를 듣는 것 같아 신앙 생활 자체가 고민이 됩니다.

【 답변】누가 잘 났나 못 났나 비교 말고 자신의 모습대로 살아야

20년쯤 전에 제가 일본에서 사목할 때의 일입니다. 그때는 선교사 신부로서 일본인들을 위한 사목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실지 모르지만, 일본 천주교회의 교세는 매우 미약합니다. 그리고 초·중·고등학교에 다닐 때에도 천주교 신자 학생은 정말 적었던 것 같습니다.

하루는 중학생 딸을 둔 어머니와 이야기를 하는 중이었는데, 그 딸이 성당에 더 다니고 싶지 않다고 말을 해서 어머니가 놀랐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 딸이 성당에 다니고 싶지 않다고 하는 요지는 이런 것이었습니다.

당시 일본 중학교에서는 남을 괴롭히는 ‘이지메’가 매우 성행하고 있었는데, 교회의 가르침대로 하면 이지메 당하는 친구를 도와주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면 자신이 이지메를 당하게 되어서 곤란하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즉 교회의 가르침과 세속의 삶의 기준이 달라서 혼돈스러운 상태에서 지내야 하는데, 그것이 부모가 자신들의 마음대로 세례를 주고 교회를 다니게 해서 그렇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말을 들은 어머니가 매우 당황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겠지요.

질문하신 것처럼 손해를 보고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는 것이 일상다반사입니다. 심리학자 아들러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남들과 끊임없이 비교하면서 열등감을 느낄 필요는 전혀 없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얼굴에 관심을 쏟는 사람은 자신밖에 없다는 말을 하면서 타인의 시선에 너무 민감하지 말라고 권고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한국이라는 사회는 자기중심적인 사회라기보다 타인 중심의 사회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무엇을 하든지 타인을 의식하게 됩니다. 그래서 타인과 비슷하게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지배적입니다. 명절 때마다 미혼 자녀들에게 언제 결혼하느냐고 재촉하고, 결혼한 자녀가 딸 혹은 아들이 하나 있으면 하나 더 나으라고 끊임없이 재촉을 하는 것도 타인에게 보여주는 모습이 중요해서 그런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 면에서 한국은 매우 폐쇄적인 사회인 것입니다. 이런 잔소리는 전혀 모르는 타인에게도 아주 쉽게 한다는 점에서 큰 문제를 지니고 있습니다.

하느님은 우리에게 먼저 다가와 말씀을 거십니다. 그것을 우리는 하느님의 드러내심, 즉 계시라고 합니다. 계시의 말씀에서 우리에게 손해보거라 혹은 뒤처지거라 하지는 않으십니다. 다만 하느님은 우리에게 사람답게 살 것을 이야기하고 계십니다.

그것이 아들러라는 학자가 설명해 주듯이, 타인과의 끊임없는 비교를 그만두고 자신의 모습대로 살라는 말씀입니다. 우리는 누가 더 잘나고 누가 못났는가 끊임없이 비교를 하면서 살아가고 있지만, 인간은 전부 다 다르게 지어진 하느님의 창조물입니다. 서로서로 비교 자체가 되지 않는 평등한 사람들인 것입니다. 다르지만 각자 고유의 몫이 있고, 각자 자기 나름대로의 강점과 약점을 함께 지니고 살아갑니다.

물론 하느님의 말씀대로 살면서 어려움에 직면할 경우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럴 때는 삶의 지혜를 빌려서 살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물론 하느님의 뜻 안에서 입니다만.

만일 하느님의 말씀이 동떨어졌다고 느끼신다면, 정말 그분이 나에게 어떤 말을 해 주시려고 하는지 다시 한 번 파악해 보고, 하느님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심은 어떠하실지요?

※ 질문 보내실 곳 :

<우편> 04996 서울특별시 광진구 면목로 32

sangdam@catimes.kr

이찬 신부 (성 골롬반외방선교회·다솜터심리상담소장)